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여성이 노래하면 손님이 심사위원이 돼 ‘초이스’…강남 몇몇 룸살롱 시도 후 인기 끌지만 반짝 효과
국가가 전반적인 불황으로 힘겨울지라도 유흥업계 입장에선 버틸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선거철이다. 대선이나 총선 등을 앞둔 선거철에는 아무래도 현금이 많이 풀린다. 그런다고 유흥업계가 호황이면 문제이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는 그래왔다. 그렇지만 지난 10년여 동안 이런 흐름이 크게 변화했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한국의 선거 문화가 보다 투명하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의미지만 유흥업계 입장에선 고정적이던 호황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또한 경기가 불황일지라도 주식시장 흐름이 좋으면 유흥업계는 호황이었지만 이런 흐름도 끊긴 지 오래라고 한다. 요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제 유흥업계 입장에서는 남의 일이 돼 버렸다. 경기 자체가 워낙 불황인 데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며 음주 문화도 변화해 1차로 끝나는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유흥업소를 찾는 발길 자체도 크게 줄었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이런 흐름에서 최근 유흥업계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하나 뜨고 있다. 바로 '트롯 오디션' 콘셉트다. 서울 강남의 몇몇 룸살롱이 시도해 큰 인기를 끌어 입소문이 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사업 관련 룸살롱 방문이 잦은 한 40대 사업가는 “접대여성들이 돌아가며 준비해 온 트롯을 한 곡 부르고 손님들이 심사위원이 돼 채점하는 방식”이라며 “일종의 접대여성 초이스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손님 옆에 앉게 된다. 노래를 잘하는 이들도 있지만 섹시한 안무나 재치 넘치는 인사 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요즘 유흥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강남의 유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트렌드의 시작은 새로운 방식의 초이스였다고 한다. 단순히 접대여성들이 우르르 룸에 들어가 손님들의 초이스를 받는 방식을 벗어나 재치 있게 자신을 소개한 뒤 트롯을 부르고 손님들이 채점을 해서 접대여성을 초이스하는 방식이다. 한창 방송에서 트롯 오디션이 인기를 끌던 2024년 1월 즈음 한 룸살롱에서 이런 방식을 시도해 인기를 끌면서 다른 업소들도 이런 방식을 도입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 상무는 “요즘에는 룸만 있는 형태보다 룸과 홀이 혼재된 룸살롱이 많아졌고 홀을 선호하는 손님들도 많다. 처음에는 무대와 밴드가 갖춰진 홀에서 이런 방식으로 초이스를 하는 형태였는데 그러면 자연스레 홀 분위기가 올라간다”면서 “불황으로 빈 룸도 많은데 홀 분위기가 올라가야 가게 전체에 생기가 흐른다. 이런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에는 룸에서도 이런 방식의 초이스가 이뤄지곤 한다”고 최근 분위기를 설명했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흐름을 달라진 음주 문화에 적응하는 단계라고도 설명한다. 밀폐된 룸에서 옷을 벗고 문란하게 노는 분위기 위주였던 룸살롱 등 유흥업소가 최근에는 상당히 건전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 사장은 “예전처럼 룸살롱에서 난잡하게 놀려고 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 2차를 가고자 하는 손님도 거의 없다”면서 “대신 아가씨(접대여성) 퀄리티가 중요하다. 2차가 없고 신체접촉도 많지 않아 좋은 아가씨를 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크지는 않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손님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라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접대 여성들의 매력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트롯 오디션이 도입된 것이다. 과거에는 ‘계곡주’ 등과 같이 노출은 기본일 만큼 매우 난잡한 방식의 인사를 통해 접대여성 초이스가 이뤄졌는데 요즘 달라진 음주 문화에 맞춰 트롯 오디션 방식까지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센스 있게 자기소개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매력을 선보이며 흥을 띄우는 방식이다.
이런 몸부림에도 손님이 크게 늘지는 않는다는 게 유흥업계의 현실이다. 몇몇 업소가 이런 방식을 도입해 손님이 늘기는 했지만 대부분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룸살롱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유흥업소는 막 노는 분위기라야 호황이다. 계곡주 따르고 그럴 때가 전성기였다. 그런데 이제 그런 문화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그나마 텐프로를 표방한 업소들은 조금 버티는 수준이고 정통 방식의 룸살롱은 노래주점 등으로 변신해 더 싸게 손님을 많이 받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싸게 해도 손님 자체가 많지 않아 고민”이라고 요즘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유흥업계가 돌이킬 수 없는 사양업이 되는 흐름이라며 아예 업계를 떠나는 것을 심각하고 고려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도 많다.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경기도의 한 위성도시에 있는 룸살롱은 2023년부터 아예 라이브 카페 방식을 도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업주가 직접 홀에서 노래도 하고 진행을 보며 무명 가수들을 데려와 라이브 공연도 했다”라면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화제가 됐지만 오히려 손님은 더 떨어졌다고 한다. 요즘 유흥업소가 많이 건전해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손님은 계속 줄고 있어 서서히 한국 사회에서 룸살롱 문화 자체가 사라져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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