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인수, 연이어 회계기준 위반 드러나…한솔아이원스 “상장 적격성 충분히 입증할 것”
#증선위, 한솔아이원스 고발
한솔그룹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사내 공모를 통해 ‘한솔’이라는 그룹명을 정하고, 1994년에는 ‘한솔플랜 2000’을 선포하기도 했다. 한솔그룹은 1996년 개인휴대통신(PCS)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솔PCS는 시장 개척에 실패하고 상처만 남긴 채 2000년 한국통신에 매각됐다. 이후 한솔그룹은 한솔제지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에 집중했다.
한솔그룹은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의 삼남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다. 조동길 회장의 아들 조성민 한솔홀딩스 부사장은 지난해까지 한솔제지에서 친환경 신사업을 맡았다. 이인희 고문의 장남 조동혁 회장과 그의 장녀 조연주 부사장은 한솔케미칼만 담당하고 있다. 이 고문의 차남 조동만 회장의 근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솔그룹은 2020년 이후 반도체 등 전자부품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익률이 낮은 제지와 물류 사업에만 의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종산업 진출로 크게 곤욕을 치렀다가 3세 경영이 일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바뀐 걸로 안다”며 “한솔그룹에 리레이팅(재평가)할 요인이 있다면 반도체뿐”이라고 강조했다.
한솔그룹은 2022년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한솔아이원스를 인수했다. 그런데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최근 한솔아이원스의 전직 대표이사와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유형자산, 건설 중인 자산, 매출 등을 허위계상하고 특수관계자 거래 사실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선위의 고발에 따라 한솔아이원스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한솔아이원스는 지난 3월 15일 “한국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15영업일 내 결정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즉, 4월 4일까지 상장폐지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박인래 한솔아이원스 대표이사는 주주·투자자 안내문에서 “향후 양호한 영업 전망과 재무상태 건전성 및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제도의 개선을 적극 소명해 매매거래 정지를 조속히 해제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은 한솔그룹 반도체 사업에 있어 중요한 한 해다. 한솔그룹의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까지는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한솔테크닉스의 매출은 2022년 1조 3608억 원에서 2023년 1조 3027억 원으로 4.3%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9억 원에서 489억 원으로 12.4% 줄었다. 한솔아이원스의 매출 역시 2022년 1639억 원에서 2023년 1239억 원으로 22.4% 줄었고, 영업이익은 361억 원에서 82억 원으로 77.2%나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은 전방 산업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한솔아이원스는 지난해 4분기 안성시에 세정·코팅 신공장을 완공했다. 공장 완공으로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하지만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 가동률 저하에 따른 비용 급증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만 한솔아이원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솔아이원스는 거래정지와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신규 글로벌 장비사와 거래를 앞두고 있어서 상장 적격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신규 글로벌 장비사’가 반도체 제조용 광학 노광 공정 장치를 만드는 네덜란드 다국적 기업 ASML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내부통제 미흡 문제 도마 위
한솔그룹은 한솔아이원스의 상장폐지 이슈는 전 경영진이 유발한 문제이므로 회사 평판과 큰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내부통제 미흡은 한솔그룹 편입 이후 불거진 문제였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3월 감사결과를 발표한 2022사업연도 보고서에서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 회계 처리와 관련해 수익인식 기준을 검토하는 내부통제와 유형자산의 상각내용연수, 법인세 처리의 불확실성 등 주요 계정의 회계 처리를 검토하는 내부통제가 미비해 중요한 수정 사항이 발견됐다”라고 지적했다.
한솔그룹의 도약을 위해 인수합병(M&A)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솔그룹은 깔끔하게 기업을 매매한 사례가 많지 않다. 특히 한솔그룹이 매각한 기업은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일례로 한솔그룹이 2018년 매각한 한솔신텍은 매각 상대방에 기업 사냥꾼이 끼어 있어 문제가 됐다. 한솔그룹은 당시 조속한 구조조정 마무리를 위해 한솔신텍을 당시 주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그런데 일부 매수자가 주식을 곧바로 장내 처분해 소액주주에 큰 피해를 입혔다. 한솔신텍은 한솔그룹이 매각한 지 두 달 만에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곧바로 파산 결정이 내려졌다.
한솔그룹은 2017년 한솔넥스지를 무자본 M&A 세력에 지분을 넘겼고, 결국 한솔넥스지는 2019년 주식시장에서 사라졌다. 한솔그룹이 2020년 매각한 한솔씨앤피도 2021년 상장폐지됐다. 한솔아이원스의 최근 논란으로 인해 한솔그룹은 매각한 기업도, 인수한 기업도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매각한 기업이 바로 망가지는 것도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한솔그룹이 신사업 강화를 위해 M&A를 계속할 의사가 있다면 지주 내 컨트롤타워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솔홀딩스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신규 사업 등의 내용 및 전망 기존 사업의 유관 분야와 보유 역량을 활용해 내부 프로세스를 갖추고 신규 아이템 인큐베이션을 적극 실행해 나가고 있다”며 “M&A를 통한 성장 기회 발굴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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