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편차 커 신뢰도 논란, 판례도 엇갈려…“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 악용 사례도 등장
#불완전한 위드마크 공식
1931년 스웨덴의 생리학자 에릭 마테오 프로셰 위드마크는 음주운전 후 시간이 많이 경과될 경우 운전 당시의 알코올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위드마크 공식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1986년 음주운전 단속에 위드마크 공식을 도입했다.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바로 응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 수치를 낮추거나 뺑소니 사건 용의자를 며칠이 지나 검거했을 때처럼 혈액이나 호흡으로 음주측정이 어려울 때를 위해서다.
기존의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사람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시간당 0.015%씩 감소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음주 후 소요된 시간만큼 감산한다. 단, 채혈측정요구 등으로 인해 음주측정이 지연될 경우 이 수치에 따라 측정수치에 지연시간만큼 가산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05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0.015% 대신 0.03%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고, 역추산할 경우는 0.008%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위드마크 공식 산출값의 오차 범위가 피고인에게 불합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2001년 대법원은 “위드마크 공식에 의하여 산출한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이 허용하는 혈중알코올농도를 상당히 초과하는 것이 아니고 근소하게 초과하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라면 위 공식에 의하여 산출된 수치에 따라 범죄의 구성요건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2022년 6월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에 관해서 불확실한 점이 남아 있고 그것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한다면, 그 계산결과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혈중알코올농도의 감소기(위드마크 제2공식, 하강기)에 운전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된다면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음주 시작 시점부터 곧바로 생리작용에 의하여 분해소멸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위드마크 공식의 가장 큰 맹점은 개개인의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위드마크 공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증거로 사용하기 까다롭다. 위드마크 공식과 관련된 판례들을 살펴보면 위드마크 공식으로 산출된 수치는 참고자료로 쓰일 수는 있어도 핵심적인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 현장에서 수집된 직접적인 증거 없이 추정치를 가지고 법적 판단을 내렸다가 무고한 피해자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위드마크 공식은 참고용이며 판사에게 음주운전을 증명할 최소한의 과학적인 기준 정도”라면서 “판사 재량에 따라 위드마크 공식의 증명력을 인정할 수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재판 결과가 들쑥날쑥하다. 만약 위드마크 공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정말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티면 사라지는 증거?
실제로 법정에서 위드마크 공식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방송인 이창명(55)이다. 2016년 4월 이창명은 법인 명의 차량으로 신호등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 뒤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약 20시간 잠적했던 이창명은 경찰에 스스로 출두해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면서 사고가 난 뒤 가슴 통증으로 급히 병원에 갔다고 해명했다.
경찰 측에서는 이창명이 술을 마셨던 음식점 CC(폐쇄회로)TV 등을 근거로 위드마크 공식을 대입해 이창명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인 0.16%라고 계산했다. 약 1년 뒤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이창명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지만 이창명의 음주운전은 입증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을 마셨는지, 얼마만큼 마셨는지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과 3심 재판부 역시 음주운전을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는데, 위드마크 공식의 증명 정도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대법원은 이창명에게 적용된 ‘위드마크 공식’의 증명 정도 등을 거론하며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들지만,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외에도 2015년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으로 20대 가장을 숨지게 한 피고인에게 검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으나 재판 결과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혈중알코올 수치가 측정된 적이 없는 등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다”면서 검찰의 위드마크 공식만으로는 음주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의혹을 증명하는 데에도 위드마크 공식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5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위드마크 공식이 재판에서 음주운전 유죄 근거로 인정되는지에 관한 질문에 “위드마크 공식이 적용된 판례도 그렇지 않은 판례도 있다”며 “이번 사건은 위드마크를 적용할 사례가 충분히 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김호중의 경우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 여부와 별개로 그가 사고와 관련돼 벌인 행동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곽준호 변호사는 “후행 음주(사고 후 고의 음주)를 하는 등의 행동은 형량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손해에 가깝다. 음주운전 정황이 드러나는 만큼 블랙박스 녹화 내용을 없애거나 주변인들을 회유하는 등의 행동 역시 위드마크 공식의 증명력과 상관없이 판사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본다”면서 “(김호중에게) 실형 선고 가능성이 있다. 음주운전까지 인정된다면 최종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에서 많게는 3년까지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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