신규 출점·성장세 둔화 전망, 쿠팡·다이소 등 경쟁상대 다변화…CJ올리브영 “현재 IPO 추진하고 있지 않아”
하지만 CJ그룹의 최근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쿠팡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CJ대한통운, CJ제일제당, CJ ENM 등이 악영향을 받았다. 또 CJ CGV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다. CJ올리브영은 실적은 좋았지만 지난해 기업공개(IPO·상장) 철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진통을 겪었다. 공정위는 최근 CJ올리브영에 18억 9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때 CJ올리브영의 경쟁사였던 랄라블라와 롭스는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이 때문에 CJ올리브영이 CJ그룹 내에서 ‘온리원’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J올리브영이 내년에도 실적을 개선하고, IPO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년 하반기 성장 정체 예상
CJ올리브영은 2022년 몸값 3조 원을 목표로 IPO를 추진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CJ올리브영의 현재 기업가치는 4조~5조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IPO를 철회했지만 몸값은 오히려 크게 오른 것이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 상승은 빠른 성장 속도 덕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2조 65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2조 7971억 원으로 39.40% 증가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1526억 원에서 2743억 원으로 79.70% 늘었다.
CJ올리브영의 실적 상승에는 외국인 고객도 한몫했다. CJ올리브영의 3분기 외국인 매출은 860억 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내년까지 외국인 매출이 매 분기 두 자릿수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CJ올리브영의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온다. 각 영역 간 장벽이 사라지면서 드러난 경쟁 격화와 고성장에 대한 피로도 때문이다. 과거 많은 기업이 기업가치가 최고점에 달했을 때 IPO를 진행하려고 욕심내다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무엇보다 증권업계는 미래의 기대감을 가져다 쓰는 영역이다. CJ올리브영이 내년 IPO를 성공하려면 성장 스토리를 2~3년은 더 이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CJ올리브영은 CJ그룹 지배구조와도 연관돼 있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경영리더)은 각각 CJ올리브영 지분 4.21%, 11.04%를 보유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최고점에서 IPO를 추진해야만 하는 이유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CJ올리브영의 고성장이 정체되고, 이로 인해 IPO보다는 CJ(주)와 합병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현 연구원은 “내년 신규 출점은 0으로 가정해도 무방하다”며 “현재는 점포 리뉴얼을 통해 매장당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인데 이런 성장 전략으로 현재의 40%가 넘는 초고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신규 출점 효과가 소멸하고 점포당 매출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며 “CJ그룹 차원에서 세금과 구주 매출 등 과정이 복잡한 IPO보다는 지주회사 CJ(주)와의 합병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현 연구원의 예측에 대해 금융권 반응은 엇갈린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CJ올리브영의 실적 최고점이 내년 하반기가 맞다면 사실 IPO는 올해 이미 마무리됐어야 한다”며 “IPO 적기는 이미 놓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CJ올리브영이 IPO 철회를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CJ올리브영 2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다. CJ올리브영과 CJ(주)가 합병한다면 글랜우드PE의 CJ올리브영 주식도 CJ(주) 주식으로 전환된다. CJ(주)의 시가총액은 2조 원대다. 글랜우드PE가 보유 주식을 CJ(주)의 주식으로 바꾼 후 매도하는 것은 규모를 감안했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전망이다.
#경쟁사로 떠오른 쿠팡과 다이소
CJ올리브영은 최근 공정위 조사를 받으면서 수천억 원대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과징금은 18억 9600만 원에 그쳤다. 공정위가 CJ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헬스&뷰티(H&B) 스토어만 놓고 보면 CJ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지만, 쇼핑의 온·오프라인 영역 파괴로 H&B스토어만 따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실제로도 CJ올리브영의 경쟁 상대가 다변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이 오프라인 H&B스토어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에서 오프라인 매장 구축을 담당하는 실무 인력 일부가 쿠팡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오프라인 진출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CJ그룹 측 일부 관계자는 “쿠팡이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맞서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이미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쿠팡은 지난 7월 내놓은 뷰티 전문 서비스 ‘로켓럭셔리’를 통해서도 상당한 시장을 확보했다는 평이 나온다. 쿠팡은 이어 성수동과 전국 8개 메가박스 지점에 ‘뷰티 버추얼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라면 오프라인이라고 해도 CJ올리브영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소도 만만치 않은 복병이라는 평가다. 다이소는 2021년부터 뷰티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다이소는 올해 1~8월 기초·색조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60%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다이소가 가성비를 앞세워 1020세대 소비자를 잡고 있고, 이들이 주력 소비 계층으로 성장하면 CJ올리브영과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 IPO가 추진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며 “경쟁은 계속 있어왔고, 앞으로도 관련 업무를 열심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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