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값일 때 구입했다 10배 이상의 평가차익을 얻고 있는 이마트 은평점. |
▲ 신세계에서 최근 60.02%의 지분을 인수한 서울 센트럴시티. |
대형마트를 비롯해 한창 잘나가던 시절 적잖은 사람들이 신세계이마트의 성공과 발전 요인 중 하나로 ‘부동산 투자’를 꼽았다. ‘IMF 외환위기 때와 그 직후 부동산 투자를 해 큰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이는 수년 전부터 신세계이마트 내부 관계자들도 인정해온 부분이다.
▲ 정용진 부회장. |
사실 대형마트로 변경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는 넓은 면적에 낮은 층수가 기본”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은평점은 원래 백화점용 건물이었기에 높은 층수에 좁은 면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마트 은평점은 전국 매출 1위에 등극했으며 한때 이마트 본사를 은평점에 둘 정도로 이마트의 중심이었다. 지상 10층, 지하 8층(실제 운영 공간은 지하 7층~지상 9층)인 이마트 은평점의 성공 요인은 은평구와 인근 서대문구 등에 대형마트가 없는 최고의 상권이라는 점이었다.
신세계가 2001년 7월 이 건물과 토지를 매입한 금액은 불과 240억 원. 지금 되돌아봐도 헐값(?)이었다. 이마트 은평점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워낙 규모가 커서 쉽사리 계산하기 힘들다”면서도 “이마트 건물이 매매되거나 개발된다는 가정 하에 계산하자면 이마트 주변 땅값이 3.3㎡(약 1평)당 4000만 원인 데다 이마트 건물은 3.3㎡당 400만 원 정도로 잡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건물과 토지의 평가가치는 2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개업자는 “2001년 당시에는 인근 땅값이 3.3㎡당 700만~800만 원에 불과했다”며 “지하철 6호선이 생기고 이마트가 들어서면서 땅값이 많이 뛰었다”고 전했다. 이마트는 은평점을 2001년 240억 원에 매입해 무려 10배 이상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2004년 개점해 은평점에 이어 전국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월계점 역시 은평점과 비슷하게 매출과 부동산 수익 면에서 대박이 터졌다.
현재 이마트는 대부분 매장을 직접 소유한 상태에서 자가운영을 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방은 거의 대부분, 서울지역도 왕십리점 등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가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보면 이마트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물론 이들 토지와 건물에 대한 매매가 당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이마트가 부동산 시세 차익으로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토지와 건물은 큰 자산이다. 필요하다면 이를 활용해 현금을 끌어올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불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M&A(인수·합병) 시장이 열릴 때마다 늘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까닭은 막강한 현금창출력에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마트는 외환위기와 그 직후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해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기 위해 신세계이마트가 최근 부지를 ‘폭풍처럼’ 사들이는 까닭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신세계이마트 측은 “어디까지나 교외형 복합쇼핑몰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의 예를 돌아볼 때 부동산 투자 목적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점포부지, 매장부지 매입과 부동산 투자는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다만 무조건 부동산 투기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는 게, 유통업체의 특성상 상권을 미리 예측해서 선점하는 것이 큰 경쟁력 중 하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은평점의 경우 인근 부동산중개업자가 말했듯 이마트가 들어오면서 상권이 활발해지고 자연스레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면서 신세계이마트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떨어지고 부채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마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신세계이마트가 부지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적지 않다. 어려운 시기에 차입금까지 끌어와 부지 매입에 나서는 것이 훗날 독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내부 유보금을 먼저 쓰고 있다”며 “교외형 복합쇼핑몰은 경우 장기간에 걸쳐 수차례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기에 신세계와 이마트에는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부실한 영업 실적 부동산으로 메우려고?
▲ 이석채 KT회장. |
KT에스테이트는 KT가 보유한 부동산을 활용해 부동산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2010년 설립한 자회사. KT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KT는 또 지난해 부동산자산관리회사 ‘KT AMC’를 설립해 KT에스테이트의 자회사로 두었다. 지난해부터 이미 부동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실제로 KT는 지난해 부동산 사업 분야에서 분양, 임대, 매각 등으로 5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현재 토지와 건물을 합해 수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공기업 시절 유선전화 시대에 필요했지만 무선시대로 오면서 필요성이 크게 약화된 부동산들이다. KT는 진작부터 통신부문에서 겪는 고전과 침체를 비통신부문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았다. 부동산 사업 강화는 물론 KT미디어(가칭) 등을 설립해 콘텐츠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KT가 부동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KT 내부에서조차 이석채 회장이 모자란 영업 실적을 부동산으로 메워 면피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터에 부동산 사업 강화는 더 큰 비판을 받을 우려도 있다.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해 9월 황금주파수 경쟁을 포기하면서 밝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다른 부문에 투자해야겠다”는 결단과 어울리는지도 의문이다.
반대로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개발하지 않으면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해야 할 우려도 있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