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정 모르는 젊은 여성이 타깃…친밀하게 접근해 바가지요금 청구, 갚지 못하면 성매매 강요도
NHK에 따르면 “호스트클럽의 주 고객층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일부 사람들이 모여 노는 ‘닫힌 세계’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이 마치 아이돌을 응원하듯 친근하게 호스트를 만나러 간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유튜브를 비롯해 소셜미디어에서 호스트클럽 방문 후기가 인기를 끌고 있고, 호스트의 평소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또한, 가정이나 학교 등 마음을 둘 곳이 없어 호스트클럽을 찾는 젊은 여성도 적지 않다.
카나 양(가명·19)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재작년, 친구와 호기심에 호스트클럽을 방문했다가 단골이 됐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한 카나 양은 “호스트클럽이 유일하게 자신을 반겨주는 장소였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가게에 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랄지 안부 문자를 자주 보내오는 호스트에게 차츰 친밀함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어느 날 호스트가 “부탁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아직 고급 샴페인을 매상으로 올린 적이 없다. 처음이니까 네게 맡기고 싶다.” 제시된 가격은 대략 80만 엔(약 700만 원)이었다. 카나 양은 “큰돈이 있을 리 만무했지만 ‘이 사람에게 첫 번째 존재가 됐구나’ 싶어서 기뻤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아르바이트로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겨 고급 샴페인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요구는 계속됐고 120만 엔(약 1000만 원)이 청구되는 날도 있었다. 외상이 밀리자 호스트의 태도는 일변했다. 가게 측도 “성매매를 해서라도 돈을 갚으라”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최근 일본에서는 여성 고객에게 과도한 바가지요금을 청구한 뒤, 이를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하는 악질 호스트클럽이 공론화되고 있다. NHK에 따르면 “가부키초 오쿠보공원 근처에는 ‘길거리 매춘’을 위해 서 있는 젊은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경시청이 지난해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오쿠보공원 근처에서 140명의 여성을 불법 성매매 혐의로 체포했다. 그중 40%의 여성이 “호스트클럽 유흥비 마련을 위해 매춘에 뛰어들었다” “호스트클럽에 외상을 져 술값을 변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답해 충격을 줬다.
언뜻 여성들이 자진해서 호스트클럽에 빠져든 것처럼 보이지만, 호스트클럽이 조직적으로 여성을 유인하는 실태도 밝혀졌다. NHK가 입수한 ‘한 대형 호스트클럽의 매뉴얼’을 보면 여성 손님을 꾀어내는 방법이 꽤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그중 하나가 ‘데이팅 앱’을 활용한 호객이다. 우선 ‘프로필에는 절대 호스트라 쓰지 말라’고 지시한다. 자칫 신고를 당해 계정 정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프로필 사진은 음식을 만드는 사진이나 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라고 권했으며, 상대에게 처음 보내는 메시지의 경우 예시문까지 첨부돼 있었다.
매뉴얼에서는 ‘무엇보다 영업이 아니라고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호스트임을 숨긴 채로 4번 정도 연락을 주고받다가 다른 채팅 앱으로 옮겨간다.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서 호스트라고 털어놓은 뒤 클럽으로 유인하라는 지시다. NHK에 따르면 “이 클럽은 고객의 직업이나 내점 빈도 등의 정보를 호스트가 상세히 기록하고, 얼마만큼의 돈을 뜯어낼 수 있는지도 전체가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한다.
한 호스트는 타깃이 되는 여성에 대해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갓 성인이 된 젊은 여성”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명품브랜드를 걸친 여성은 결국 자신에게 투자하는 스타일이므로 그다지 호스트클럽에 돈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다소 초라할 정도의 옷을 입고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는 여성일수록 헌신적이라는 설명이다.
때로는 심리적 지배를 위해 의도적으로 여성을 ‘고립’시키기도 한다. 호스트는 “나만을 위해 24시간을 바칠 수 있도록 여성의 취미나 다른 인간관계를 끊어내면서 점점 일상을 침식해간다”고 덧붙였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호스트클럽엔 이제 그만 다니자’라고 생각해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또 다른 호스트는 NHK에 “여성 고객의 음식 대금을 호스트가 대환하고 나중에 외상값으로 청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기일까지 지불하지 않을 경우 가게에 따라서는 급료에서 공제하는 등 호스트가 갚아야 하기 때문에 과격한 방법으로 미납금을 회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 고객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것을 전제로 바가지요금을 씌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여성의 외모와 나이를 감안해 ‘유흥업소 일을 시작하면 이 정도는 벌 수 있겠다’라고 상정한 뒤 계획을 짜 접객한다.
악덕 호스트클럽 배후에는 새로운 범죄 조직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호스트가 직접 성매매를 강요하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일을 찾는다면 소개해 주겠다”는 식으로 불법 성매매 알선업체로 넘긴다. 이렇게 유흥업소에 연결된 여성의 매출은 호스트와 호스트클럽에도 일부 지불되는 구조다.
NHK에 따르면 “그동안은 경찰이나 정부가 악덕 호스트클럽 문제에 개입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외상매출금의 경우 개인 간의 거래이므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금액 상한 등의 규제도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교묘하게 연애 감정을 이용하는 범죄라서 여성이 피해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악질 호스트클럽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경찰이 단속 강화에 나섰다.
쓰유키 야스히로 경찰청장은 지난해 11월 “외상금을 빌미로 유흥업소에 여성을 일하게 하는 등의 행위는 매춘방지법 및 직업안정법 등에 위반한다”며 “모든 법령을 동원해 비열한 영업 수법을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안건은 국회까지 올라갔는데, 같은 달 참의원 내각위원회에서도 “호스트가 18, 19세의 젊은 여성을 노리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은 민법상 성인 나이 기준이 2022년 만 20세에서 18세로 낮아지면서 10대 후반 여성의 호스트클럽 출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호스트클럽 단체가 자율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신주쿠구는 호스트클럽 경영자들과 회의를 열어 협의를 거듭했다. 올해부터 20세 미만의 신규 고객은 가게 측이 자율적으로 입점을 금지한다든지, 외상매출금 영업을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시청에는 관련 고민을 안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상담 창구도 마련됐다. 후생노동성도 홈페이지에 악덕 호스트클럽에게 피해를 보았을 경우 신고 창구나 대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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