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 불구 접전지 늘어 묘한 기류…전재수 vs 서병수 북구강서구갑 격전 예고
2월 6일 부산광역시 남구 못골 골목시장에서 만난 박기홍 상인회장 말이다. 박 회장은 민주당 계열 정당의 이름을 달고 남구에서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해 두 번 떨어지고, 두 번 당선된 바 있다. 그는 지금은 정치에서 은퇴한 상태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리스크
박기홍 회장은 부산 상인들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지명자와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경기 침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원칙 폐지 등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박 회장은 “(시장 상인들이) 나이가 60대 이상인 사람들이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다 자식이 있다. 또 군대에 가있다”며 “(상인들 입장에서) 내 자식들, 내 손자들이 학교에서 폭력을 당한다든지 군대에서 다친다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애들 좀 더 잘 살게 하고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야 하는데’라며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박 회장은 “대형마트 의무 휴일제도 해제해 버렸다”며 “원래는 상인들끼리 웃고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고 이랬는데 상황이 이러니 이제는 서로가 입을 다물어버린다. 마음이 안 편한데 어떻게 시시덕거리고 그러겠나”라고 말했다. 1월 22일 정부는 공휴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원칙을 폐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 중에선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못골 골목시장 상인들과 비슷한 이유였다. 김 아무개 씨(26)는 “(내일이 총선이라면) 민주당을 뽑을 것이다. 대통령이 일을 못 하기 때문이다. 민생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필요한) 예산은 다 줄이고 뭘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희수 씨(27)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부산 사람들이 그런 편”이라면서도 “(대통령 평가는) 별로 안 좋다. 이번에 (국방부) 독도 표기 문제나 그런 (정책적인) 부분에서 평이 안 좋다. 정치를 못 한다는 평도 크다. 제 또래나 어른들도 대부분 안 좋게 평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산 지역 부정 평가는 긍정 평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2월 3~4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에서 부정 평가는 50%, 긍정 평가는 43%로 집계됐다. 전체 부정 평가는 59%, 긍정 평가는 34%로 나타났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엑스포 유치 실패와 이재명 헬기 논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가 윤 대통령 평가에 악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2023년 11월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173차 총회 1차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얻었고,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19표,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정부와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지만 참패했다. 정치권에서는 엑스포 유치 실패가 22대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희수 씨는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대부분 다 대통령을 욕하긴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대통령보다는 이제 그 밑에 있는 이제 실무진들 장관들이 일을 못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도 대통령이 밑에 사람들을 다 뽑으니까 (부산 지역에서는) 평이 안 좋다”고 했다.
부산진구에서 만난 김 아무개 씨(52)는 “왜 정부나 부산시에서 거의 모든 국력을 쏟아 붓듯이 했을까라는 의문이 제일 먼저 들었다”며 “부산 시민들도 (119 대 29라는 투표 결과에) 주변에서는 허탈감을 많이 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023년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부산·울산·경남에서 44.2%로 전주 대비 3.1%포인트(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민들은 엑스포 유치 실패가 총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엑스포 유치 실패가 이번 선거의 판도를 크게 좌우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워낙 (보수) 성향들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어느 정도 연세가 드신 분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주변에서도 엑스포 때문에 딱히 지지성향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못 봤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 논란이 총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대표는 1월 2일 가덕도를 방문하던 중 피습을 당했고, 부산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부산 정가와 의료계에선 지역 의료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양상이었다. 이 대표가 서울대 병원 이송을 결정한 것은 부산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과 치료받을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문제 삼기 어렵다는 의견이 비슷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밝힌 50대 택시 기사는 “개인적으로는 (서울 이송 결정이) 부산을 무시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재명이 칼에 찔린 와중에 부산을 못 믿겠다고 서울 병원 가자고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결정이 부산을 무시한 것이라면 부산 사람들이 수술하려고 서울 가는 것도 부산 무시라고 할 거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에서 만난 조 아무개 씨(32)는 “수도권이 의료 체계가 좀 더 잘 돼 있다. 어떻게 보면 치료나 이런 부분을 고려할 때 저는 (이 대표가) 서울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기분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언론이 지나치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남구에 거주하는 이한별 씨(33)는 “(서울대 이송 논란이 터졌을 때) 정치 이야기를 안 하는데도 이례적으로 (회사) 사람들이 이 이야기는 많이 했다. 굳이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가야 했나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부산대병원이 외상 치료 1위라고는 들었다. 그런데도 그거를 못 믿고 부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제1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헬기를 불러서 갔다는 게 좀 안 좋게 보였다”고 했다. 다만, 이 씨는 이 논란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선거 표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
부산은 국민의힘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21대 총선 때 국민의힘은 18곳 중 15곳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접전 지역이 늘어나는 등 묘한 기류가 흐른다. 민주당 부산시당에 따르면 2023년 11월경 실시한 자체조사 결과 전체 18개 지역구 가운데 5곳 우세, 1곳 초박빙, 2곳 박빙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선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있는 북구강서구갑은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전재수 의원 대항마로 부산시장을 지낸 5선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을 낙점했다. 서 의원은 2월 7일 출마를 공식화했다. 전재수 의원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북구가 궁여지책에 속을 만만한 곳이 아니다”며 “상대가 달라진다고 민심이 달라지고 제가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전 의원을 좋게 평가했다.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50.5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북구 숙등공원에서 만난 60~70대 시민들은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히면서도 ‘전재수는 저쪽 당이지만, 사람은 좋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들은 투표는 국민의힘에 하겠다고 덧붙였다.
선거구 조정이 예상되는 남구는 현역 의원 빅매치가 예상된다. 남구갑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남구을의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이미 남구 전체를 대상으로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박재호 의원은 만난 사람마다 사람이 좋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스킨십이 있다. 다만 중앙 정치권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온다”며 “박수영 의원은 초선이다. 다만 중앙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지역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중구영도구도 초박빙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물급 김무성 전 대표가 출마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2008년부터 영도구에 출마해 4번 낙선한 김비오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20대 총선부터 40% 이상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박성근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치열한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중구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지역에서는) ‘이번에는 김비오’가 되지 않겠냐고 많이 이야기한다”며 “(지역 주민들이) 김무성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더라. 박성근이나 조승환은 인지도가 없다. 사람들이 생뚱맞아 한다”고 전했다.
김무성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지역구 같은 경우에는 의외로 김무성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그래도 힘 있는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 있는 중진이 와서 좀 교통정리도 돼야 하고 산재해 있는 지역 현안을 처리해 달라는 정서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혼조세라고 본다. 앞서고 있다고 할 수는 없는 판이다. (사견을 전제로) 50 대 50 정도 안 되겠나 싶다”며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이반은 분명히 있다. 실질적으로 조사를 해보면 현역이 있는 지역은 우세가 확고한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 세 군데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50 대 50 목표는) 늘 그래왔다. 민주당은 전체 18석의 반은 가져오겠다고 생각하고 선거를 치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민주당 고정표가 30~35%는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구영도구 등) 40%가 넘어가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 보고 있다”며 “지금은 양자 대결보다 다자 대결이 더 낫다. 정의당이나 진보당 쪽에서 와서 2~3%라도 가져가는 (구도가 좋은 시나리오다)”라고 말했다.
부산=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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