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3일째인 10월 4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환송오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비밀합의 대화록' 파문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2007년 10월 3일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가진 남북 정상 단독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은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 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당시 회담 내용은 북한의 통일전선부가 녹음했으며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며 “현재 통일부와 국정원이 이를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야기했다.
정 의원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일 경우 노 전 대통령이 북측 주장대로 NLL의 무효화와 함께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북방도서 부근의 영해 개념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정 의원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한반도 통일 문제 등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노 전 대통령이 동의를 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이 이 비밀 대화록에 담겨있다고 주장하면서 대화록 공개를 촉구했다. 이에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대화록의 존재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만일 있다면 공개할 수 있는 문건인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비밀 대화록 논란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자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7년 10월 `비공개 대화록' 의혹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 카드로 압박하고 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9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10ㆍ4 선언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김정일에게 100조원의 퍼주기 회담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이라며 국조 실시를 촉구했다.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그런 내용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두 정상이 별도로 만난 적도 없는데다 녹취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라며 “한마디로 황당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노무현 재단 측도 무책임한 정치권과 일부 언론 보도이 '북풍몰이'에 나서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재단 측은 10일 성명을 통해 “아무리 대선을 앞두고 있더라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 노무현재단은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거나 북한의 핵보유는 정당한 조치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은 흡사 정 의원의 주장이 신빙성 있는 것처럼 대문짝하게 보도했다. 백보를 양보해도 노무현재단의 입장은 분명한 사실관계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언론은 양 쪽의 입장을 공평하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언론이 이런 최소한의 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것은 언론의 자유를 악용해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재단 측은 “무엇보다 우선 이번 사단을 불러일으킨 정문헌 의원부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 의원은 자신의 주장이 옳다면 면책특권을 버리고 정정당당하게 ‘비밀 대화록’의 실체에 대해 밝히고, 비겁하게 면책특권의 그늘에 숨어 일부 언론과 벌이는 주고 받기식의 악의적인 언론플레이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재단 측은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강력히 경고했다. 재단은 “더 이상 허위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 확산시키는 북풍몰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카더라’ 통신을 인용해 일단 보도하고 나중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국민을 기망하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