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주자 3인방의 운명에 대해 대중심리학자 황상민 교수는 대중의 마음 속에 답이 있다고 주장한다. |
과연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까. 국민들은 박빙으로 맞서는 3자 대결 구도를 보면서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포인트 내외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론조사 데이터로 무장한 전문가들, 직관을 갖춘 정치평론가들과 대학교수 등이 다양한 자료를 통해 차기 대통령 예측을 하고 있다.
심리학자인 황상민 교수도 차기 대통령 예측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의 분석틀은 일단 특이했다. 대선후보를 보지 말고 국민들의 마음을 읽어야 당선자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선후보 3인의 개인적 심리 분석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들을 바라보고 있는 대중의 심리다. 후보들의 심리 분석을 통해 대선을 전망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과 다름없다. 결국, 선택은 대중이 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중심리를 잘 살펴보면 최근 대선후보 3인의 행보에 숨겨진 내막과 앞으로 대선 전망에 대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이에 앞서, 대중은 대선후보 3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대중이 바라보는 대선후보 3인
황 교수는 가장 먼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박경리 소설 <토지>의 여주인공 최서희에 빗댔다. 아버지의 비극적 죽음으로 몰락한 가문을 일으키는 양반집 규수 최서희가 현재 박 후보와 유사하다는 해석이다.
황 교수는 “대중은 박 후보에 대해 최서희처럼 근본적으로 일반인과는 다른 귀한 사람, 로열패밀리로 바라본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박 후보에 대해 ‘안타까운 과거를 지닌 귀한 분’으로 돕고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 박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이들도 범접할 수 없는 로열패밀리의 이미지 탓에 대놓고 박 후보를 비난할 수 없다. 박 후보는 전형적으로 ‘높은 정치인’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와 같은 기득권적 이미지보다는 따뜻하면서도 참신한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가 아닌 자신만의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은 그에 대해 ‘미래가 하나도 안 보이는 인물’로 치부하고 있기도 하다.
황 교수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꿈꾸는 아이디얼리스트’로 표현했다. 그는 “대중은 기성정치인이 아니면서 선망할 수 있는 인물이면 누구나 좋다는 생각이 있다. 안 후보는 그런 인물이다. 그가 가진 ‘새로움’ 자체에 대중이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실상은 대부분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이다”고 설명했다.
# 박근혜의 정수장학회
그렇다면 대선후보 3인을 바라보는 대중심리를 통해 최근 후보들의 정치 행태를 분석해 보면 어떻게 될까. 가장 먼저 박 후보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수장학회’의 입장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에 대해 일정한 선을 그었던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종전 부친의 과오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앞서 말했듯 박 후보는 ‘높은 정치인’이자 로열패밀리다. 자신을 지지하는 기득권층이 믿고 싶은 답을 따른 것이다. 일단 이득이 되면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 기득권층의 심리다.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묻을 수 있다는 식’이다. 과거사 문제야 나름의 도덕적 기준이 있기 때문에 사과할 수 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 문제는 다르다. 실리와 관련됐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거다. 이미 스스로는 ‘장물’이 아닌 ‘내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다”고 지적했다.
결국, 실리와 상관없는 역사적 과오는 인정하더라도 직접적인 실리와 직결되어 있는 ‘내 것’은 포기 못 한다는 기득권층의 심리라는 것이다.
# 안철수의 대선 완주론
야권을 넘어 이번 대선의 핵심은 결국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일 것이다. 어찌 됐건 두 후보는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황 교수는 결국 두 후보의 경합에서 ‘선택권’을 쥔 것은 ‘대중’이라고 단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황 교수는 안 후보의 ‘완주론’을 부정적으로 봤고, 문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안 후보는 끝까지 못 간다. 대중은 안 후보의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새로움’에 열광했다. 하지만 대중은 안 후보에게 정치판의 ‘바람’의 자리만 허용할 뿐, ‘대통령’의 자리는 허락지 않을 것이다. 대선 출마선언 이후 그는 한 달 동안 본인이 얼마나 빨리 기성 정치인 행보를 따라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중은 안 후보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실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한 가지는 무소속 후보로서의 부담감이다. 정당 후보인 문 후보와는 다르다.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는 판을 깰 수 없다. 만약 그가 판을 깬다면 대중은 안 후보가 자신의 권력욕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대중의 열망을 저버리는 것이고 지금까지 쌓아 온 도덕적이고 좋은 이미지는 그대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고 지적했다.
# 문재인의 ‘친노’ 넘어서기
문 후보에게 있어서 역시 가장 큰 딜레마는 ‘친노’라는 멍에일 것이다. 황 교수는 먼저 대중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를 주목했다.
황 교수는 “대중은 노 전 대통령에 있어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권위에 대한 강한 도전을 드러낸 인물이지만 반면 대중으로 하여금 심리적 혼란과 불안을 야기했다. 문 후보가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황 교수는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트라우마를 넘기 위한 일면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로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다. 이 순간 문 후보는 초인 같은 ‘평정심’을 보여주며 담담하게 받아들인 모습을 엿보였다. 아직은 지켜봐야 하지만 문 후보가 계속 노 전 대통령과는 다르게 ‘절제’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면 대중으로 하여금 ‘안심’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