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과 찍은 사진 게재한 후보 사과문 올려…상대 후보는 ‘경영학과 졸업’ 기재해 업무방해 피고소
현 조합장 안중근 후보와 장영선 후보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다. 논란이 먼저 터진 쪽은 장 후보였다. 3월 말 서울시는 사전 협의 없이 공보물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진을 실었다는 이유로 장 후보에게 강력 경고하고 사과문을 올리라고 통보했다.
해당 공보물은 압구정3구역 ‘2024년 정기총회’를 알리는 안내책자에 포함됐다. 이곳에 장영선 후보는 오세훈 시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올리며 ‘장영선의 위대한 압구정,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 ‘서울시와 주도적 협상을 통한 최단기간, 최대이익 실현’이라는 문구를 포함하면서 은연중에 서울시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장이 자칫 조합장 선거에서 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서울시와 관련 업계의 반발에 장영선 후보는 조합원들이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 등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각 조합원들에 사과문자를 발송했다. 선관위는 장 후보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약 일주일 만인 4월 2일에는 경쟁 상대인 안중근 후보가 허위 학력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다. 압구정3구역 조합원 9명이 안 후보를 상대로 ‘업무방해죄’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고소인들은 “안 후보는 각종 공보물에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이라고 학력을 게재했지만, 실제로는 ‘한양대학교 ERICA 사회교육원 경영학 학사’ 학위를 학점은행제로 취득했다”면서 “이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의 조합임원 선출을 위한 정당한 선거관리 업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고소인들은 안 후보의 허위 학력 의혹을 선관위에도 제보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안 후보로부터 제출받은 학위증명서 등을 검토한 뒤 의혹이 소명됐다고 밝혔다. 선관위 측은 안중근 후보 관련 의혹을 묻는 질문에 “4월 3일 한양대학교 교육혁신처가 발급한 서류를 통해 안 후보의 학위 취득 사실이 확인됐다”고 답했다.
쟁점은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경영학 학사 취득을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다. 선거관리위원회 규정 제16조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시 제출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후보자 등록을 취소 또는 당선을 무효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안 후보 측이 제출한 학위증명서를 살펴보면 한양대 경영학 학사 학위 취득 사실이 증명됐지만, 이는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생이 발급받을 수 있는 졸업증명서와 차이가 있었다.
양측은 의혹 소명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경영학 학사 취득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를 쟁점화 시키는 시도는 안 후보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고소인들은 “‘경영학 학사 취득’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경영학과 졸업’으로 기재한 사실이 문제”라면서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지 이틀 만에 이례적으로 담당 형사가 배정됐다. 수사기관도 진실 규명이 시급한 사안에 엄중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사건과 유사한 판례도 존재한다. 2019년 서울고등법원 제7형사부(판사 이균용·위광하·양진수)는 E 대학교 부설 사회교육원에서 경영학사 학위를 취득한 A 씨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E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으로 학력을 기재한 사실에 대해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후보자의 학력은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 중 하나”라면서 “공표한 학력이 유권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추후 당선되고자 하는 인식을 갖고 허위 학력을 게재했다”고 판시했다.
압구정3구역 조합장 선거는 4월 6일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번 고소로 인해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진 상황이다. 정비사업이 또다시 소송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사업 지연은 물론 금전적 손실에 대한 우려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이뤄진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업체 수주전에선 서울시가 이례적으로 건축사 사무소 2곳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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