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고객층 확보 등 시너지 효과 기대…기존과 비슷한 서비스‧소비층 고려하지 않은 제품 판매는 한계
CU 운영사인 (주)BGF리테일과 (주)컬리는 지난해 7월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업무협약을 통해 공동 상품 개발, 충성 고객에 대한 혜택 강화, CU 매장을 활용한 픽업 서비스 개발, 콜라보 혁신 매장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지난달 CU와 컬리는 서울 도곡동 CU 타워팰리스점에 ‘CU 컬리 특화 편의점’을 열었다. 편의점 매장 카운더 전면에 ‘컬리존’을 만들어 신선식품, 냉동식품 등 110여 종의 컬리 PB(자체브랜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마켓컬리 앱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동일하다. CU 컬리 특화 편의점은 추후 7개 점포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CU와 컬리는 양사의 모바일앱 연동도 추진 중이다. CU의 자체 모바일앱인 포켓 CU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를 컬리 앱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컬리 앱에서 원하는 주류를 예약 주문하면 CU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달 28일까지 수도권 7개 CU 매장에 시범 도입을 마쳤으며 올해 정식 도입될 예정이다.
두 기업 협업에 대해 해당 업계에서는 상호 이해관계가 잘 맞아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온라인 활성화가 필요한 CU와 오프라인 진출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자 하는 컬리가 서로의 ‘니즈’를 상당 부분 충족해줄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U는 수백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유한 플랫폼을 얻게 된 것이고, 오프라인 거점이 절실한 컬리는 손쉽게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도심형 물류거점)를 확보한 셈”이라며 “모바일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를 컬리에 도입하는 것도 컬리는 트래픽을 늘리고 CU는 그 트래픽을 활용할 수 있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컬리라는 브랜드가 가진 유니크한 이미지가 CU의 매장을 타 편의점과 차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편의점 업계도 성장이 멈춘 상태고, 컬리도 상장 계획을 연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CU와 컬리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양사가 온‧오프라인 협업을 통해 판매 채널을 확대하면 추후 고객 유입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성장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이미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경기 침체도 장기화되고 있어 추가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이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고, 해외 플랫폼들도 들어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U와 컬리는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협업이란 돌파구로 차별화 전략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서로 고객을 공유해 유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조 회장의 설명이다.
CU와 컬리 이용자가 양사의 협업으로 볼 수 있는 혜택은 뭘까. CU 이용자들은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컬리 이용자들은 배송비 부담 없이 CU에서 컬리 제품을 단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그동안 컬리 제품을 온라인에서만 보고 샀던 고객들이 이제는 CU에서 직접 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기본적으로 컬리 제품은 온라인에서 사진으로만 봐야하는데 CU에서 살 수 있다면 제품의 질을 확인할 수 있다”며 “또 새벽 배송이 아무리 빨라도 주문일 다음날 오는 건데 CU에서 컬리의 제품들이 있으면 바로 구매해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협업 전략의 취지나 신선함에서 조금 시선을 돌리면 한계가 우려되는 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장기적인 매출 상승 효과로 이어질지 여부인데 현재는 안갯속이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편의점은 워낙 밀집돼있어서 경쟁이 치열한데 하나라도 새로운 게 있으면 좋고, 마켓컬리도 오프라인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실적이 얼마나 나오는지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정연승 서비스마케팅학회장도 “CU와 컬리는 서로 지분이 엮이지 않은 독립적인 기업이라서 결국에는 자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갈등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협약이 엎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U와 컬리는 이미 각자 온‧오프라인 활성화를 위한 시도들을 펼쳐왔다. CU는 지난해 10월 인기 주류들을 자체 앱인 포켓CU에서 특가 행사로 판매한 후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도록 했고, 2022년에는 수산물 전문 유통 플랫폼인 ‘인어교주해적단’과 함께 시장 활어회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컬리는 오프컬리라는 미식·인문학·예술 등을 주제로 한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난해 7월에는 ‘2023 컬리 푸드 페스타’를 통해 마켓컬리 제품들을 접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CU는 마켓컬리라는 새로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시도들과 차이가 있지만, CU 자사나 여타 편의점 기업들이 이미 시행해 온 픽업서비스는 썩 경쟁력 있는 서비스로 보기는 어렵다. 