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의혹’ 공정위 시정명령 항소심에서 취소되자 상고…SK “미래 상황 예측해 답변 어려워”
최근 SK실트론은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으로 인해 주목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법원 판결에 따라 노 관장에게 거액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해 재산분할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위의 상고 앞과 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공정위는 지난 2월 SK(주)와 최태원 회장을 상대로 한 과징금 소송에서 상고했다. 공정위는 2021년 SK그룹이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고, SK(주)와 최 회장에게 각각 과징금 8억 원, 총 16억 원을 부과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고, 법원은 지난 1월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와 SK그룹 다툼의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주)는 당시 SK실트론(옛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했다. 최태원 회장 개인적으로도 SK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서 증권사들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 최 회장 대신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하고, 최 회장은 이에 따른 수수료를 증권사에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이들 증권사들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2535억 원에 매입했다. 명목상 지분 소유주는 증권사들의 SPC지만 해당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최태원 회장이 갖고 있다. 최 회장은 해당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 권리도 보유 중이다. SK실트론 지분 29.4%는 현재 최대 7000억 원으로 평가 받는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얼마에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지 등 콜옵션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를 놓고 SK(주)가 최태원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2021년 최태원 회장과 SK(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당시 “SK(주)는 SK실트론 지분 29.4%를 자신이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최태원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인수 기회를 합리적 사유 없이 포기하고, 최 회장의 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은 공정위 판단에 항의하며 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SK그룹은 당시 “SK(주)의 SK실트론 지분 29.4% 미인수는 합리적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최태원 회장의 지분 인수는 해외 업체까지 참여한 공개 입찰이어서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은 SK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공정위도 이에 불복하며 상고해 재판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공정위의 결정은 법원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공정위가 SK그룹에 내린 시정명령은 ‘향후 금지명령’이다. 이와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지 말라는 뜻이다. 법원이 공정위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시정명령에 따라 최태원 회장과 증권사의 TRS 계약 추가 연장은 어려울 수 있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최 회장은 2027년까지 증권사들의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증권사들은 임의로 SK실트론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 당초 최 회장과 증권사들의 TRS 계약은 2022년까지였지만 2027년으로 한 차례 연장됐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TRS 계약 연장 가능 여부와 관련해서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니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산분할금 재원 마련에 활용될까
SK실트론은 최근 뜻하지 않게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과 관련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1조 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은 상고할 뜻을 밝혔다.
재계 시선은 최태원 회장의 보유 재산에 집중된다. 최 회장은 현재 SK실트론 지분 외에도 SK(주) 지분 17.73%, SK케미칼 우선주 3.21%,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1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SK(주) 지분을 대량으로 매각하면 SK그룹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의 우선주는 현재 주식 가치로 환산하면 각각 20억 원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재산분할금 마련을 위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면 최 회장으로서는 최대한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 현재로는 SK실트론의 성공적인 매각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SK실트론의 실적이 하락세에 있다. SK실트론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5799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762억 원으로 17.88%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40억 원에서 418억 원으로 63.34% 감소했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4년과 2025년 중 SK실트론을 비롯한 업계 전반의 대규모 증설 효과로 현물시장 판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수합병(M&A) 시장이 침체에 빠져있고, SK실트론 지분 29.4%로는 회사 경영권도 확보할 수 없다. SK실트론은 비상장사이므로 지분을 시장에 매각할 수도 없다. SK실트론 지분 인수자 입장에서 당장의 실익이 크지 않은 셈이다.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는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우선 콜옵션을 행사해 증권사들로부터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은 2027년까지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미래 상황을 예측해서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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