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경영’ 등 하이브 측 주장 모두 배제돼…언플로 얼룩진 이미지 회복 급선무
5월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지난 5월 7일 민 대표가 하이브(대표이사 박지원)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하이브는 오는 5월 31일 예정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오를 민 대표의 해임안에 대해 찬성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 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200억 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날 재판부는 민 대표의 해임 및 사임 사유 존재 여부를 살피는 것과 함께 민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주주간계약서의 의결권 구속 효력 여부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와 하이브는 2023년 3월 주주간계약을 체결하면서 '설립일로부터 5년간 어도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유 주식 의결권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는데 민 대표는 이를 근거로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 제한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이와 더불어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 내용을 기각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하이브 측에 있지 않다고 본 것으로 파악된다. 가처분은 지속되는 권리 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또는 그외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신청되는데 여기서 현저한 손해란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혹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불이익이나 고통을 말한다. 이번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 간의 분쟁에서 민 대표가 해임될 경우, 민 대표의 지위가 유지되는 것보다 중대한 손해가 어도어에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 셈이다.
이날 재판부는 "해임 또는 해임 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이유가 있고,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 또는 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민 대표가 낸 가처분은 자신만이 대상이기 때문에 그의 측근으로 알려진 신아무개 부대표와 김아무개 이사 등 남은 어도어 경영진은 해임 후 하이브 측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가처분은 하이브 측이 민 대표에 대해 주장한 '업무상 배임' 소송의 전초전이었던 만큼 치열한 여론전이 벌어지며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뉴진스 멤버 전원과 부모들, 어도어와 함께 작업했던 방송연예가 관계자들과 뉴진스의 팬덤(버니즈)에 맞서 하이브 측 인사들이 탄원서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재판에 제출된 민 대표의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며 민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자료 유출은 하이브 측이 의도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 플레이를 지저분하게 한다"는 대중들의 질타도 동시에 이어졌다.
향후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내달릴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점은 현재 '1패' 성적을 거둔 하이브가 민 대표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번 분쟁에서 하이브는 △음원 사재기 및 음반 밀어내기 △명상기업 '단월드'와의 관계 △레이블 내 '적서차별' △소속 그룹의 콘셉트 카피 및 곡 표절 의혹 등 내부 이슈에 이어 분쟁 발생 직후부터 주가가 연일 하락 곡선을 그리는 등 안팎으로 혼란을 맞닥뜨려야 했다.
연예계에서 가장 큰 '악재'로 꼽히는 소속사 전체의 이미지 훼손 역시 하이브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이번 민 대표와의 분쟁으로 이른바 '개저씨(형편없는 것을 뜻하는 접두사 '개'에 아저씨를 합성한 비속어로 나이와 지위를 내세워 어린 상대, 특히 여성을 얕잡아 보는 중장년 남성을 뜻하는 말) 경영진'과 'K팝계 만악의 근원'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하이브의 모든 행보는 공식 해명 여부와는 상관없이 대중들의 백안시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나아가 우스꽝스러운 밈(meme·인터넷 유행)이 되기까지 한 현 상황에서 과연 하이브가 민 대표와의 남은 배임 고소 건을 통해 역전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한편 이날 민희진 대표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은 공식입장문을 내고 "지난 5월 7일 가처분신청서가 접수된 이후 결정 직전까지 하이브 측 소송대리인은 무려 11차레에 걸쳐 방대한 서면을 제출했고, 이에 대해 민희진 대표 측도 9차례에 걸쳐 서면을 제출하며 빠짐없이 반박했다"며 "오늘 법원은 이런 양측의 주장을 세심히 살핀 다음 민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된 마녀사냥식 하이브의 주장이 모두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①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간 체결된 주주간계약에서 '하이브는 5년 동안 민희진이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행사하여야한다'고 정하고 있는 의결권구속약정을 하이브에게 강제할 수 있는지, ②민희진 대표에게 이사 해임 사유 또는 사임 사유가 있는지였다"며 "의결권구속약정도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므로 지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하이브는 이러한 당사자 사이의 명백한 약정마저도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주주간 계약 문언이 명확하다는 이유로 하이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에게 이사 해임 또는 사임 사유가 있는지에 대해 그동안 하이브가 언론을 통해 유출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모두 법정에 제시됐음에도 법원은 하이브의 주장을 배척했다"며 "이처럼 하이브는 민 대표의 이사 해임 사유, 사임 사유를 증명하지 못했고 이는 이번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의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언론과 유튜브 등에 유출된 것이 하이브 측의 의도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종 측은 "4월 22일 하이브의 불법적인 감사가 시작된 이래 이를 통해 취득한 자료들이 여과 없이 유출됐다. 그러나 악의적 의도 아래 짜깁기하면 민 대표를 마녀사냥으로 몰아갈 수 있는 일부 카카오톡 사담만이 등장했을 뿐 하이브의 주장(업무상 배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라며 "이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악의적으로 편집된 제3자들간 사적 대화가 무분별하게 언론에 유포됐고 지금도 몇몇 유튜버, 블로거는 짜깁기된 카카오톡을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민 대표와 어도어 구성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고소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니 현재 게시돼 있는 영상 등은 즉각 삭제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어 "아울러 하이브는 법원의 이번 가처분 결정을 존중하길 바란다. 가처분 결정에 반하여 민 대표를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위에서 배제하려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주주간계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이라며 "민 대표에게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는 이상 민 대표 측 사내이사 두 명에게도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으므로 하이브가 위 이사들을 해임할 경우 이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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