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와 김범석 쿠팡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쿠팡과 쿠팡의 마케팅 대행사를 형사고소한 지난 12일 티몬은 “쿠팡이 사용자의 동의나 인지 없이 PC에 설치되는 각종 악성 애드(광고)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대행업체를 통해 불법마케팅을 벌였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검색창에 티켓몬스터나 티몬 등을 입력하면 티몬이 아니라 쿠팡 사이트가 별도의 새 창으로 뜨게 하는 불법마케팅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 중 일부는 쿠팡 사이트를 이용하게 되고 또 부수적인 광고효과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티몬 측은 “고객 제보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쿠팡이 이번에 벌어진 사건을 알게 되었고 쿠팡의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서도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단순 실수’였다고 반박했다. 마케팅 실무진이 외부 광고대행사로부터 제안 받은 마케팅 방법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착오였다는 것. 쿠팡 관계자는 “광고 테스트를 의뢰하면서 다수의 검색 키워드를 대행사에 제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쟁사인 ‘티몬’ 관련 키워드까지 포함되는 큰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티몬은 실수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티몬 관계자는 “쿠팡이 실수로 집어넣었다는 검색 키워드에 한글과 영문으로 ‘티몬’ ‘티켓몬스터’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의도적으로 한 일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티몬은 쿠팡의 마케팅 대행사로부터 ‘비용을 지급받지 않고서는 광고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확인받았다고 한다. “쿠팡이 비용을 들여 정식으로 마케팅을 의뢰한 것이기 때문에 쿠팡 측 주장대로 테스트 차원에서 벌어진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티몬 측의 이야기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공식적인 예산 집행으로 진행한 일이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인터넷 키워드 광고대행사로부터 새로운 팝언더 형식의 검색키워드 광고를 제안받고, 마케팅팀이 신속하게 이 방법을 테스트할 목적으로 부서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을 가지고 실시한 것”이라며 “이번 테스트는 9월 14일부터 10월 11일까지 총 1300만 원의 작은 규모로 진행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티몬은 쿠팡이 이와 같은 불법마케팅 활동을 벌여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있다. 티몬 측은 “이번에 처음 인지하게 되었지만 쿠팡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불법마케팅 행위를 계속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티몬은 그 근거로 이번에 함께 고소한 마케팅 대행업체의 증언을 내세우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수사 중이어서 자세한 내막은 공개할 수 없지만 마케팅업체로부터 이미 오래전부터 쿠팡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 같은 광고마케팅을 해왔다고 들었다. 이 내용에 대한 녹취도 가지고 있다”며 “우리도 올 초쯤 비슷한 제안을 받았지만 불법이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전했다. 반면 쿠팡 관계자는 “부적절한 의도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 실무차원에서 테스트 하는 과정 중에 실수로 빚어진 사건”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해프닝은 양사의 신경전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대목.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평가기준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해 조정을 요청했던 것이며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도 티몬이 발표한 월 거래액 규모(662억 원)에 대해 쿠팡은 “티몬이 일부러 거래액 수치를 부풀렸거나 고의로 취소분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를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에 대해 티몬은 “거래 취소분을 반영해도 우리가 업계 1위”라고 재반박하는 등 순위 다툼을 둘러싼 양사의 공방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는 1등이냐 아니냐는 것이 영업은 물론 인력 확보까지 판가름하는 시장”이라며 “지금껏 치열한 신경전으로 감정이 쌓인 데다 쿠팡의 무리수가 티몬에 걸리며 결국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셜커머스업체의 매출액 등을 집계해 순위를 평가하는 사이트 ‘다원데이’에 따르면 지난 9월 판매액은 티몬이 606억 7500만여 원, 쿠팡이 527억 6700만여 원 규모다. 두 업체는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의 70%를 양분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아직까지 집계 기준이 모호해 1위 싸움은 계속될 듯하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