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대통령’을 내걸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 관련 지표가 역대 정권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2012∼2013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나온 수치와 이날 발표된 전망치를 가지고 이명박 정부 5년을 살펴보면 경제성적은 지금까지 들어섰던 어떤 정부보다도 나쁘다. 한은 경제전망치가 비록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낙관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5년 경제성적표는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인 3.0%보다 크게 낮은 2.4%로 수정했다. 한국 경제가 한은의 수정 전망치대로 성장한다고 하더라고 이명박 정부 5년간 평균 연간 경제성장률은 3.0%에 머물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7%대 성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이 수치는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정부’로 규정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 연평균 성장률 4.3%보다 낮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뼈아픈 내용일 수밖에 없다.
또한 연평균 성장률 10.0%를 기록했던 전두환 정권 이후 정부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노태우 정부의 연평균 성장률은 8.7%였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7.4%, 외환위기를 겪었던 김대중 때는 5.0%로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별다른 위기가 없었지만 연평균 성장률이 4.3%에 머물렀다.
이명박 정부가 747을 내세웠던 것도 4.3%로 떨어진 성장률 높여 낙수 효과(부유층 소득 증가가 저소득층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현상)를 통해 서민 생활을 풍족하게 하겠다는 전략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수출에 중점을 둔 고환율 정책을 쓰다가 위기를 자초하면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은 지주 회장)이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성장률이 낮아진 데다 민간소비와 투자마저 위축되면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1.7%, 설비투자는 1.5%, 건설투자는 0.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토대로 이명박 정부 5년을 계산해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1.9%, 설비투자는 3.9%,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1.4%를 기록하게 된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증가율 모두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낮은 수치다. 수출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10.1%다. 김대중 정부 시절(4.2%)보다는 높지만 노무현 정부(18.2%)나 김영삼 정부(12.6%)보다 낮은 증가율이다.
실업률을 낮게 유지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고용률을 보면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연평균 고용률은 59.0%다. 고용률 통계가 집계가 시작된 김대중 정부(59.2%)나 노무현 정부(59.7%)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일자리가 적고, 경제 성장이 안 되다보니 국민 소득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07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2만 1632달러였다. 4년이 지난 2011년 국민총소득은 2만 2489달러로 4년간 857달러(4.0%) 오르는 데 그쳤다. 이명박 정부의 공약이었던 4만 달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연평균 소득 증가율을 보면 1.9%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낮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우리나라의 연평균 소득 증가율은 3.6%였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역대 1인당 국민총소득이 가장 많이 늘어난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1인당 국민총소득은 1만 2100달러에서 2만 1632달러로 9532달러(78.8%) 올랐다. 연평균 증가율로는 12.3%나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먹을거리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식료품 물가는 연평균 6.8%나 뛰었다. 이는 김영삼 정부(4.7%), 김대중 정부(5.2%), 노무현 정부(3.8%)보다 높았다.
한 민간 경제 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화두가 경제 민주화가 된 것은 성장을 통한 분배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탓이 크다”면서 “파이를 키워 나누는 것이 안 되면서 현재 있는 파이라도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자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경제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문제다”라며 “어려운 경제 상황이 예상되는데 어느 정도 성장이 받쳐주지 않는 한 이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준겸 언론인
▲ 조폐공사의 지폐 생산 현장. |
지폐 생산비 3분의 1이 미·일로…
위조 방지 장치를 지폐에 넣느라 외국에 지불되는 로열티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폐에 사용되는 위조 방지 장치는 20여 가지. 5만원권 지폐를 예로 들면 지폐 오른쪽에 신사임당 인물 초상이, 초상화 오른쪽 아래에는 ‘5’자 돌출은화가 숨겨져 있다. 초상화와 돌출은화는 빛에 비춰보면 나타난다. 지폐의 그림을 자연스러운 혼색으로 연결하는 무지개 인쇄, 그림 곳곳에 새겨진 미세 문자, 자외선에 비춰야 나타나는 형광색사, 지폐를 빛에 비추면 앞면과 뒷면의 무늬가 합쳐져 나타나는 태극무늬 등도 위조 방지 장치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조 방지 장치는 지폐 앞면 왼쪽 끝 부분에 부착된 특수필름인 띠형 홀로그램과 지폐 중간쯤에 있는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이다. 띠형 홀로그램은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와 태극무늬, 4괘가 번갈아 나타나며, 부분 노출 은선에는 움직이는 태극무늬가 새겨져있다. 부분 노출 은선 등 여러 가지 위조지폐 방지 장치를 장착하기 위해 지폐는 앞면과 뒷면이 붙어있는 구조다. 일부 지폐 위조범은 부분 노출 은선을 위조하려고 지폐를 물에 불려 앞면과 뒷면을 나누기도 한다.
위조 방지 기술 대부분은 국내 기술이지만 핵심인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과 띠형 홀로그램은 외국 기술이다. 이 때문에 국내 지폐 제작비용의 3분의 1 이상이 두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테크니컬 그래픽사와 일본의 토판 프린팅사에 지불된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의원에 따르면 국내 지폐 생산에 들어간 비용은 2011년에는 121억 원, 2012년에는 19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이 2개사에 지불된 비용은 2011년에는 41억 원(34%), 2012년에는 67억 원(35%)에 달한다.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2009년 6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홀로그램의 국산화 개발사업을 실시했지만 실패했다.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