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또 정보제공 사이트들이 무료체험기간 등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회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사이트 캡처 화면 |
하지만 로또업체를 맹신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얄팍한 속임수에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분석을 통해 추출된 번호 또한 로또처럼 ‘운’에 맡기는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는 것. 말 많은 로또 정보업체의 비밀을 들춰봤다.
로또 1등 예상 번호 적중. 누구라도 귀가 솔깃해질 문구로 로또 정보업체에서 흔히 사용하는 광고 방식이기도하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같은 로또 정보업체의 광고를 한 번쯤은 접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성인광고만큼이나 스팸메일의 단골이기도 하며 광고 배너들도 인터넷 곳곳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광고를 클릭하면 더욱 자극적인 문구들이 쏟아진다. “로또XX만이 가능한 놀라운 연속 1등 배출” “2012년에만 실제 1등 7명! 1등 당첨금 138억” “로또는 과학입니다. 통계적이고 과학적인 당첨 번호 완벽 분석” 등 자사를 통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1등에 당첨될 수 있다는 듯 회원가입을 유도한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1~2주가량의 무료체험기간도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회원 유치에 나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로또 마니아 사이에서 유명한 사이트를 골라 직접 가입을 해보니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이트 회원가입과 다를 바 없었는데 무료로 회원가입을 할 경우에는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었다. 당첨 확률이 높은 번호를 받기 위해서는 VIP회원이나 골드회원으로 불리는 유료정보를 이용해야만 했는데 평균 월 1만 원의 이용료를 요구했다. 물론 6개월, 1년, 3년 단위로 결제를 할 경우에는 파격혜택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할인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사이트는 결제를 통해 유료회원으로 전환하면 그때부터 매주 10개의 조합을 받아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분석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다. 모든 업체가 과거 당첨 번호를 기본 데이터로 이용하고 있으나 ‘랜덤워크 시스템’ ‘퍼펙트K 시스템’ 등 각기 다른 이름을 붙여가며 자사만의 분석 노하우를 강조하고 있었다. 필터링 횟수나 패턴을 분석하는 방법이 달라 차이가 발생한다는 주장인데 일부 업체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인증을 받거나 특허출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로또 정보업체들의 기술력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본래 로또는 45개의 숫자 중에서 6개를 맞추면 1등에 당첨된다. 이는 814만 분의 1의 확률인데 로또를 몇 번이나 구입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수치다. 즉 로또 추첨은 과거 당첨 번호와 상관없이 매번 처음과 같은 조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로또 번호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로또 정보업체들은 적극 반박하고 나선다. 자신들이 제공한 번호로 1등에 당첨된 사람이 있을 뿐 아니라 숫자 별로 당첨되는 빈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주장이다. 유명 로또 정보업체 관계자는 “이미 십수 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로또 1등 당첨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지 않느냐. 그런데 한 회사에서 1등을 그만큼 배출했다는 것은 특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회원들은 우리가 알려준 번호로 로또를 구입하지 않아 안타깝게 당첨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까지 합하면 우리 회사의 당첨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확률을 고려하지 않은 비약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은 한 명이지만 그 회사에 가입된 회원은 수십만 명에 이르기에 1등 당첨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일 뿐 특별한 기술이 있기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다. 각 업체들이 매주 제공하는 로또 조합의 개수와 보유하고 있는 회원 수의 공개를 꺼려하는 까닭도 이러한 점 때문이라고 한다.
한 통계학자는 “상위 로또 정보업체의 회원 수는 80만~1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소 인원인 80만 명만을 기준으로 삼고 이들이 매주 10장씩 로또를 구입한다고 가정하자. 이를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매주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도 로또 정보업체들은 매주 당첨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로또 번호 예측은 쓸모가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막말로 통계니 분석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번호를 제공해도 회원들을 그만큼 보유하고 있다면 당첨자는 나오게 돼 있다. 통계학적으로 봤을 땐 업체에 이용료를 주는 돈으로 로또 한 장을 더 사는 것이 당첨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로또 분석 맹점을 노려 돈만 챙겨 사라지는 업체도 적지 않다. 신생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1, 2등 다수 배출’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시켜 가입을 이끌어내곤 돈만 챙겨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이다. 일부 사이트는 업체명만 다를 뿐 똑같은 홈페이지를 다수 운영하기도 한다.
로또 마니아 박 아무개 씨(48)는 “로또 분석 인터넷 동호회에서는 로또 정보업체로부터 받는 번호를 공유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사이트에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인데 매주 똑같은 번호를 받는 사람들이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다. 알고 보니 똑같은 업체에서 이름만 다른 사이트를 만들어 번호를 배포하고 있었다. 항의를 했더니 두 개 중 한 사이트를 폐쇄했는데 얼마 뒤 또 다른 이름의 사이트가 생기는 걸 보고는 그 뒤론 업체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로또 정보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경찰도 대다수 업체들이 당첨 번호 예측에 근거가 없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서비스가 사기나 기망에 해당한다는 근거를 찾지 못해 흐지부지 마무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로또 정보업체의 사업형태가 복권법에 저촉되지 않아 특별히 감시·감독 활동을 벌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건전한 복권문화에 해가 된다면 언제든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지금도 모니터링은 꾸준히 하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