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늘리자 ‘지역인재전형’ 노리고 작년 가을부터 이사…대전·천안 등 유명 학군지 아파트 수억씩 올라
#대전 학원가는 알고 있었다
정부가 3월 20일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고, 비수도권 의대에 1639명(82%)이, 경인 지역 의대에는 361명(18%)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 27곳의 정원은 2023명에서 3662명으로 늘었다.
지역인재전형 비중도 늘었다. 당초 비수도권 의대들은 올해 정원의 52.9%인 1071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을 계획이었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60% 이상으로 올린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방대학이 소재하는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입학부터 졸업까지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거나 졸업 예정인 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뽑도록 하는 제도다. 즉, 지역인재전형 비중이 60%라면 입학생 10명 가운데 6명을 해당 지역 학생으로 채워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인재전형 경쟁률은 의대 선발 규모가 클수록, 해당 지역의 학령인구가 적을수록 낮아진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일찍부터 지방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해당 지역의 중·고교를 6년 동안 다녀야만 지원 자격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인원을 배정받은 지역은 충청권이다. 비수도권 증원분 1639명의 33%에 해당하는 549명을 배정받았다. 지역 내 위치한 의대는 건국대글로컬(60명 증원)·건양대(51명 증원)·단국대 천안캠퍼스(80명 증원)·순천향대(57명 증원)·을지대(60명 증원)·충남대(90명 증원)·충북대(151명 증원) 등 7개로 총 정원은 421명에서 97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일부 발 빠른 학부모들은 정부 발표보다 앞서 지방 유학을 떠났다. 충청권의 대표 학군지로 거론되는 대전 둔산동에는 이미 2023년 10월부터 의대 증원 소식이 학원가를 중심으로 퍼진 까닭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A 씨도 2023년 경기도에서 대전으로 이사했다. 2024년 2월 의대 증원 정책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오르기 전이다. A 씨는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자녀가 지난해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했다. 의대 증원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인재전형을 노려야겠다는 생각에 지방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와 주민들은 3월 26일 “지난해 말 학원가에 의대 정원 확대 소식이 돌았고 지역에선 기사까지 나면서 비슷한 시기에 집값이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 둔산동 내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크로바, 한마루, 목련 등의 아파트 단지는 이미 2023년 말부터 집값 상승세를 탔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크로바 아파트 전용 101㎡는 2024년 3월 11억 8000만 원에 거래됐다. 2023년 5월 9억 5000만 원, 6월에는 6억 6000만 원으로 크게 하락했으나 2023년 10월부터 11억 원대 후반~12억 원대로 반등한 뒤 지금까지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대전지방법원 건너편에 자리한 한마루 아파트 전용 101㎡도 2023년 4월 6억 9000만 원까지 하락했지만 연말부터 점차 반등세를 보였다. 2023년 10월에는 8억 9800만 원, 11월에는 8억 9500만 원에 거래됐으며 2024년 3월에는 8억 2000만 원에 팔렸다.
둔산동 목련 아파트 역시 전용 134㎡가 2022년 15억 5000만 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2023년 6월 12억 원대까지 하락했다가 2024년 2월 다시 14억 700만 원에 거래됐다.
이에 대해 둔산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학군지 중심지인 ‘크목한’은 꾸준히 수요가 있었다. 지난해 6월과 7월에 살짝 가격이 하락했었지만 9월과 10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탄 이후로 가격을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지역 내에서의 이주를 고려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인근 입시 학원 관계자는 “의대 증원 발표 이후로 상담 전화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이사를 오고 싶다는 문의 전화도 있고 반대로 세종시로 이사를 고민하는 분도 있다. 아무래도 학구열이 높은 둔산동에서는 좋은 내신을 받기 어려워서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45명 중 1명이 의대 가는 강원도도 주목
서울과 인접한 천안도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천안 서북구 불당동은 천안의 강남으로 불리는 곳으로 신축단지가 모여있는 대표 학군지로 거론된다. 특히 천안불당지웰더샵 전용 99㎡는 2024년 3월 10억 3700만 원에 거래됐다. 2023년 5월 8억 8000만 원대까지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1억 5000만 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학령인구가 낮아 의대 입시 경쟁률이 가장 낮아진 강원도도 의대 증원 수혜지역 중 하나다. 강원권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수는 2023년 기준 1만 1613명이다. 지역 의대 4곳(강원대·연세대 분교·한림·가톨릭관동대)의 입학 정원은 기존 267명에서 432명으로 165명 늘었다. 정부 방침대로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60%(259명)까지 늘려 선발할 경우 강원도 내 수험생 45명 가운데 1명이 의대를 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강원의 대표적 학군지이자 유명 학원가가 모여있는 춘천 후평동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크게 두드러지는 상승세는 보이지 않았다. 후평동에 소재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의대 증원 발표가 난 이후 종종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서울에서도 오고 같은 강원도에서도 온다. 다만 집값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거나 큰 변화가 체감 되는 수준은 아니다. 실질적인 시장 반응이 오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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