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공갈단의 총책은 박 아무개 씨(61)로 공갈 6범의 전과자였다. 전과가 많아 직업도 구하기 어려웠던 박 씨는 다시 범행을 계획했다. 우선 처남 강 아무개 씨(52)에게 조직을 구성하자고 설득했다. 범행에 동의한 강 씨는 친구와 고향 후배를 끌어 들여 모집책, 남편, 연결책, 자금세탁 등의 임무를 맡도록 했다. 총책 박 씨의 내연녀였던 홍 아무개 씨(44)는 바람잡이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모인 인원이 총 16명. 이중 13명이 전과자들이었다.
안산 시화공단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박 아무개 씨(여·40)도 강 씨가 끌어들인 사람이었다. 박 씨는 예쁘장한 외모와 붙임성 좋은 성격으로 평소 횟집을 드나들던 기업체 사장과 친분이 깊었다. 그러던 중 시화공단의 한 중소기업 대표였던 A 씨를 레이더망에 포착했다. 박 씨는 A 씨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고 가끔 술을 같이 마시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도 박 씨와 A 씨는 횟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여인 두 명이 횟집으로 들어왔다. 두 여인의 실체는 꽃뱀 공갈단의 ‘꽃뱀’과 ‘바람잡이’였다. 박 씨는 A 씨에게 두 여인을 소개했고, 자연스럽게 이들은 술자리에 합석할 수 있었다.
네 명이 한창 술자리를 벌일 무렵, 또 다른 바람잡이 홍 아무개 씨(여·44)도 횟집에 들어오며 박 씨에게 인사를 했다. 옆 테이블에 자리 잡은 홍 씨는 후에 A 씨와 꽃뱀의 불륜을 입증할 ‘연기자’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꽃뱀은 적극적으로 A 씨를 유혹했다. 결국 둘은 안산 인근의 한 모텔로 직행했다. 거사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꽃뱀의 남편으로 위장한 최 아무개 씨(50)가 모텔 방을 급습한 것이다.
최 씨의 뒤에는 불륜을 입증할 바람잡이 홍 씨가 있었다. ‘둘이서 술자리를 한 것을 똑똑히 보았다’는 홍 씨의 증언에 최 씨는 ‘가정 파괴범’이라며 A 씨를 몰아 붙였다. 최 씨는 꽃뱀한테도 욕을 퍼부으며 실감나는 연기를 했다. 하얗게 질린 A 씨는 최 씨에게 5000만 원을 쥐어줄 수밖에 없었다.
꽃뱀 공갈단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 씨가 끌어들인 최 아무개 씨(54)는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이 아무개 씨(54)를 불러왔다. 둘은 주변에 돈 많은 사람들을 물색하다 또 다른 초등학교 동창인 B 씨를 목표로 삼았다. B 씨는 인천에서 금 도매업을 하던 사람으로 사업이 꽤 번창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B 씨는 성격이 순박했다.
B 씨는 꽃뱀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산의 한 모텔로 들어갔다. 꽃뱀의 남편으로 위장한 최 아무개 씨(50)가 또다시 모텔 방을 급습했다. 당황한 B 씨는 펄펄 뛰는 최 씨에게 1000만 원을 내놓았다.
하지만 B 씨를 속인 대가로 꽃뱀 공갈단은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B 씨가 다른 친구에게 5000만 원을 빼앗긴 정황을 늘어놓자, 이를 수상히 여긴 친구가 경찰에 제보를 한 것이다. 인천남동경찰서는 꽃뱀 공갈단의 번호와 계좌를 역 추적해 안산 피해자 A 씨를 찾아냈다. 사건의 정황이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은 경찰은 B 씨에게 ‘꽃뱀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전해주었다. 친구가 자기를 속였다는 것을 깨달은 B 씨는 ‘믿을 친구가 한 명도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현재 경찰은 꽃뱀과 바람잡이 등 달아난 3명을 추적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우연한 만남, 남편의 급습, 해결사의 등장 등 이들의 범죄 행각은 한편의 연극을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박정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