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고부터 ‘속옷 활보’까지 1~2월에만 14건 접수…약에 취해 스스로 경찰 부르는 등 엽기 행각도
요즘 마약 뉴스는 마약 투약자가 중심이다. 마약 오염국이 되고 몇 년,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든 마약으로 인해 마약 투약자가 길거리에서 난동을 부리고 마약운전을 하는 등 관련 사건·사고가 급증했다. 2024년 새해 들어 1~2월 단 두 달 동안 화제가 된 마약 투약자 관련 사건·사고가 14건이나 된다.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에 출동했더니…
1월 5일 오후 10시 52분경 경북 영주시에서 “옆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바로 출동한 경찰은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집 거주자를 설득해 겨우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이 경찰청 공식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집 안에 극도로 흥분된 상태로 보이는 남성이 나체로 피를 흘리고 있다. 경찰이 다가가려 하자 “나 잡아봐라”고 외치며 여기저기로 마구 뛰어 다녔다. 경찰이 진정시키려 하자 남성은 자해까지 시도했고 경찰은 어렵게 이 남성을 제압해 수갑을 채워 자해를 막았다. 남성은 마약에 취한 상태였고 집 안에서는 케타민, 액상대마,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케타민에 액상대마까지 흡입했다고 진술했다. 싸움으로 오인한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마약사범을 체포하게 된 셈이다.
스스로 경찰에 신고한 마약사범들도 있다. 1월 11일 오전 8시쯤 종로구 평창동 빌라에서 “남편이 죽을 수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가정폭력 사건으로 판단한 경찰이 긴급 출동했다. 경찰이 도착해보니 가정폭력 현장으로는 보이지는 않았다. 빌라에 성인 남녀 5명이 모여 있었기 때문인데 다들 비틀거렸고 언행도 어눌했다. 게다가 팔에서 주사바늘 흔적도 보였다. 바로 경찰이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했는데 5명 가운데 4명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하루 뒤인 1월 12일 오후 3시 30분쯤에는 강남구 소재의 한 주택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바로 출동한 경찰은 신고자인 20대 남성을 만났다. 신고자는 경찰에게 “밖에서 절도범이 문을 열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외부에서 침입하려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신고자가 계속 횡설수설하는 가운데 경찰은 집 안에서 마약 투약 용도로 의심되는 주사기를 발견했고 바로 필로폰까지 찾았다. 바로 마약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해 양성 반응을 확인한 경찰은 신고자를 긴급 체포했다.
마약에 취해 스스로 경찰을 부른 황당한 일이 이틀 연속 벌어졌는데 ‘마약오염국’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흔한 일이다. 2023년 11월에도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마약에 취해 도둑이 들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아예 경찰 지구대를 직접 방문한 마약사범도 있다. 3월 2일 오전 8시 40분쯤 경기 광명시의 한 도로에 속옷 차림으로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칼부림 사건처럼 흉기로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사건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경찰은 코드 제로(최단시간 출동 등의 대응이 요구되는 최고단위 위험 단계)를 발령했다. 이에 경기 광명경찰서 하안지구대 경찰들이 현장으로 출동하려는 순간, 그 남성이 하안지구대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우선 경찰은 출입문을 막고 남성의 진입을 막으며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경고했다. 스스로 경찰 지구대를 찾아온 이 50대 남성은 가족들이 납치됐다며 횡설수설했다. 경찰이 거듭 진정시키자 남성은 흉기를 내려놓았고 경찰은 마약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했는데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음주측정보다 마약 검사를 먼저 해야 하나…
1월 14일 낮 1시 무렵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교차로에서 SUV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도 차단봉과 건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도에는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이 있었는데 차량이 바로 옆으로 돌진해 크게 놀라긴 했지만 다치진 않았다. 차에서 내려 차량 상태를 확인한 운전자는 아무런 사고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운전석에 탄 뒤 현장에 그대로 머물렀다.
15분여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바로 음주 측정을 했지만 음주 운전이 아니었다. 다시 간이 마약 검사를 진행했는데 여기선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운전자 집에서 케타민 등 마약 투약 도구를 발견해 압수했는데 당시 운전자는 집에서 케타민을 복용한 뒤 바로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월 12일에는 오전 5시 10분 무렵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의 한 도로에서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 받는 사고가 있었다. 그렇지만 해당 차량은 사고 수습을 하지 않고 바로 도주했고 목격자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음주운전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당 차량의 이동경로를 추적해 문제의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은 음주측정을 진행했지만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는데 분명 운전자는 말투가 어눌하고 행동도 이상했다. 이에 차량 내부를 수색하자 필로폰과 주사기가 발견됐다.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1월 31일 밤 서울 관악구 한 도로에서 승용차가 오토바이를 치고 도주하는 뺑소니 사건이 발생했다. “뺑소니 차량을 쫓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는데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은 도중에 차량까지 버리고 도주했다. 결국 경찰은 운전자와 동승자 1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며 2월 2일 또 다른 동승자도 체포했다.
