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제2의 보수 텃밭 ‘윤핵관’ 성적표 촉각…제주 민주당 6연속 싹쓸이 여부 관심
#강릉 권성동 5선 노려
국회 300석 가운데 강원 지역 의석수는 8석에 불과하지만, ‘윤핵관’ 실세들이 모여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에선 남다른 의미를 지닌 곳으로 꼽힌다. 강원에서 저조할 경우 국민의힘으로선 정치적 내상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전석을 석권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각오다.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온 민주당은 4석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춘천갑(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에선 허영 민주당 의원(초선)이 일찌감치 수성전 태세를 갖췄다. 허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보수 불패’ 기록을 깨뜨리며 민주당 계열 후보 최초로 당선됐다. 국민의힘에선 김혜란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노용호 의원(비례)을 꺾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며 탈환에 나선다.
MS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월 25~26일 춘천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할 것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41%, 민주당이 42%로 나타났다(이하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춘천을(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에선 3파전이 펼쳐진다. 현역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4선에 도전한다. 민주당에선 전성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이호범 전 강원특별자치도청 공무원노조위원장은 무소속 후보로 나섰다. 다만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거대 양당이 수성과 탈환을 두고 한 치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원주시갑에선 민주당 탈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박정하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후 이 전 사무총장이 8회 지방선거에 강원도지사로 출마했고, 원주시갑은 공석이 됐다.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박정하 후보가 재출마해 원창묵 전 원주시장을 약 15%포인트(p)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 박정하 의원과 원창묵 민주당 후보는 리턴매치를 치른다.
강원권 지상파 방송 3사가 입소스에 의뢰해 2023년 12월 15~17일 원주시갑 국회의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원창묵 민주당 후보 26%,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22%, 여준성 민주당 후보 14% 순이었다. 민주당 후보들 지지율을 합치면 40%로 박 의원보다 18%p 앞선다.
원주시을에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3선 도전에 나선다. 송 의원은 지역구 입지가 탄탄한 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이다. 국민의힘에선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을 내세웠다. 김 전 차관 부친은 김영진 전 강원도지사다. 앞서 강원권 지상파 방송 3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송기헌 의원이 지지율 36%로 압도적인 1위였다. 김완섭(5%) 김기홍(5%) 안재윤(4%) 권이중(4%) 최재민(3%) 등 국민의힘 후보 5명 지지율을 다 합쳐도 송 의원 지지율보다 15%p 낮게 나왔다.
강릉시에선 ‘윤핵관’ 맏형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5선 고지를 노린다. 권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할 만큼 지역구 장악력이 상당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중남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개혁신당에서는 이영랑 후보가 출마한다. 진보당에선 장지창 강릉청년센터 대표가 나왔다. 김한근 전 강릉시장이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국민의힘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지만, 결국 3월 19일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에서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독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성덕 새누리당 후보, 박응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3선을 노리고 있는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한호연 지역위원장을 공천했다. 강원권 지상파 방송 3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45%, 한호연 민주당 후보 19%로 집계됐다. 이 밖에 개혁신당에선 류성호 전 태백경찰서장이 출마한다. 자유통일당에선 홍순근 후보가 나섰다.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에는 ‘친윤계’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민주당은 3성 장군 출신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을 단수공천했다. 속초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 의원과 김 전 사령관이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권 지상파 방송 3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36%, 박상진 민주당 지역위원장 20%, 김도균 전 사령관 13%를 기록했다.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에서도 ‘친윤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재선을 노린다. 검사 출신인 유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검사 생활을 함께했다.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졌다. 민주당은 허필홍 후보를 배치했다. 홍천군의원과 홍천군수를 각각 두 차례씩 역임한 허 후보는 강석헌 진보당 예비후보와 단일화하며 표 결집에 나섰다. 다만 주민의 40% 이상이 6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율이 높은 곳인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쉽지 않은 승부가 점쳐진다.
#제주을 김한규 독주
제주에선 17~21대 총선까지 5회 연속 3개 선거구를 싹쓸이한 민주당이 6연속 승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의힘은 당초 탈환을 위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거물급 정치인 차출론을 고민했으나, 결국 중량감이 떨어지는 후보들을 내세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탈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주시갑에선 여야 모두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잇달았다. 민주당에선 송재호 의원(초선)에 맞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문대림 후보가 경선에 출마했다. 경선은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문 후보 측은 송 의원을 향해 알코올 중독 의혹 등 이른바 ‘5대 의혹’을 제기하며 거센 공세를 폈다. 문 후보는 송 의원과의 사적인 통화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결국 문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네거티브 공세에만 집중하며 ‘원팀 협약’을 파기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에선 고광철 전 국회의원 보좌관을 전략공천하면서 후폭풍이 일었다. 오랫동안 표밭을 갈아온 김영진 제주시갑 당협위원장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고광철 후보는) 세간의 표현을 인용하면 ‘듣보잡’ 인사에 불과하다”며 “과거의 선거처럼 민주당 후보에게 국회의원직을 헌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진 위원장은 국민의힘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3월 19일 후보직에서 사퇴한 뒤 고광철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주CBS, 제주MBC, 제주일보, 제주의소리 등 제주 언론 4사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3월 16~17일 제주시갑 선거구 유권자 6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대림 민주당 후보 54%, 고광철 국민의힘 후보 21%, 김영진 후보 10% 순이었다. 문대림 후보 지지세가 압도적인 상황이다.
제주시을에선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도전한다. 이에 맞서 김승욱 국민의힘 후보, 강순아 녹색정의당 후보가 출마했다. 김한규 의원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앞선 제주 언론 4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한규 민주당 의원 61%, 김승욱 국민의힘 후보 24%, 강순아 녹색정의당 후보 3%로 집계됐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김한규 68%, 김승욱 12%, 강순아 1%로 나타났다.
서귀포시에서는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3선을 노린다. 국민의힘은 ‘인재영입 1호’인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을 공천했다. 앞선 제주 언론 4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위성곤 의원이 5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기철 국민의힘 후보 37%, 무소속 임형문 무소속 후보 1% 순이다. 국민의힘에선 쉽지 않은 승부가 점쳐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용진 전 제주도당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허 전 위원장은 고기철 후보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지율도 밀리는 상황에서 보수 표심이 분열한다면, 위 의원이 수월하게 당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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