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년 부정 결제 재난지원금 773억 원 달해…“수정·보완 없이 그대로 집행하면 세금 낭비”
하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 지급한 재난지원금에서 발생한 부정 결제 문제부터 해결해야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2021년 사용 제한 업종인 일부 업체에서 부정 결제된 재난지원금만 약 773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과 동일한 카드사 시스템을 이용한 지역화폐에서도 부정 결제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5월 30일 민주당은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골자로 한 민생위기극복특별조치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대표 발의자는 이재명 대표다. 법안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으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액은 지급 대상에 따라 25만∼35만 원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지급액에 차등을 뒀다.
지난 3월 24일 이 대표는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등 취약계층의 경우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총선 공약을 내걸었다. 이 대표는 2021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2023년부터 모든 국민 1인당 연 25만 원의 기본소득을 소멸형 지역화폐로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한 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총 25조 3000억 원 규모로 전 국민에게 지급한 바 있다. 2020년 5월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약 14조 2000억 원 규모로 지급됐다. 2021년 9월 제5차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 약 11조 원 규모로 지급됐다. 문제는 재난지원금 사용 제한 업종인 일부 업체에서 수백억 원대의 부정 결제가 발생했음에도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신문이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확보한 2020~2021년 카드사 재난지원금 결제 규모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대형전자판매점, 골프 연습장 등 재난지원금 사용 제한 업종인 일부 업체에서 772억 2500만 원이 결제됐다. 2020년엔 655억 600만 원, 2021년엔 117억 1900만 원이 결제됐다. 재난지원금 부정 결제를 전수 조사한다면 그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난지원금 대상은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제5차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다. 결제 규모 기준은 전업카드사(8개)와 겸영은행(11개)에서 결제된 재난지원금(총 15조 6076억 원)이다(관련기사 [단독] 재난지원금 부정 결제 773억 원…지역사랑상품권도 들여다봐야).
2020~2021년 대형마트의 재난지원금 결제액은 총 567억 500만 원에 달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532억 2000만 원, 34억 8500만 원이 결제됐다. 사용처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와 에브리데이,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 노브랜드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다. 창고형할인점 트레이더스도 포함됐다.
같은 기간 백화점 부정 결제액은 105억 5000만 원이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02억 1800만 원, 3억 3300만 원이 결제됐다. 결제처는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AK, 뉴코아, NC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 국내 주요 백화점이다. 골프존카운티, 골프존, 카카오VX 등 골프 연습장에서는 총 41억 6700만 원이 결제됐다.
대형전자판매점에서 2020~2021년 결제된 재난지원금은 총 58억 300만 원이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8억 1600만 원, 39억 8700만 원이 결제됐다. 사용처는 삼성전자 삼성스토어(옛 삼성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다. 다만 2021년에는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등록된 대리점 결제를 허용했다. 2021년 결제액을 모두 부정 결제로 보긴 어렵다. 이 중 직영점 결제액만 부정 결제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카드사별 업종 분류 차이로 인해 부정 결제된 사실을 인정했다.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은 “제1차 긴급 재난지원금의 경우, 정부는 신속한 집행을 위해 신용·체크카드를 통한 재난지원금 지급·사용을 추진했다”며 “당시 정부가 제시한 사용 제한 업종·브랜드를 제외한 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했지만, 카드사별 업종 분류 기준에 따라 사용 제한 업종에 일부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는 연 매출, 주소지, 업종 등을 통해 재난지원금·지역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운영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카드사를 통해 사용 제한 업종을 지정했다. 국민지원금은 사는 곳의 지역화폐 가맹점과 연동해서 정책을 시행했다. 전국 지자체들은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카드사와 연계해 지역화폐 가맹점을 자동 등록한다. 문제는 사용 제한 업종인 점포가 카드사 가맹점을 가입할 때 소재지를 본사가 아닌 해당 지역으로 등록하면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 결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용 제한 업종인 대형전자판매점에서 지역화폐 결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LG전자 베스트샵 직영점 10곳이 지역화폐(광주상생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해서 홍보했다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소상공인용 혜택 ‘날름’? 대기업 전자판매점 지역화폐 사용처 홍보 논란). 아울러 일요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내 삼성디지털프라자 13개 직영점 중 12곳에서 지역화폐(광주상생카드)로 결제가 이뤄졌다(관련기사 [단독] 모르고 받았나? 삼성디지털프라자 지역화폐 결제 앞과 뒤).
대형전자판매점에서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 결제가 이뤄진 만큼 다른 사용 제한 업종에서도 결제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행안부는 전국 지자체에 지역화폐 가맹점에 대형전자판매점이 등록됐는지를 확인하라고 공문을 보냈을 뿐, 재난지원금·지역화폐 부정 결제 전수조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행안부 지역금융지원과 관계자는 “지역화폐 가맹점은 지자체 조례 규정이다. 지자체에서 제한하지 않고 있다면, 사용 제한 업종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해당 결제가 적절한지는 문제 소지가 있지만, 바로 부정사용이라고 보긴 어렵다. 행안부가 지자체에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재난지원금이 부당하게 사용됐다고 의무적으로 환수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반박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재난지원금 57억 원 대형전자판매점 결제…“몰랐다”는 행안부).
행안부 재정정책과 관계자도 “지역화폐, 재난지원금 부정 결제 관련해서는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고, 행안부에서 따로 받고 있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재난지원금·지역화폐 부정 결제액에 대한 행정 비효율성 지적이 많았다”며 “민주당은 이 같은 부정 결제에 대한 대처 방안도 없이 정책을 펴고 있다. 인기에 기반한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집행한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재명 대표가) 수정이나 보완 없이 그대로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행위다. 민주당이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서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 조치를 한 뒤에 다시 한 번 국민 의견을 들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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