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 의원의 ‘터널 디도스’ 의혹이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보궐선거 당선 후 창원터널 앞에서 김태호 의원이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최근 청주지검에서 구속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손인석 전 청년위원장이 수감되기 전 남긴 자필 진술서 한 장이 대선정국을 흔들고 있다. 손 전 위원장이 남긴 진술서에는 지난해 4월 27일 보궐선거 당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고의적인 공사로 터널을 막았다는 일명 ‘터널 디도스’ 의혹이 상세히 담겨있다.
▲ 손인석 자필 진술서. |
문제는 돈의 사용처다. 손 전 위원장은 진술서에서 “터널을 막아서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의 선거 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그 돈은 차량을 동원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오전·오후 시간에는 유권자들을 실어 나르고 저녁에는 교통체증을 유발해 오후 8시까지 투표장에 못 들어가게 하는 전략이라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1억 원이 ‘터널 디도스’ 작업을 위해 사용됐다는 취지의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김태호 의원 측은 손 전 위원장으로부터 돈 자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재로서 유추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손 전 위원장의 진술이 사실일 경우다. 만약 손 전 위원장 말대로 실제 김 의원 측에 1억 원이 건네졌고 그 돈이 실제 ‘터널 디도스’ 작전을 위한 차량동원 등에 사용됐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상식적 선거 전략이기 때문이다.
김태호 의원 측의 선거방해 공작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본지 취재결과 보궐선거 당일 실제로 문제의 터널에서 공사가 있었고 그것 때문에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당시에도 상당히 논란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 전 위원장이 지목한 문제의 터널은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위치한 ‘창원터널’로 추정된다. 이 터널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보궐선거 당시 실제 교통체증과 관련해 심각한 논란이 있었다. 지역일간지 <경남도민일보>의 2011년 4월 27일자 기사에 따르면 “창원중부경찰서는 선거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창원터널 진입로 10m 앞 부근에서 차량번호판독기 철거 작업을 시행했으며 터널 부근 4차로에서 1차로씩 막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이봉수 야권 단일 후보 측과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왜 하필 투표일에 공사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며 공사 배경과 진의를 두고 논란이 가중됐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공사 주체인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기사를 통해 “전날 계획된 공사였는데 비가 와서 오늘 했던 것이다. 선거와의 연관성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 손인석 |
김태호 후보 측이 ‘터널 디도스’를 실행했는지의 여부를 떠나, 터널의 교통흐름이 충분히 투표율 저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이 된 셈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손 전 위원장이 당의 지시를 받고 김 의원 측에 돈을 건넨 것은 사실이지만 ‘터널 디도스’ 작전수행이 아닌 일반 선거운동 비용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경우다.
▲ 박은숙 기자 |
마지막으로 세 번째 가능성은 김 의원 측 말대로 손 전 위원장의 주장이 모두 거짓일 경우다. 손 전 위원장이 김 의원 측과는 전혀 무관한 중앙당과의 별도 돈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터널 디도스’라는 소설을 끼워 맞췄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손 전 위원장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 위원 측을 음해하기 위해 ‘터널 디도스’ 의혹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손 전 위원장은 김 의원 측에 돈을 건넨 뒤 훗날 중앙당으로부터 다시 돈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진술서를 통해 “5000만 원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당으로부터 내가 운영하고 있는 K 토건 계좌로 송금 받고 나머지 5000만 원은 당 총무국장으로부터 현금으로 수령 받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손 전 위원장의 ‘터널 디도스’ 주장이 거짓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손 전 위원장이 중앙당과 실제로 돈 거래를 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고, 나머지 현금으로 돌려받은 5000만 원도 실재한다면 1억 원의 사용처를 정밀하게 밝히는 게 급선무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실제로 일부 자금이 ‘터널 디도스’와 관련한 작업에 사용된 정황이 포착된다면 이 사안은 대선정국을 강타할 초대형 태풍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