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일 안에 이사장 취임 가능성…관정재단 “새 이사진 구성, 장학재단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
#'설립자 가족 재단 관여 불가' 정관 삭제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관정재단은 최근 신동렬 전 이사장(65)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석준 삼영화학 회장(70)을 새 이사로 선임했다. 이 회장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조만간 승인하는 대로 임기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빠른 시일 안으로 이사장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그가 신 전 이사장의 자리를 대체한 데다, 관정재단의 행보들을 돌아봐도 이 회장의 개입 활로를 열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서다.
원래 관정재단은 정관 제20조에 따라 설립자인 고 이종환 회장의 가족은 이사진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관정재단은 또 이종환 전 회장이 100세 나이를 맞은 2023년부터 이사장 선출 관련 정관만 4차례 바꾸는 등 분주히 움직이기도 했다. 2023년 7월에는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포항공과대 등 6개 대학의 총장 혹은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이력이 있어야만 이사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신 전 이사장이 관정재단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는 2019∼2022년 성균관대 총장을 지냈다.
약 한 달 뒤인 8월 21일에는 이사장 자격에 '설립자'를 추가했다. 즉 6개 대학 총장이나 교육부 장관, 이종환 전 회장만 이사장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다 이종환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꼭 일주일 전인 9월 6일 관정재단은 이런 내용들을 일제히 삭제했다. 이어 9월 19일 이사회는 '설립자 가족은 이사 등으로 재단 운영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정관까지 삭제했다. 마침내 이 회장의 관정재단 합류는 물론 이사장이 될 수 있는 길까지 확 트인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인사들은 곤욕을 치렀다. 2023년 8월 다른 이사들의 연임을 의결했던 이사회의 위법 사실이 뒤늦게 발각돼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승인 취소' 행정처분이 따랐고, 신 전 이사장과 사무국장 예 아무개 씨(60) 등이 공익법인 관련법 위반으로 고발도 당했다. 이 밖에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 등 당시 이사진 전원도 고발을 피하지 못했다(관련기사 [단독] 관정재단,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등 새 이사 선임 '새 출발').
이종환 전 회장은 타계 나흘 전인 9월 9일 병상에 누운 채 다음 이사진 구성에 관한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본인이 명예이사장, 권영걸 현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이사장을 맡는 안이었다. 둘째는 이석준 회장이 명예이사장, 권영걸 위원장이 이사장을 맡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이 명예이사장에 기재된 부분은 다소 논란이 있다. '명예이사장'이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임직원에 해당하는지 해석 차이가 있어서다. 관정재단은 현재 명예이사장도 이사를 겸해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임직원이라며, 이를 '가족도 운영에 관여할 수 있다고 유훈이 바뀌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동양 최대 장학재단 사회 기부 뜻 화제
관정재단의 이 같은 행보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이곳이 지니는 상징성 때문이다. 동양 최대 장학재단으로 성장하며, 자녀에 상속하는 대신 사회에 사실상 기부한다고 밝힌 이종환 전 회장의 뜻은 그 자체로 커다란 기대를 모았다.
이 회장 입장에서 관정재단 이사장직이 꼭 필요했다는 시각도 있다. 관정재단이 설립 기반인 삼영화학보다 자본력 등에서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장은 부친과 오랜 기간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이종환 전 회장이 생전에 관정재단을 통해 장남을 견제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2022년 기준 삼영화학의 순이익(연결기준)은 10억 8600만 원으로 같은 해 관정재단의 310억 원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관정재단은 총 자산이 6401억 1822만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5700억 원이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인데 시장가치로는 1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삼영화학의 시가총액이 1567억 원이므로 산술적으로는 관정재단이 부동산 일부만 팔아도 삼영화학의 모든 지분을 흡수할 수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영화학의 지분도 22.64%로 총 354억 7856만 원에 불과한데, 관정재단의 불과 1년 치 순이익 수준이다. 이종환 전 회장은 생전 마음만 먹으면 장남에 넘긴 삼영화학 경영권을 언제든 도로 가져올 수 있었던 셈이다.
이 전 회장이 사망했어도 이런 구조는 그대로인 까닭에 이 회장으로서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관정재단 진입이 불가피했다는 뜻이다.
관정재단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권영걸 위원장의 경우 대통령 직속 기구에 몸담은 까닭에 순수 민간단체인 관정재단으로서는 그를 이사로 선임할 시 독립성이 침해 받는 듯한 인상을 외부에 드러낼 수도 있다"며 "이 회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사 취임 승인이 나는 대로 이사회를 다시 열어 이사장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관정재단 관계자는 "새 이사진 구성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장학재단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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