마켓컬리의 경우 과거 시도했던 오프라인 활성화 전략과 다르긴 하지만 편의점 소비층을 고려한 제품들을 CU에서 판매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도보를 걷다 들어와서 간편하게 제품을 사가거나 1인 가구인 소비자들이 많은데 마켓컬리의 제품을 가져다놓고 요리를 해먹기 위해 장을 보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며 “마켓컬리의 신선제품 등이 편의점에 들어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편의점에서 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제품이나 간편식품, 소용량 제품들의 수요가 높은 편의점에서 마켓컬리의 제품들은 잘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단순히 마켓컬리 제품을 CU에 진열해놓는 것이 판매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편의점에서는 샐러드, 밀키트 등 제품들을 1인에 맞춘 용량으로 판매한다. 반면 CU 컬리 특화 편의점인 CU 타워팰리스점을 직접 찾아가본 결과 컬리 제품들 중 1인 가구 특성에 맞췄다고 할 만한 제품은 찾기 어려웠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나 서비스가 경쟁사와 비교해서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모바일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의 경우 비슷한 서비스를 GS25에서도 제공 중이다. GS25는 자체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인 ‘와인25플러스’를 네이버쇼핑과 연동해 운영 중이다. 네이버쇼핑의 주류 카테고리에서 전통주 상품 외에 와인, 양주, 맥주, 사케 등을 GS25 온라인 픽업 서비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어딜가나 있어서 주류를 구매하고 싶으면 그냥 가서 구매하는 것이 더 간편할 것 같다”며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어쨌든 픽업을 해야 하는 건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CU가 컬리의 핵심역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두 기업이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로 제시됐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마켓컬리는 CU라는 오프라인 점포에 물건을 판매해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CU는 마켓컬리의 핵심역량인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과거 CU의 헬로네이처 인수 실패를 사례로 들었다. BGF리테일은 새벽배송을 했던 온라인 신선식품 마켓인 헬로네이처를 인수했지만 적자로 인해 사업을 접었다. 헬로네이처는 새벽배송 사업에서 철수했고, 현재는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밖에도 GS프레시몰, 프레시지, 롯데온 등 많은 업체들이 새벽배송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현재는 당일배송을 하는 업체도 많아져 새벽배송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홍 교수는 “CU가 컬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컬리가 CU를 빼먹는 구조라서 CU 입장에서는 좋은 협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오프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유통기업과 온라인기반 기업이 협업해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커머스기업인 오아시스마켓과 이랜드리테일이 연합해 만든 브랜드인 킴스오아시스는 1호점을 오픈한 후 약 1년 2개월만에 2호점을 열었다. 매출이 안정권에 들고 방문객도 늘어나는 등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이 사례가 CU-컬리 협업 모델과 다른 점은 오아시스마켓의 경우 친환경 상품이라는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이 있다는 것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랜드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고, 이랜드는 자신들이 갖고 있지 않은 제품을 팔 수 있어 시너지가 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홍기훈 교수는 “마켓컬리 PB 상품은 마켓컬리 것이라서 쓰는 게 아니라 마켓컬리에 있어서 쓰는 게 크다”며 “마켓컬리 PB 상품들은 어디에서나 살 수 있지만 오아시스마켓 상품들은 친환경‧유기농이라는 특성이 있어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CU의 PB 제품을 컬리에 판매하거나 두 기업이 협업해 만든 PB 상품을 출시하면 협업 시너지가 더 잘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내놨다.
한편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컬리 특화점을 선보인 곳이 서울 도곡동 쪽인데 구매력이 보장된 상권이라고 생각하고 해당 편의점을 선보였다”며 “다양한 브랜드를 CU에 노출시켜서 차별화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CU에서 판매되지 않았던 컬리 제품들을 고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상품 경쟁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컬리 관계자는 “아직 매출이 나오지 않았으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CU와 컬리가 서로 부족한 채널을 채우는 차원에서 원활하게 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현재까지 발표된 사업 모델 외에 다른 신사업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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