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지난 9월 3일 안철수 후보 측 박선숙 총괄본부장과 회동해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김한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안철수 후보 측 박선숙 총괄본부장이 9월 3일 전격 회동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 최고위원과 박 본부장은 안 후보 캠프가 자리 잡고 있는 공평동 사무실 근처의 한 카페에서 약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날 만남은 김 최고위원이 박 본부장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은 지난 1997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처음 인연을 맺었고, 그 후 청와대에서 정책기획수석과 공보기획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다.
김 위원과 박 본부장이 어떠한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안철수-문재인’ 단일화와 관련해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해 둘은 선을 긋고 있다. 박 본부장은 “(김 위원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커피 한 잔 했을 뿐”이라고 밝혔고, 김 최고위원 역시 “단일화 논의를 하고자 했으면 밀폐된 공간에서 만났지 그런 오픈된 곳에서 만날 수 있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김 위원과 박 본부장이 갖고 있는 정치적 역할과 위상을 감안하면 이날 회동을 계기로 민주통합당과 안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이런 시기에 둘이 안부나 물으려고 만났겠느냐. 단일화를 위한 각 진영의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하지 않았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 위원이 “누가 후보가 되든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대선을 치러야 승산이 있다”고 말하자 박 본부장은 “우선 민주당의 쇄신이 전제돼야 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현재 양 측이 단일화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문재인 캠프 내부에선 김 위원이 박 본부장을 만난 것에 대해 곱지 않게 바라보는 이들도 눈에 띈다. 사실 김 위원은 민주통합당 소속이긴 하지만 문 후보 측과는 일정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 지난 6‧9 전당대회에선 비노 진영 대표주자로 나와 친노 좌장 이해찬 대표와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안팎에선 김 위원이 문 후보보다는 심정적으로 안 후보에 더 가깝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이 때문에 김 위원이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박 본부장을 독대한 것을 두고 떨떠름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한 초선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이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탈당을 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민주통합당 안에서 안철수의 ‘X맨’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동진서 기자 jsd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