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후보 과거 언행 도마 위, 가족 찬스 후보도 뒷말…‘찐윤’ 이철규 비판에 명단 일부 수정
#시작부터 ‘삐거덕’
3월 18일 국민의미래는 비례대표 후보 35인 명단을 발표했다.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 △몸담아온 분야에서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갖춘 사람 △국민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인재 등을 기준으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명단발표 당일 유 위원장은 실언으로 빈축을 샀다. 유 위원장은 비례대표 1번인 최보윤 변호사를 소개하면서 “사법시험 이후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어 ‘정상인과 장애인을 모두 이해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브리핑에서 “이미 법령에서도 정상인과 같은 차별적 용어들은 비장애인으로 바뀌었는데 이것도 몰랐던 거냐”고 꼬집었다.
3월 19일 유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전날 비례대표 후보자 발표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저의 잘못된 표현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마음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표현에 있어서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은 계속됐다. 당선권인 비례대표 17번에 배치된 이시우 전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 서기관은 골프 접대 의혹으로 4급 서기관에서 5급 사무관으로 강등됐던 사실이 뒤늦게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국민의미래는 3월 19일 이 전 서기관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 이 전 서기관은 공천 취소 결정을 받아들인다면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대학 선배와 친구 두 명이 함께 추석 연휴에 가졌던 개인 자리로 접대 성격의 자리가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면접 없이 당선권인 10번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3월 18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당초 김 의장은 심사 서류 접수 자체를 거부당했다. 폭력과 공금횡령 등의 혐의가 문제 됐다. 그런데 발표 당일 김 의장의 이름이 비례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전과 부분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비례대표 재선 논란에 휩싸였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당 지도부에 있는 인물의 비례대표 재선을 허용한 셈이다. 앞서 박정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이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6번을 받자 “몰염치한 ‘셀프 공천’으로 또다시 비례대표 재선이라는 촌극도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한지아 을지과학대학 의정부 을지대학병원 재활의학과 부교수(11번)와 강세원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행정관(13번)은 가족의 후광에 힘입어 공천을 따냈다는 뒷말이 나왔다. 강 행정관 아버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다. 강 변호사는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이었다. 한 교수 큰아버지는 동교동계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다. 이 때문에 동교동계와 가까운 여권 특정 인사가 밀어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은 당선권인 14번에 배치됐다. 김 전 사장은 MBC 대표이사 시절 기자·PD·아나운서 등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내는 등 부당노동행위로 2023년 10월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 전 사장은 판결 4개월 만인 2월 6일 사면받았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3월 18일 성명을 내고 “(김 전 사장 공천은) 윤석열 정권의 비뚤어지고 왜곡된 언론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 전 사장은) 선정 기준 세 가지 중 어디 하나 해당되는 게 없다”고 했다.
과거 언행이 문제가 된 인사들도 있다. 당선 안정권에 배치된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8번)은 “저는 좌익진보라는 사람들이 아직 철이 안 든 로맨티시스트라고 본다”(2023년 8월 23일, 국민공감 강연), “링컨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보다 백배는 더 독재 했다”(2017년 7월 4일 기독일보 보도), “자유주의 신학은 교계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2018년 3월 22일 ‘CBS 초대석’) 등의 발언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2022년 8월 보수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나와 “조심스럽지만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해서 (의문이) 많다. 저도 5·18에서 통역을 한 사람이지만, (가짜 유공자에 대한) 의문이 많으니까”라며 “정말로 (5·18에) 기여한 사람은 예우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20년 10월 유공자 명단 비공개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관련기사 “박정희·김대중 존경” 푸른 눈의 혁신위원장 인요한 따라잡기).
김민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9번)는 2020년 6월 8일 21대 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2020년 4월 15일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해 ‘21대 총선을 부정선거라 규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설명되어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 교수는 투표지 분류기 조작 가능성, 사전투표와 선거 당일 투표에서의 현격한 득표율 차이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영상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한 뒤인 2021년 12월 30일에는 선거대책회의석상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지나치게 많이 후퇴했다며, 울산시장 부정선거는 물론 2020년 총선 재검표도 제대로 진행되는 게 없다고 발언했다.
전날인 12월 29일에는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남학생들은 군대 가기 전이라고 해서 술 마시고 학점 안 나오고. 군대 다녀오고 나서는 적응하는데 학점 안 나오고. 이 사이에 여학생들은 학점이 잘 나오는데 남학생들은 너무 안 나오는 게 아니냐”며 “이게 남학생들의 불만, 이대남 불만의 큰 원인”이라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호남 후보자 거센 반발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정당득표율 15% 미만 지역 출신 인사를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후보 순위 20위 이내에 25%(5명)를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호남권 인사는 강선영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5번), 인요한 전 위원장뿐이다. 이 밖에 호남권 인사는 김화진 전 전남도당위원장(22번),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24번) 등이다.
호남 지역 후보자들은 반발했다. 주기환 국민의힘 전 광주시당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겠다”며 “오늘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광주 배려는 아예 없었다”고 했다. 주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배숙 전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은 3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험지인 전북에서 열심히 하는 분들이 당헌·당규의 취약지역 배려 조항에 희망을 가졌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아 실망이 크다”며 “호남 민심이 더욱 싸늘해졌다. 전북 지역 출마자들은 부당한 처사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후보직을 전원 내려놓겠다”고 했다.
전주시을에 출마한 정운천 의원은 3월 19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약지역 비례대표 우선 추천을 (국민의힘) 국회의원 85명의 동의와 서명을 받아 당헌 당규에 넣었다”며 “이 불모지에서 나중에 비례대표라도 될 수 있는 충분한 기대를 가진 것인데 그것까지 봉쇄한다면 출마해야 할 명분이 약화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안에서도 파열음이 나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이 충돌했다. 명단발표 직전 두 사람은 통화로 비례 순번을 논의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서로 ‘관두겠다’는 식의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명단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지고,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해 온 사무처 당직자는 당선권에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고 적었다. 한 위원장은 3월 19일 “원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그걸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건 우스운 얘기”라며 “시스템에 따라 공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3월 20일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공천은 그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 자매정당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한몸”이라며 “국민의미래 당직자 임명부터 공천 과정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책임 하에 진행돼 온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말다툼 보도에 대해서는 “발표 직전까지 명단도 몰랐다. 비례대표 관련해 한 위원장과 충돌이 발생할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심야 회의 끝에 후보자 명단을 재의결했다. 1~12번까지는 그대로였다. 13번에는 강세원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대신 조배숙 전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이 배치됐다. 강 전 행정관은 21번으로 순번이 밀렸다. 공천이 취소된 17번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 서기관 자리에는 이달희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기존 23번)가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인 임보라 전 당무감사실장(29번→23번)과 서보성 전 대구시장 사무처장(26번→24번)은 각각 순번이 앞당겨졌다. 김민정 전 보좌진협의회장은 25번에서 27번으로 순위가 뒤로 밀렸다. 김영인 전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30번)은 새롭게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호남과 당직자를 배려해달라는 이철규 의원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모양새다. 그러나 이 의원이 한 위원장에게 추천했다고 알려진 주기환 전 위원장,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 김영민 당 디지털정당위원장 등은 후보 명단에 들지 못했다. 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이미 신청 철회 의사를 밝힌 후보자는 명단에서 제외하고 호남 및 당직자들을 배려했으며, 직역별 대표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일부 순위를 재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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