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부터 영화 <26년> <남영동 1985> 촬영현장과 스틸 사진. |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은 MB의 관점에서 2007년 대선 유권자를 바라본다. “서민을 위한다고 했던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왜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졌습니까?”, “뭘 해주겠다 그렇게 약속한 것을 지난 5년간 잘했으면 나라가 이 꼴이 됐겠습니까?”, “지금 여당은 당 이름만 바꿔서 잘해보겠다고 또 나왔습니다” 등 2007년 거리 유세에서 MB가 국민들에게 했던 말들은 2012년 유권자들에게도 유효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김 감독은 “MB정권 5년을 정산하고 싶은 마음에 <MB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영화 <부러진 화살>로 화제를 모았던 정지영 감독이 이번엔 영화 <남영동 1985>로 다시 한 번 뜨거운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김 고문의 22일간의 고문 상황을 묘사한 이 작품은 ‘고문’ 그 자체만을 기록해 어두운 역사의 현실을 마주보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
인권을 짓밟는 독재정권에 대한 정 감독의 날카로운 비판이 담긴 <남영동 1985>는 오는 11월 29일 개봉할 예정이어서 대선을 앞두고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26년>도 촬영을 마치고 11월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 중이다. 이 영화는 2008년 캐스팅을 완료하고도 촬영에 돌입하기 직전 돌연 투자가 취소돼 “제작을 막으려는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 후 제작사는 4년 만에 예비 관객들에게 제작비를 투자받는 제작두레 형식으로 제작을 재개했다.
아직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을 암살한다는 설정인 데다 시작부터 외풍 의혹이 일기도 했던 만큼 <26년>은 정치적으로 화제가 되리라 예상된다.
▲ 박근혜 |
정치적 성향을 띈 영화들이 제작되는 것을 두고 대선을 띤 정치적 기획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남영동 1985>의 정 감독은 지난 6일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감독은 “개봉을 11월로 정한 까닭은 많은 주위 분들이 대선 전에 개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라며 “내가 만든 작품이 대선과 사회에 반영돼 뭔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감독으로서 보람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대선 후보들을 시사회에 초청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선 후보들이 꼭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며 “이 작품을 통해 통합과 화해의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바란다”고 전했다.
<MB의 추억> 김재환 감독 역시 지난 10일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교양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영화의 정치적 메시지를 통해 대선과 사회에 영향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면 투표가 하고 싶어질 것”이라며 “2007년 대선이 그랬듯 이번 투표가 앞으로의 우리 5년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26년>의 관계자들은 11월 개봉 논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제작사 관계자는 “4년 만에 다시 제작에 들어간 만큼 영화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 최대한 빨리 영화를 선보이고 싶어 11월에 개봉 날짜를 잡은 것뿐”이라며 “<26년>은 특정 정치인에 대해 공격하는 정치적 영화가 아니라 반성 없는 역사와 그 결과를 다룬 액션 영화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미 외압설에 한번 휩싸인 만큼 내년 정치 사회적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안전책으로 빨리 개봉하는 면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그녀에게> 제작사 측에서는 정치적으로 기획된 영화라는 논란을 강력히 부인했다. 드라마뱅크 측 관계자는 “<그녀에게>는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사랑을 다룬 멜로물”이라며 “박근혜 후보나 대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측에서도 “선거용 기획 영화라는 야당의 공세를 받을 게 뻔한데 박 후보가 왜 무리수를 둬가며 육영수 여사 영화를 기획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지난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박 후보 측이 <그녀에게>를 통해 후보를 지원, 홍보하려 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노 의원은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그녀에게> 관련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을 모 의원실에서 발견했고, 이 문건에는 문건 작성자가 영화 제작사 대표와 만났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영화에 대한 투자 제안과 촬영장 방문 및 개봉 시 관람 계획 등 영화를 대선에서 박 후보 홍보에 활용할 방안이 실려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실제 문건이 박 후보 측에 전달돼 영화 투자와 홍보 계획이 이루어졌는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만약 이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