음주 사고일까. 경찰은 이들이 버리고 도주한 차량에서 필로폰과 투약기구 등을 발견했다. 운전자는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운전 중에 사고를 낸 것인데 심지어 무면허 운전이었다. 3명 모두 캄보디아 국적으로 동승자 2명은 이미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인 상태였다.
2월 28일 오전 8시쯤 경기 포천 시내 한 도로를 검은색 외제차 한 대가 운행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운행이 아니었다. 차선을 넘나드는 것은 기본이고 신호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해당 차량이 이상하다고 여긴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추격을 시작했는데 문제의 차량은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고속도로에서도 보호난간과 옹벽을 연이어 들이받았지만 차량은 멈추지 않았다. 추격하는 시민이 1분가량 정차를 유도해 겨우 갓길에 차량을 세웠다.
음주운전으로 여겨 추격하며 경찰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린 시민은 경기 포천소방서 구급대원이었다. 대형사고 현장 경험이 많은 구급대원은 해당 차량으로 인해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차량의 운행을 중단시켰다. 운전자는 20대 여성으로 술 냄새는 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했고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2월 29일 오후 2시 무렵에는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한 주유소 세차장 입구를 막고 주차한 차량에 대한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차량이 세차장 앞을 막아 다른 차량의 통행을 막고 있는데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버텼다. 경찰이 출동해 확인하니 운전자는 20대 남성으로 역시 마약운전 중이었다. 간이 마약 검사에서 양상이 나오면서 운전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맨발은 기본, 옷까지 벗고 거리 활보
도로에는 마약 운전 중인 차량만 있는 것은 아니다. 2월 28일 오전 11시 15분 즈음 경찰에 “맨발의 여성이 뛰어다니면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검은 원피스 차림에 맨발인 20대 여성이 계속 인도에서 도로로 뛰어들었다. 도로를 운행 중이던 화물차가 멈칫할 정도였다. 달리는 차량 앞으로 손짓하며 다가가 차를 세우는가 하면 정차된 버스 창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심지어 중앙 가드레일을 넘어 도로를 건너기도 했다.
시민들이 이 여성을 말리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날 뻔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난동을 부리는 이 여성을 체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정도다. 역시 마약에 취해 난동을 부린 상황으로 마약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등의 양성 반응이 나왔다.
2월 22일 오전 경찰에 “웃통을 벗은 채 거리를 다니는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무인카페에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무인 카페에서 집기를 부수는 등 난동을 피운 뒤 거리로 나선 상황이었다. 무인카페에 마약 투약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주사기도 그대로 두고 거리로 나섰는데 이 부분도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JTBC 뉴스룸이 공개한 인근 폐쇄회로(CC)TV를 보면 이 남성은 비틀거리며 성당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무슨 일이냐”는 성당 관리인의 질문에 “제가 가끔 미쳐요”라고 말하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이 남성은 서울 강남 한복판인 선릉로 일대를 웃통까지 벗고 20여 분 활보하다 8시 20분께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무인카페에서 난동을 부린 뒤 주사기를 두고 나온 남성과 동일 인물임을 확인하고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했는데 역시 양성반응이 나왔다. 30대 작곡가로 확인된 이 남성은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2월 5일에도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30대 남성 마약사범이 검거됐다. 이 남성은 5일 저녁 8시 즈음 여자친구 집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 이 과정에서 여자친구에게도 마약 투약을 강요했는데 거부하자 흉기로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카페에 갔는데 거기서 경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마약도 소지하고 있었다.
#마약에 취해 숙박업소에서 퇴실 거부하다 체포
마약 불법 투약 장소로 빠지지 않는 곳이 숙박업소다. 2월 5일 저녁 경찰은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투숙객이 이상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2월 4일 입실한 20대 남성과 여성은 5일 낮 12시에 퇴실 안내 전화를 받았지만 횡설수설하며 퇴실하지 않았다. 저녁 6시가 됐음에도 이들이 객실에서 나오지 않자 호텔 측은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도착해보니 투숙객인 20대 남녀는 마약에 취해 있는 상태였다. 마약 투약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주사기가 발견됐고 이들의 팔에서 주사와 멍 자국도 확인됐다. 간이 시약 검사 결과는 필로폰 양성이었다.
2월 27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의 한 숙박업소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5층에 투숙한 20대 남성이 집기류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린 것.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던 20대 남성은 5층에서 뛰어내리려고도 했다. 겨우 체포하는 데 성공한 경찰은 객실에서 주사기를 발견했고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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