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전서 외야로 띄우는 비율 높아져…송재우 해설위원 “타 구장이었으면 홈런 됐을 공들”
5월 3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팬웨이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3연전 마지막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타석에서 과정이 좋았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이정후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시즌 타율도 0.259에서 0.250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보스턴 원정 3연전 동안 이정후의 일부 타구들이 다른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될 수 있었지만 팬웨이 파크의 야구장 구조와 날씨 영향 등으로 홈런성 타구가 외야 뜬공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이전에는 땅볼 타구가 많았다면 이번 보스턴 원정에서는 외야로 띄우는 뜬공 타구의 비율이 높았다.
보스턴 원정 3연전을 1승 2패로 마친 샌프란시스코의 밥 멜빈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런 소감을 내놓았다.
“(연패를 끊게 되면서) 드디어 미소를 짓게 됐다. 아무리 좋은 타자일지라도 야구의 신은 팬웨이 파크에서 경기를 어려운 시간으로 만들었다. 낮 경기는 더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이정후가 친 3개의 타구는 담장 밖으로 날아갈 수도 있었다. 조금만 더 갔다면 넘어갈 수 있었는데 (팬웨이 파크는) 홈런을 치기 힘든 구장이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꾸준히 좋은 스윙을 보였다.”
멜빈 감독이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이날 이정후의 경기 내용을 살펴보자. 이날 보스턴의 선발 투수는 오른손 투수인 조시 윈코우스키였고, 샌프란시스코의 선발 투수는 카일 해리슨이었다.
이정후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윈코우스키의 초구 96.4마일(155.1km/h)의 싱커를 공략했지만 중견수 재런 듀런이 담장 바로 앞에서 타구를 잡으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이 타구의 속도는 103마일(약 166km), 비거리 400피트(121.92미터), 발사각 29도였다.
메이저리그 통계 분석 시스템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뜬공 타구는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를 비롯해 10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수 있었다. 기대 타율이 무려 0.800에 달했다.
이날뿐만 아니라 이정후는 5월 1일 보스턴전에서도 비거리 377피트(약 115미터), 30개 구장 가운데 26개 구장에서 홈런이 됐을 공이 우익수에게 잡혔고, 2일에도 비거리 360피트(약 110미터), 14개 구장에서 홈런이 됐을 타구가 또 다시 우익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간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3회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아낸다. 야스트렘스키의 할아버지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레전드인 칼 야스트렘스키인데 그의 손자인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할아버지가 뛰었던 구장에서 시즌 3호 홈런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정후는 3회 1사에서 윈코우스키의 4구째 89.1마일(143.4km/h)의 커터를 받아쳤는데 이번에도 중견수 재런 듀런이 공을 잡아낸다.
4회말 수비 때 이정후는 지옥과 천당을 경험한다. 1사 후 보스턴 라파엘라의 타구가 높이 뜬 가운데 이정후가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면의 강한 햇빛으로 인해 낙구 지점을 놓치면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라파엘라는 2루 베이스를 밟는다.
이후 2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보스턴 재런 듀란이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는데 이번에는 이정후가 멋진 다이빙 캐치로 타구를 잡아내면서 실점을 막는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 타구는 타구 속도 103.4마일(166.4km/h)에 기대 타율이 6할6푼에 달했지만 이정후의 호수비 덕분에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정후는 몸을 날리는 다이빙 캐치 후 직전 라파엘라의 공을 놓친 게 떠올랐는지 바닥을 내려치며 감정을 드러냈다.
6회초에도 선두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왼손 투수인 브레넌 버나디노의 2구째 79.1마일(127.3km/h) 커브를 공략했고, 이번에도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다. 7회 샌프란시스코가 3-1로 리드한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바뀐 투수인 캠 부저의 3구 94.6마일(152.2km/h)의 포심을 받아쳤는데 이번에도 좌익수 직선타로 타구가 잡히고 말았다.
경기는 샌프란시스코가 3-1 승리를 거두며 2연패를 마감했다. 이정후는 4타수 무안타로 타율이 0.250으로 떨어졌다. 팀의 감독은 이정후의 타구 중 3개가 홈런성 타구였다고 말했고,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선 카일 해리슨은 이정후의 호수비에 대해 이런 설명을 곁들인다.
“정말 멋진 수비였다. 이정후가 처음 경험하는 빅리그에서 외야 수비기 때문에 (라파엘라의) 그 공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재런 듀란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결정하는 승부에서 엄청난 호수비로 실점을 막았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일요신문’ 통신원과 인터뷰에서 4회말 재런 듀란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후 바닥을 내려친 것과 관련해서 “(앞선 라파엘라의 타구를 놓친 데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답답한 부분이 있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생애 처음 방문한 팬웨이 파크에서의 3연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보스턴 원정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타석에서 과정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언젠가 따라줄 거라고 보고 계속 지금처럼 열심히 하겠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해설위원은 이번 보스턴 3연전에서 이정후의 홈런성 타구가 계속 잡힌 것과 관련해서 이런 설명을 들려준다.
“보스턴의 팬웨이 파크가 비대칭 구조라 외야에서 수비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홈런이 나오기도 쉽지 않다. 5월 1일 이정후의 비거리 377피트(약 115미터)의 타구가 우익수에게 잡힌 거나 2일 비거리 360피트(약 110미터)의 타구는 다른 구장이라면 충분히 홈런이 됐을 공들이다. 물론 더 큰 파워로 힘을 실어 보냈다면 좋았겠지만 이정후가 파워를 내세우는 타자는 아니지 않나. 이정후가 보인 타구들의 높은 질에 비해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공들이 많았는데 이런 건 한 마디로 운이 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발사각과 타구 속도를 높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공이 옆으로 빠지고, 담장을 넘어가는 상황들이 펼쳐질 것이다. 이정후로선 이번 보스턴전이 조금 짜증날 수 있는 시리즈였다. 그럼에도 타석에서 뭔가 보여주려는 노력들을 엿볼 수 있어 기대를 갖게 하는 것 같다.”
보스턴 원정 3연전을 1승 2패로 마무리한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내일(5월 4일)부터 시작되는 필리스와 원정 4연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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