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국내 최초 자연번식 자이언트 판다...‘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 따라 중국 이동
푸바오는 3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무진동 특수차량에 태워져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푸바오를 태운 무진동 특수차량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판다월드 후문에서 출발해 장미원까지 약 20분간 천천히 움직이며 팬들과 배웅하는 시간을 가졌다. 푸바오를 직접 볼 순 없었지만, 차량이 이동하는 구간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람객들은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소리를 내며 울었다. 강원도 춘천에서 온 김선영 씨(32)는 “인생에 큰 힘이 된 아이”라면서 “오지 않기를 바랐던 날이 와 마음이 허전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에서 온 최은영 씨(45)는 “자식 같은 아이가 떠나서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미원에는 푸바오의 응원메시지가 담긴 유채꽃길이 조성돼 관람객들의 눈물을 더했다.
‘푸바오 할부지(할아버지)’로 알려진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에게 보내는 이별 편지를 공개했다.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 할부지는 네가 떠나도 루이·후이바오와 즐겁게 밝은 모습으로 놀아줄 거야. 동생들의 모습에서 늘 너를 찾아보고 떠올릴 수 있으니까”라며 “그것이 할부지가 푸바오를 영원히 기억하고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푸바오는 어른 판다로써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다 해냈다”며 “할부지를 떠나기 전 모든 과정을 이루어낸 푸바오가 할부지는 대견스럽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철원 사육사는 “너는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판다”라고 전했다.
‘푸바오 작은할부지’로 불리는 송영관 사육사는 팬들에게 편지를 썼다. 송영관 사육사는 “그동안 푸바오와 1354일 간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여러분의 많은 사랑 덕분에 푸바오가 잘 성장했고 그 기억으로 행복한 판다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그 이야기의 피날레를 맞이하는 날이기도 하면서, 푸바오의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며 “푸바오도, 우리도 함께 성장했고 더 나은 한 발을 내딛는 다음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꼭 그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고 부연했다.
푸바오는 2020년 7월 20일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국내 최초 자연번식 출생 판다다. 푸바오라는 이름은 ‘행복을 주는 보물’이란 뜻으로 국민 투표를 통해 이름이 정해졌다. 푸바오는 2021년 1월 4일 일반에 공개된 후 귀여운 외모와 장난꾸러기 같은 행동, 사육사들과의 교감으로 화제를 모으며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강철원 사육사와 팔짱을 끼고 데이트하는 영상은 조회 수 2200만 회를 기록했다.
푸바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라 짝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이동해야 한다. 푸바오가 가는 곳은 중국 쓰촨성에 위치한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 선수핑기지’다. 푸바오는 지난달 3일까지 관람객에게 마지막으로 공개됐으며, 그간 판다월드 내실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검역에 들어갔다.
송영관 사육사는 지난달 20일 에버랜드 카페 ‘주토피아’를 통해 “푸바오는 야생동물로서 계절을 느끼고 있다”며 “비록 지금은 한시적인 내실 생활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동안의 기억으로 자신이 봄의 중앙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푸바오는 성체가 되었을 때 능숙하게 해내야 할 일들을 기특하게도 당당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사육사는 “푸바오와 함께하는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 마음과 푸바오가 누릴 더 넓은 세상이 빨리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한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마음이 푸바오의 행복을 위한 마음인지를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그리고 판다다운, 또 푸바오다운 봄을 맞이하고 있는 뚠빵이(푸바오 별명)에게 오늘은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며 “‘넌 정말 좋은 판다야’”라고 작성했다.
푸바오는 이날 오후 늦게 중국에 도착한다. 이후 바로 선수핑기지로 이동해 별도의 전용시설에서 검역 과정을 거친다.
강철원 사육사는 중국 전세기에 탑승해 푸바오의 이동을 돕고, 선수핑기지에서 3~4일 간 머문 뒤 귀국할 예정이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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