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렙 주식 전량 처분에 이어 포스 지분 일부 매각…게임업계 전반 사업 축소·철수 분위기
#NC,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와 결별하나
NC가 지난해 포스 지분율을 축소했다. NC는 보유 중인 포스 지분 일부를 이전형 포스 대표 측에 매각했다. 포스는 NC가 아닌 제3자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NC의 포스 지분율은 2022년 말 31.28%에서 현재 14.19%로 줄었다. NC는 나머지 포스 지분 14.19%에 대해서도 이전형 대표에게 콜옵션을 부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대표가 NC의 포스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획득한 셈이다. 이와 관련, NC 관계자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스 지분 매각 배경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포스는 이전형 대표가 2009년 설립한 시각특수효과(VFX) 전문 기업이다. 포스는 국내 최고 수준의 VFX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는 ‘옥자’ ‘아가씨’ ‘대호’ ‘설국열차’ ‘괴물’ ‘올드보이’ 등 수백 편의 영화에 VFX 제작 파트너로 참여했다. NC는 2018년 포스에 220억 원을 투자해 지분 31.28%를 확보했다. NC는 당시 포스와 IP(지식재산권)의 애니메이션화, 디지털 영상 제작 기술 공유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C는 포스의 지분 소유 목적에 대해 ‘단순투자’가 아닌 ‘사업관련’이라고 명시했다. 김택진 NC 대표는 포스 투자 당시 “포스는 국내 최고 수준의 VFX 기술을 포함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며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디지털 미디어 영역에서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매출 135억 원, 영업이익 21억 원을 거뒀다. 그러나 NC가 포스와 협업한 사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NC는 지난해 초 보유 중인 포스 주식을 전액 손상차손 처리한 바 있다. 손상차손이란 실제 가치가 장부 가치보다 현저히 하락했을 때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뜻한다. 증권가에서는 한때 포스가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으로 진행된 내용은 없다.
IT업계 일각에서는 NC의 포스 지분 매각을 놓고 이전형 대표의 뜻이 반영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자생력 확보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요신문은 포스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NC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2조 238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조 3421억 원으로 33.68%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16억 원에서 1334억 원으로 73.92%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NC가 지속되는 실적 악화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NC가 지속가능한 성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현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공동대표를 선임했고 임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NC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NC는 지난해 12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 후보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신사업보다는 생존, 게임업계 ‘칼바람’
NC는 포스뿐 아니라 다른 신사업 투자도 중단하는 모양새다. NC는 지난해 자회사 클렙이 운영하던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사업을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매각했다. 이어 보유 중인 클렙 주식도 모두 처분했다.
클렙은 NC가 2020년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다. 클렙은 2021년 K팝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앱) 유니버스를 출시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기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유니버스는 2021년 6월 앱 다운로드 수가 1000만 건을 돌파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클렙은 2021년 매출 115억 원, 영업이익 17억 원을 거뒀다. 사업 초창기치고는 괜찮은 실적이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이 인기를 끌었던 덕이다. 그러나 클렙은 2022년 매출 107억 원, 영업손실 4억 원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하이브의 ‘위버스’나 SM엔터테인먼트의 ‘버블’ 등 경쟁사에게 점유율도 밀렸다.
NC는 2021년 1월 CJ ENM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NC의 IT 기술력과 CJ ENM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노하우를 접목해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었다. NC가 보유한 IT 기술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합작법인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IT업계에서는 NC가 유니버스 사업을 매각하면서 CJ ENM과의 합작법인 계획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의 NC 관계자는 합작법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밖에도 NC는 지난해 금융 계열사인 디셈버앤컴퍼니(옛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를 포레스트파트너스에 매각했다.
NC뿐 아니라 다른 게임 업체들도 신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분위기다. 넷마블은 최근 계열사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넷마블은 메타버스월드 법인을 청산할 예정이다. 메타버스월드 모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 관계자는 “경영 상황과 시장 변화로 인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던 메타버스월드 법인 청산을 어렵게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컴투스의 메타버스 계열사 컴투버스도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는 등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이는 경기 불황으로 수익이 감소하면서 신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의 올해 실적 전망이 좋지 않아 이러한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게임업은 모바일 게임 수명주기 단축과 신작 흥행 여부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업계 전반의 실적 변동성이 상승했다”며 “과거 대비 주력 게임의 경쟁력 및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업체를 중심으로 등급 하향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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