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금 털고 잉여금 쌓이자 주주들 배당 요구…공영홈쇼핑 “검토중”, 업황 어두워 현실화 미지수
#주주들 제안에 주주 배당 검토
지난 3월 14일 공영홈쇼핑 본사에서 열린 공영홈쇼핑 이사회에는 ‘배당정책 보고’가 안건으로 올라왔다. 이사회 회의록에는 회사 설립 후 최초 배당을 실시하기 위해 배당정책을 수립해 보고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말 정관에 배당 내용도 신설했다.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가 승인된 후 1개월 이내에 배당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배당금 지급 시기를 정했을 경우 그 시기를 따르기로 했다.
공영홈쇼핑은 2015년에 설립된 ‘제7홈쇼핑’이다. 중소기업과 농축수산물의 판로를 지원하고 홈쇼핑 시장의 상생협력과 공정거래 문화를 선도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제품과 농축수산물만 편성해야 한다. 2018년에 공영홈쇼핑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홈쇼핑 업체 중 유일한 공공기관이다.
설립 당시 공영홈쇼핑은 배당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공영’이라는 역할에 충실하게 영업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2014년 12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영TV홈쇼핑 승인 정책방안’을 통해 “운영 수익의 출자자 배당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며 “발생한 이윤은 판매 수수료 추가인하, 생산자 업체 육성, 소비자 보호 등 당해 홈쇼핑 운영을 통한 공익 달성을 위해 사용하게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TV홈쇼핑 재승인을 거치면서 배당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영홈쇼핑은 2018년과 2023년 TV홈쇼핑 재승인을 받았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2018년 재승인할 당시 주식회사는 상법상 주주 배당을 할 수 있음에도 공영홈쇼핑에는 과한 조건이 부여됐다는 의견이 심사위원회에서 있었다”며 “결손금이 없는 경우 주주 배당을 할 수 있도록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영홈쇼핑은 결손금 상태를 벗어났다. 공영홈쇼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말 기준 결손금은 161억 원이었다. 하지만 공영홈쇼핑은 2020년 21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공영홈쇼핑은 2021년 말 이익잉여금 1억 4390만 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20억 원이다.
공영홈쇼핑이 주주 배당을 검토하게 된 것은 주주들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영홈쇼핑의 주주는 중소기업유통센터(지분율 50%), 농협경제지주(45%), 수협중앙회(5%)다. 공영홈쇼핑 설립 당시 중소기업유통센터는 400억 원을, 농협경제지주와 수협중앙회가 각각 360억 원과 40억 원을 출자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주주사가 협의를 거쳐서 공영홈쇼핑 측에 주주 배당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주주사들은 배당을 통해 일부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분위기다. 공영홈쇼핑 1대주주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영업이익은 2022년 30억 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14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국내 7대 홈쇼핑 방송사에 중소기업 제품의 상품 공급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벤더사 역할을 한다. 홈쇼핑 업황 악화로 중소기업 상품 공급과 편성 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두운 업황 전망, 배당 가능할까?
지난해 공영홈쇼핑은 매출 1862억 원, 영업이익 3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매출 1964억 원, 영업이익 148억 원)보다 매출은 5%, 영업이익은 79% 줄어든 액수다. 지난해 기준 국내 7개 홈쇼핑업체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장 낮다.
홈쇼핑 업황도 예전과 같지 않다. TV를 시청하는 인구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 5일 이상 TV 수상기를 이용한 비율은 71.4%로 2022년(75.5%) 대비 4.1%포인트 줄었다. 최근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도 상승 추세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12년 8670억 원 수준이던 국내 7대 TV홈쇼핑 송출수수료는 2022년 1조 9065억 원까지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8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별위원회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채널을 신설하는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평생교육원장(전 한국유통학회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판매처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홈쇼핑 업체들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안 그래도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경쟁이 심화되면 업체들의 영업 환경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채널을 몇 번대로 부여 받을지 등 구체적인 허가 내용이 중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주주 배당은 이사회 안건으로 올려서 검토하는 단계로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현재 회사 내부에서 주주 배당을 할지 또 배당 규모를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추후 배당을 결정한다면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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