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이들이 술 한잔하면 대리운전자를 ‘콜’한다. 하지만 대리운전을 맡겼다가 사고가 나면 보상처리 문제가 간단치 않다. 보험에 가입한 대리운전 업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무보험업체가 많아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된다. 대리운전자를 부를 때에는 꼭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6개 손해보험사에 신고된 대리운전 관련 사고는 지난해 3만 3000여 건으로 주로 자동차보험의 대리운전위험 담보특약에 해당되는 사고였다. 하지만 대리운전 위험특약에 가입한 운전자는 지난 6월 말 13만 2000명으로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 1850만 명의 0.7%에 불과하다. 대리운전 업체가 단체로 대리운전업자 특약에 가입하거나 대리운전사 개인이 가입한 경우는 7만 2000여 건이지만, 보험가입 내역이 천차만별이라 정작 사고가 나면 보상 여부와 범위 등을 놓고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는 대리운전 회사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을 들지 않아도 영업을 할 수 있다. 허가 기준도 없고 설립, 운영이 쉽기에 영세업체 난립과 무보험 대리운전자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대리운전의 특성상 대리기사는 밤과 새벽 등 사고발생이 쉬운 시간대에 주로 운전을 하고, 무보험 상태로 운전을 맡기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대리업체는 운전기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정 아무개 씨는 늦은 밤 광화문에서 일산까지 대리운전을 시켰다가 집근처에서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대리운전 업체가 보험을 가입했기 때문에 안심했으나, 책임보험부분은 정 씨의 자동차보험에서 처리된다는 말을 듣고 그는 황당해 했다. 실제 대리운전자나 단체가 보험에 가입한 경우 책임보험은 이용자의 보험으로 보상이 되고, 대인배상Ⅱ(종합보험)이나 대물, 자기신체손해, 자기차량손해에 대해서만 대리운전자의 보험에서 처리가 된다.
대리운전자나 회사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사고 시 의무보험인 책임보험에서 보상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손해는 이용자인 차주가 자비로 부담해서 보상해야 한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대리운전특별약관이라는 게 있다. 대리운전을 자주하는 경우 차주가 이 특약에 가입하면 대리운전자가 운전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차주는 사고와 관련된 손해를 보상받는다. 보험료는 2만~3만 원선.
대리운전특약에 가입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리운전특약을 가입한 김 아무개 씨는 술을 마시는 도중 본인 차량만 집으로 옮겨달라고 대리운전업체에 의뢰했다. 도중에 사고가 나서 보험사에 보상을 청구했으나 보상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보험사는 탁송이나 대리주차는 보상되지 않는다는 약관 규정을 근거로 김 씨의 경우 차주가 타지 않아 탁송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또한 대리운전사가 승용차만 보상하는 대리운전보험에 가입한 경우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 등을 대리운전 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 보상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운전대행법을 제정해 경찰청의 인가를 받아야 대리운전업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대리운전보험도 의무화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소비자를 위하여 대리운전업 인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대리운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법을 제정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제정 전에 대리운전을 ‘콜’할 때는 반드시 ‘보험들었어요?’라고 확인하고 운전대를 맡겨야 할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www.kf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