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관광공사가 51%의 지분을 소유한 GKL이 운영하는 세븐럭 카지노. 이번 국감에서 외국인 고객에 대한 성매매 알선 의혹이 제기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GKL은 카지노 외국인 고객을 위해 3년간 유흥주점에서 60억 원 이상을 사용했다. 특히 2010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YTT에서 사용한 금액은 536차례에 걸쳐 11억 7201만 원에 달한다. 박 의원이 GKL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YTT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사정기관의 철퇴를 맞은 업소라는 사실 때문이다. 즉 YTT에서 고액의 봉사료가 지불됐다는 것은 단순한 술값이 아니라 성매매 봉사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GKL이 결제한 다른 유흥업소에서도 불법 성매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복수의 증언이 있어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공기업인 GKL이 거액을 유흥업소비로 결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콤프(COMP)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콤프는 고객의 게임실적에 따라 적립되는 마일리지로, 카지노 사업자가 고객의 그레이드에 따라 무료로 숙식이나 항공권 등 각종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콤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카지노 영업 준칙에도 나오는 카지노 특유의 마케팅 기법으로 ‘고객유치’를 위해 전 세계 카지노에서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고객유치 및 돈을 잃은 고객 달래기, 재방문 유도 목적으로 운영되는 콤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콤프가 숙박이나 식사, 교통권, 물품 등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 및 카지노 이용객에 따르면 마일리지의 상당액이 안마시술소,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자료에는 콤프 마일리지의 상당한 금액이 유흥업소에서 사용됐고 GKL 측이 결제한 정황이 나와 있다. 특히 YTT에서 거액이 지불됐다는 것은 공기업인 GKL이 카지노 고객들에게 성매매를 사실상 알선 혹은 방조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GKL의 콤프가 도마에 오른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부터 운영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GKL의 콤프는 성매매 알선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는 국감에서도 매번 단골 메뉴였다.
실제로 2008년 GKL에서 제출받은 카드사용내역서를 분석한 진성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룸살롱과 단란주점, 퇴폐안마시술소 등에서 회당 수십만~수백만 원의 금액이 여러 차례 결제됐음을 지적한 바 있다. 또 2009년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GKL 직원들이 외국인과 업소를 출입하며 법인카드를 펑펑 써댔음을 문제 삼았다. 즉 외국인 고객 유치와 홍보를 위해 사용되는 콤프 마케팅 카드가 성매매가 이뤄지는 부적절한 곳에서 공공연히 쓰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관광공사 감사에서는 GKL 직원이 고객과 안마시술소를 출입한 사례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일종의 고객 사은 차원에서 발행되는 콤프가 성매매 등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곳에서 버젓이 사용되는 것은 이미 여러 국회의원들이 인지했고 수차례 문제제기가 돼왔던 셈이다.
이는 유명 업소 관계자한테서도 확인된다. 역삼동의 한 룸살롱 관계자는 “세븐럭 고객들은 우리에게도 에이스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기도 하고 직원들이 데려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섹스관광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억지스럽다. 그냥 ‘기분 좀 풀고 즐기라’ ‘카지노 두 배로 재미있게 즐기기’ 취지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세븐럭의 한 직원은 “카지노 고객 중 밤 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개중에는 퇴폐업소나 2차가 가능한 업소를 찾는 이들이 있으니 회사로서는 법인카드를 사용해 결제를 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지노 사업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 어제오늘내일 룸살롱.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또한 2년간 세븐럭을 찾은 외국인 고객이 강남의 YTT에 무려 500번 이상 방문해 12억 원 가까운 돈을 사용했다는 것도 의혹을 살 만한 일이다. 세븐럭 카지노 고객들은 1.36일에 한 번꼴로 YTT를 찾은 셈이 된다. 특히 GKL 직원들이 추천하거나 아예 고객들과 동행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업소와의 유착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세븐럭을 비롯한 카지노 업계 역시 국감에서 제기된 성매매 알선 의혹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세븐럭의 한 관계자는 “콤프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사업자 측에서도 스트레스가 심하다. 하지만 콤프는 순전히 고객의 필요와 뜻에 따라 사용되는 것이다. 이걸 막으면 우리나라 카지노를 찾을 고객은 없다. 유흥업소 사용을 제한하면 고객들의 불만이 엄청날 것이고 당장 카지노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콤프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공기업의 도덕성과 연관돼 있다. 즉 공기업인 만큼 GKL은 외국인 고객이 불법 성매매 업소에 출입할 시 불법임을 고지해야 함에도 오히려 특정 업소 출입을 방조하고 알선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은 고객유치 차원을 넘어 GKL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와 관련 카지노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물론 GKL이 성매매업소 혹은 특정업소와 진짜로 어떤 유착이 있다면 큰 문제다. 하지만 GKL이 공기업이라해서 고객들에게 어떤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 유흥업소나 부적절한 행위가 이뤄지는 곳의 출입을 자제시키기도 사실 곤란하다. 고객들이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비용이 콤프로 결제되는 것도 오래된 관행이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