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채팅앱 카페 경우 성인 인증도 없어 10대들까지 무분별하게 범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일요신문 DB |
경기도 이천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A 양(17)은 지난 9월 카카오톡 온라인 동호회 카페를 통해 B 씨(21)를 알게 됐다.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그의 사진은 180cm의 건장한 체격에 얼굴까지 훈훈한 꽃미남이었다. B 씨의 외모에 호감을 가진 A 양은 그와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B 씨는 A 양에게 알몸 사진을 전송해 달라고 요구했다. A 양은 처음에 절대 그럴 수 없다며 거절했지만 B 씨는 줄기차게 알몸 사진을 요구했다. 자신을 향한 A 양의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해보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A 양은 자신의 알몸 사진을 찍어 보냈다.
이때부터 B 씨는 돌변했다. 그는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학교 홈페이지와 인터넷에 알몸 사진을 유포해 네 인생을 망가뜨리겠다”고 협박했다. 후회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 A 양은 사진을 지워달라고 애원했다. B 씨는 “집안의 귀금속과 현금을 가져오면 사진을 삭제해 주겠다”며 A 양을 모텔로 불러냈다. A 양은 집에 있는 부모의 목걸이와 반지 등을 챙겨 모텔로 향했다. 모텔에서 만난 B 군은 그가 전송한 훈남 사진과는 크게 달랐다. 포토샵을 통해 훈남 이미지를 연출했던 것이다.
A 양은 귀금속과 금품을 주며 사진을 지워줄 것을 요청했지만 B 군은 오히려 금품을 빼앗고 4차례에 걸쳐 A 양을 성폭행했다.
귀금속과 딸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A 양의 부모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는 바람에 B 씨는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다른 동호회원의 알몸 사진도 전송받아 보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사건 외에 다른 범죄 사실이 있는지를 추궁하고 있다.
스마트폰 채팅앱을 이용한 성폭행 사건은 또 있었다. 지난 8월 광주광역시의 고등학생 C 군(16)은 카카오톡 채팅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중학생 D 양(13)에게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협박했다. 나체 사진을 전송하지 않으면 D 양 학교 일진들을 시켜 괴롭히겠다는 것이다. D 양은 어쩔 수 없이 알몸 사진 10여 장을 C 군에게 보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C 군은 사진을 미끼로 D 양을 아파트 상가 화장실로 불러내 성폭행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D 양에게 안대를 씌웠다. 심지어 성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했다. C 군은 이후에도 9월 중순까지 세 차례나 더 D 양을 성폭행했다.
C 군의 범행은 그가 D 양에게 또 다른 여성들의 알몸 사진을 찍어 전송하도록 협박하는 바람에 드러났다. 지난 9월 D 양은 C 군의 요구에 못 이겨 한 대중목욕탕에서 다른 여성의 알몸 사진을 찍다 걸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D 양은 협박을 받고 알몸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한다.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C 군이 D 양에게 ‘상가 화장실로 나오라’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현장에 잠복해 있다 그를 검거했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C 군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외국 전화번호가 나오도록 하는 어플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수법을 보고 가해자가 나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고교생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채팅앱 온라인 동호회에는 얼마나 많은 10대들의 글이 올라와 있을까. 5군데 동호회 카페를 돌아본 결과 카카오톡 대화 친구를 구한다는 수천 건의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자신의 개인정보와 카카오톡 아이디를 올려놓고 있었다.
기자와 연락이 닿은 여고생 E 양(18)은 “카페에 아이디를 올려놓으면 한 시간 만에 10명 넘게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연락을 하는 사람들의 나이도 또래 고등학생부터 23세 이상의 아저씨들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이어 모르는 사람들과 카카오톡 아이디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섭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만남을 갖자는 말부터 노골적인 성적 대화를 요구하는 사람까지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면서도 “그런 사람들은 대화 안하고 차단해버리면 그만 아니냐”고 말해 크게 심각성을 느끼지 않았다.
경기 이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앱과 동호회 상당수가 성인인증 없이 가입할 수 있어 성폭행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잠자리도 OK” 조건만남 제의도
어떤 글은 게시물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조건 만남을 광고하기도 했고, 카카오톡 친구를 구한다며 자신의 사진과 카카오톡 아이디를 게시판에 올려두고는 대화를 걸어오는 남성들에게 조건 만남을 제의하기도 했다.
기자가 직접 동호회 게시물을 통해 연락을 한 여성 15명 중 12명이 카카오톡을 통해 조건 만남을 요구했다.
한 여성은 “채팅앱을 통해 예약을 하면 여성들이 손님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술자리, 잠자리, 데이트 다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가격과 시간, 조건 등을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게시물들은 10대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카카오톡을 통한 조건 만남 제의는 신종 보이스피싱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17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카카오톡이나 채팅앱을 통해 조건 만남 여성으로 가장해 남성들에게 접근, 선금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1억 5000만 원을 챙긴 조선족 김 아무개 씨(37)와 신 아무개 씨(26) 등 2명을 구속한 바 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