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의 증원 기회, 대학본부 측 의대 설득 돌입…3시간 남기고 1400명 신청 쇄도 눈치작전도
박민수 1총괄조정관은 “2025학년도 증원 규모는 2000명으로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역량, 지역과 필수의료 지원의 필요성,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필요성 등을 종합 고려해 정원 배정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복지부, 의료계 전문가들로 배정위원회를 구성해 대학별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데, 증원 규모에 따라 대학들이 입시계획을 수정해야 해 4월 말까지는 배분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4월 10일) 이전에 마무리될 가능성도 높다.
의료계 반발 등을 이유로 증원 미신청 대학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국 의과대학이 있는 40개 대학이 모두 증원을 신청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 마감 시한인 3월 4일 저녁 6시까지만 해도 40개 대학 가운데 17개 대학만 신청을 마쳐 미신청 대학이 예상 외로 많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는 대학들이 눈치작전을 벌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4일 밤 9시 기준 교육부에 제출된 신청 규모는 20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자정까지 3시간 동안 무려 1400명가량이나 증원 신청이 제출됐다. 대학들이 내부적으로는 증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의대 교수들을 설득해야 했고 외부적으로는 다른 대학들이 제출한 증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눈치작전을 벌여 신청 기한 막바지에 대거 제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증원 미신청 대학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 결정적인 이유는 의대 교수 등 의과대학 측이 강하게 증원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3월 4일 연세대 총장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윤동섭 연세대 신임 총장은 “전국 의대 학장들이 주최하는 전체 교수회의를 통해서 결정된 의견을 대학 측에 강하게 제시하고 있다”며 “‘증원이 여러 가지 여건 상 힘들지 않겠느냐, 증원을 하지 말라’고 대학본부에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월 1일 취임한 윤 총장은 의대 출신으로 연세대 의대 교수로 부임해 강남세브란스병원장,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날 윤 총장은 “의대 증원 여부를 의대와 지속해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는데 결국 연세대도 이날 의대 정원 증원을 신청했다.
의과대학 측은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혔지만 대학 입장에선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재정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학교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다른 대학 의대만 정원이 늘어날 경우 의대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까닭에 의대 정원 신청 마감일인 4일까지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당장 의과대학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3월 5일 의과대학 33곳의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처분과 후속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 정지 가처분까지 신청했다. 고등교육법상 의대 입학정원 증원 결정은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하는데, 권한이 없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결정했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이다.
또한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이나 겸직 해제 등의 집단행동 검토에 들어갔다. 3월 5일 강원대 의대 교수 2명이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증원신청에 반발해 삭발을 했고, 원광대에선 의대 학장 등 의대 교수 5명이 보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충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 교수가 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5일 긴급 교수간담회를 열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행동 돌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77.5%가 겸직 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정상적인 개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에 나서며 수업 거부와 실습 거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개강이 연기된 의과대학들도 많다. 3월 5일 40개 대학에서 3401명 증원 신청이 발표되자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동맹휴학을 강화하자는 메시지를 긴급 공유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대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의과대학과 수련병원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현실에서 무리한 의대 증원 신청을 강행한 대학본부와 정부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가 각 대학본부를 압박해 의대 정원 증원을 신청하게 만들었다. 정부와 대학의 만행으로 인해 교수들까지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사실상 필수의료를 없애 국가 자살 상태로 가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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