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최대주주’ OK금융그룹 대부업 영업 전략 도입 우려도…“단순투자 목적으로 경영과 무관”
금융당국이 지난 5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인가 요건은 △자본금(자금조달방안) 요건 △대주주(주주구성 계획) 요건 △사업계획(내부통제체계 적정성 등)의 타당성 요건 △임원 요건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요건 등이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 심사 과정에서 논란도 나오고 있다. 대주주 요건 심사에서 사각지대가 발견돼서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이번 대구은행 인가 심사 당시 대주주 요건 대상자인 최대주주(DGB금융지주)를 검토했지만 최대주주(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OK저축은행는 심사 대상이 아니라 따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일본계 자금 영향 아래 있는 OK금융그룹 핵심계열사다. 통상 금융업권에서 일본계 자본을 두고 자본 형성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있다. 아울러 해외 기업의 지배를 받을 경우 관리·감독의 어려움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OK저축은행이 속한 OK금융그룹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이를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은행법 8조는 은행의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을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대주주의 대주주에는 이 같은 의무가 없다.
OK저축은행이 DGB금융지주 최대주주에 오를 때도 심사를 따로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까지 2대주주였던 OK저축은행은 올해 DGB금융지주 지분 추가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9.55%까지 끌어올려 국민연금(7.78%)을 제치고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OK저축은행 측은 단순투자 목적의 지분 매입이란 점을 강조해 최대주주 심사를 피할 수 있었다.
대부업 기반으로 성장한 OK금융그룹이 국내 시중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을 두고 우려의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대구은행에 대부업 영업 전략이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것. 기업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이사회나 경영진이 최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는 금융업권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OK금융그룹은 대부업 중심으로 성장했는데, 이 같은 영업 전략을 대구은행에 도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OK금융그룹은 '대부업과 일본 자본' 이미지를 끊으려는 행보를 이어왔다. 대부업 관련 사업을 정리하고 최대주주인 최윤 회장의 한국 개인회사인 오케이홀딩스대부를 한국 계열사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놓음으로써 일본계 회사라는 이미지를 지운 것.
이러한 노력에도 일본 계열사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본 계열사이자 최윤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J&K캐피탈이 오케이홀딩스대부가 발행한 전환우선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전환우선주에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는데, J&K캐피탈이 전환권을 행사하면 단숨에 오케이홀딩스대부 최대주주로 올라선다(관련 기사 아프로파이낸셜대부, OK홀딩스대부 전환우선주 대량 보유).
금융사와 금융감독 당국 사정에 정통한 또 다른 법조인은 “국민과 산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시중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이 제대로 감독·관리를 해야 하는데 언제든지 일본계 회사로 전환이 가능한 OK금융그룹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OK금융그룹의 일본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오케이홀딩스대부 전환권을 행사할 계획이 없다”며 “OK저축은행이 DGB금융지주에 지분을 매입한 것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경영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DGB금융지주 측은 “경영은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
특혜 채용 있었나? 김용현 전 장관 이수페타시스 근무 이력 주목
온라인 기사 ( 2024.12.11 14:12 )
-
매각대금으로 활로 찾을까…금호건설의 아시아나항공 처분 시점 주목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10 16:18 )
-
비상계엄 불똥, 부동산에도 옮겨붙나…장기 침체 전망에 무게 실리는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06 16: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