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낮은 데다 상명하복 문화, 검찰 기피 고착화…채용 간소화만으론 우수 인재 확보 한계 목소리
검찰 내 ‘인재 확보 위기론’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로스쿨 과정을 거쳐 법조인이 된 다수의 인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예측 불가능한 지방 근무 △격무 등을 이유로 검찰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검찰이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단순 경쟁률 하락보다는, 뛰어난 인재가 검찰은 기피하는 게 고착화되고 있는 게 진짜 문제”라는 우려가 상당했다고 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을 본질적으로 손보기 위함이라는 후문이다.
#“주변에 적극 추천 당부”
검찰의 우수인재 확보 전략은 경력검사 채용 간소화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2024년 경력검사 선발제도를 전면 개편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채용 규모는 30여 명 정도.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 경력 검사 선발에서 처음으로 실무기록평가(필기시험)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또 법률 사무 2년 이상 종사자라면 검사 경력이 없어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췄다.
그동안 검찰은 경력검사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3~5명 선에서 소규모로 경력검사를 선발했는데, 경력검사 경쟁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쟁률이 하락하는 추세였는데, 검찰 안팎에서는 경력검사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들을 주목했다. 형사 케이스 문제 등이 나오는 필기시험 준비 시간이 부담스러워 지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필기시험 면제를 선택한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법조 경력을 요구할 경우 이미 고연봉으로 올라간 실력 있는 법조인들이 검찰 지원을 기피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법률 업무 기준도 2년으로 낮춘 것이다.
검찰은 내부적으로도 우수 인재 채용을 독려하고 나섰다. 법무부와 검찰은 일선청에 ‘경력검사 선발 리쿠르팅 설명 자료’라는 문건을 통해 채용 홍보 및 추천을 독려했다. 주요 리쿠르팅 대상은 변시 7~11회 및 사법 연수원 47~49기 중 ‘법률구조공단, 국선변호사, 로컬 로펌 근무자 중 우수 법조인’들을 규정했다. 특히 ‘변시 9기 검사들을 상대로 동기 중 우수 법조인을 추천토록 해달라’며 카카오톡 단체방 등 동료그룹에게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변시 9기 검사들을 특정해 ‘동료그룹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며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검찰의 위기의식이 드러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문건을 받았다는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중간 기수를 보강하기 위해 채용 과정을 간소화해 리쿠르팅을 진행한다고 들었다”며 “어디까지나 해석의 영역이지만 과거에 비해 간단한 방법으로 검사를 임용하고 그마저도 주변에 알려 홍보를 하는 것은 검사라는 직업의 위상이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큰 채용 규모 속 의미는?
이번에 선발되는 경력검사는 2024년 8월경 검사로 임용된다. 법무연수원의 직무 교육을 마친 후 올해 안에 일선청에 배치된다. 검찰 조직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채용 규모는 자못 큰 편이다. 30명 안팎을 뽑을 계획이다. 평소 3~5명 내외를 채용했던 것에 비해 확대된 규모다. ‘조직에서 실무 역할을 할 수 있는 실력 있는 검사 확보’에 법무부와 검찰이 사력을 다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앞으로 경력검사 임용을 로스쿨 졸업 예정자, 법무관 전역 예정자 대상 검사 신규 임용 절차와 분리해 매년 상반기 중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익명의 한 간부급 검찰 관계자는 “이번 경력 검사 선발 규모나 과정에서의 혁신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라며 “지원자는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의 시선에서 봤을 때 실력 있는 인재는 줄어들고 있고, 그에 비해 커지는 전반적인 검찰 내 인력난에 과감한 변화를 선택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30대 중반의 한 검사는 “3~5년 정도의 변호사 경력이 있는 검사들이 사건 처리에 있어 더 유연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다만 문제는 검찰이라는 조직에서 일하고자 하는 실력 있는 법조인들이 줄어드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3~10년 차 사이에 검사들 가운데 조직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의 빈자리를 계속 신입 검사로 채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검찰 안팎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수한 인재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봉과 사실상 의무적인 지방근무,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 등 이른바 MZ세대들에게 검찰은 매력적이지 않은 직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에서 ‘총장’을 노리고 끝까지 버티다가 그만두는 문화가 사라지고, 3~5년 정도 경험을 쌓은 뒤 대형 로펌에 전관 대우를 받으며 거액을 받고 조직을 떠나는 경향도 증가하고 있다.
이번 채용 과정 혁신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의 이번 채용 대상이기도 한 변호사시험 기수의 인서울 로스쿨을 졸업한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내 연차들이 받는 연봉을 살펴보니 내 주변에 대형로펌에 다니는 동기들의 절반 수준 정도인 것 같더라”며 “둘 다 퇴근도 늦고 주말 근무도 해야 할 만큼 일도 많다지만 대부분 결혼을 했고 출산을 한 경우인데 이들에게 갑자기 연봉의 절반을 깎으면서 지방근무도 할 수 있다고 하면 로펌 내에서 인정받는 친구들 중 누가 가겠냐”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소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 역시 “인서울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를 채용할 때 보통 월 400만 원 이상을 줘야 하고 여기에 사건마다 성과급은 별도로 받는다”며 “다들 물어보면 판사나 검사로 가기 위해 경험을 쌓겠다는 이는 없고, 대부분 더 큰 로펌으로 가서 돈을 더 많이 벌고자 하는 게 목표던데 과연 실력 있는 변호사들 중 누가 검찰이나 법원으로 선뜻 갈 수 있겠냐. 검찰이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변호사 시장에도 못지않게 똑똑한 친구들이 많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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