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왠지 허전… 축구 유망주들이 줄줄이 해외에 진출하며 K리그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신예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하지만 정말 그럴까.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고,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풍요 속의 빈곤’이나 진배없다. 뭔가 빠진 듯 허전한 느낌은 감추기 어렵다. 2%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어느 순간 끊겨버린 신예들의 탄생이 안타깝다. 걸출한 신인 선수, 될성부른 떡잎들이 이제 완연히 자취를 감춘 인상이다. 스타급들은 대개 유럽 무대에서 도전을 하고 있고, 준척들 역시 대개 유럽 이외의 해외 무대를 누비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더 이상 K리그는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름값이 높은 스타들이야 그렇다손 쳐도, 그 외의 선수들(약간 이름값이 있는 정도)조차 해외 리그를 더욱 선호하는 분위기다. 당연히 K리그 신인왕 경쟁 역시 임팩트가 없어 보인다.
끊이지 않는 영건들의 유출, 또 그로 인해 ‘왠지 추락해가는 듯한’ K리그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허술한 신인 관리?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정몽규)은 올해 각 구단들과 내년 시즌부터 반드시 신인 선수 한 명을 자유 선발로 뽑도록 결의했다. 나머지 신인 선수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드래프트 지명 방식을 통해 선발하게 된다. 이후 매년 자유 선발 선수를 한 명씩 추가적으로 늘리고 2016년부터는 모두 자유선발로만 신인 선수를 뽑게 된다. 2006시즌 부활한 드래프트제의 종말이 머지않았음을 증명한다. 이는 올해 초 정기총회와 지난달 중순 정기이사회를 모두 통과한 내용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3시즌부터 모든 구단들은 23세 이하 선수를 18명의 출전 엔트리에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취지는 나쁘지 않다. 유소년 클럽 시스템의 활성화와 함께 유스 출신 선수들의 지속적인 경기 출전 보장을 통한 유망주 발굴을 위함이다. 이와 함께 프로연맹은 2014년에는 엔트리에 2명을 무조건 등록시키도록 했고, 2015년부터 엔트리 2명 등록에 한 명 이상 의무 출전을 결정했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이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말이 좋아 자유계약이다. 자유계약으로 선수를 뽑을 경우, 계약금 1억 5000만 원, 연봉 3600만 원에 5년 계약 조건을 기본으로 했다. 지나치게 좋지 못한 처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연봉 부분만 해도 드래프트 1순위 선수가 받는 금액보다 낮아졌다. 드래프트 1순위는 계약금이 없지만 연봉이 5000만 원이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노예 계약’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허술한 규정으로 결국 눈길을 해외로 돌리게끔 한다는 의미다. 어린 선수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 일본이다. 1부 리그인 J리그는 물론, 2부 리그인 J2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은 대개 ‘봉’으로 취급받는다. 대학교를 마치고, 혹은 학업을 채 끝내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선수들이 끊이질 않는다. 몸값이 크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질도 나쁘지 않은 탓이다.
항간에서는 ‘좋지 않은’ 커넥션에 대한 낭설이 끊이질 않는다. 특정 에이전트와 대학교 지도자들의 담합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얘기가 ‘말 많은’ 축구계에서 자주 등장한다.
일본 무대로 떠난 선수들이 특급 대우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럭저럭 용병 대우를 해줄 수 있을 뿐이지 확실히 자리를 잡는 건 굉장히 어려운 미션이다. 현재 50여 명 남짓한 선수들이 J리그와 J2리그에 진출해 있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고, 고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이들은 예닐곱 명에 불과하다.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국내에서도 쓸 만한 젊은 선수들을 찾는 일이 무척 어려워졌다.
유명 선수를 유럽으로 진출시킨 경험이 있고, 스타 선수들 몇몇을 관리 중인 한 중견 에이전트는 “K리그는 젊은 선수들에 더 이상 매력을 주지 못하는 곳이 돼 버렸다. 프로 스포츠는 결코 돈을 빼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게 정상적이고 건강한 프로 스포츠다. 일본도 많은 급여를 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K리그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대부분의 어린 선수들이 하고 있다. 이런 시선을 확실히 바꿀 수 있는 계기를 프로연맹과 구단들이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J리그 사간 도스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3인방 여성해, 김민우, 김근환(왼쪽부터). |
지방의 유력 A 구단에서 핵심으로 활약해온 ‘준 스타급’ 선수인 B가 있었다. 젊은 B는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으레 그렇듯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모 지역 C 구단으로 임대됐다. 참고로 일본은 아니었다.
하지만 B의 C 구단 진출은 축구계에 통상적으로 알려진 임대 이적과는 조금 달랐다. 대개 임대라 함은 선수의 기량은 좋지만 팀 내에서 뛸 자리가 없어 새로운 행선지를 알아볼 때 이뤄지곤 한다. 물론 여기에는 구단의 수익까지도 염두에 둔다. 괜찮은, 또는 좋은 선수를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벤치에 앉혀두는 건 구단에게도 막대한 손해다.
당연히 바람직하고 건강한 임대 계약이 성사되면 구단에게도 득이 되고, 선수 역시 나쁘지 않다. 서로에게 철저한 ‘윈-윈(Win-Win)’ 계약이다. 그렇지만 사실 B의 케이스는 다소 아쉬웠다. 일단 헐값이었다. A 구단으로부터 받았던 급여보다는 2~3배 가까이 많았으나 ‘세금도 없고, 급여도 후한’ 이미지 속에 그려지는 모 지역의 클럽치고 너무 박한 처우였다.
고운 시선만 줄 수 없는 까닭이다. 더 아쉬웠던 부분은 B가 받는 급여의 두 배 가량을 A 구단이 챙긴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대다수 임대 계약은 구단에 주어지는 임대료보다 선수에 주어지는 보상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본 J리그의 D 구단으로 단기 임대된 선수 E만 해도 임대료 10만 달러, 급여 12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E의 사례만 봐도 B는 극히 드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를 놓고 대다수의 축구인들은 “(B가 계약 내용에 동의했으니) 문제가 없지만 (시장 논리와 상식을 깼다는 점에서) 문제는 약간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항간에서는 B가 임대를 통해 내년 말까지 돼 있는 A 구단과의 계약기간이 임대 기간만큼 연장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결국 A 구단은 B를 대단히 성공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B의 지인들의 전언은 제각각이다. 일부는 “B가 나쁜 계약 조건에 사인한 건 아니다. 돈도 K리그 시절보다 많이 벌고, 나름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그곳에서 성공하면 더 좋은 팀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게 아니냐”라고 한다. 반면 몇몇 지인들은 “갓 성장하기 시작한 선수에게 그 지역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 또 떼돈을 번 것도 아니다. 전혀 매력이 없다”고 한다.
물론 B의 건이 불법은 아니다. 임대 계약을 할 때 꼭 선수가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다만 미래가 창창한 젊은 선수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곳이, 그것도 의외의 조건에 낯선 미지의 땅으로 쉽게 내보내는 곳이 K리그라는 사실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K리그는 보다 매력적일 필요가 있다. 선수 보호의 방법은 여러 가지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