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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저항시인으로 유명한 김지하 시인의 박근혜 지지 발언에 네티즌들의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5일 김지하 시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와 안철수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드러냈다.
김 시인은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를 놓아버리고 엄마인 고 육영수 여사를 따라 너그러운 여성 정치가의 길을 가겠다는 후보에게 믿음이 간다”라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
이어 그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 대해 “처음엔 뭔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 어린애다”라며 “촛불에 관여한 2030세대가 인터넷을 통해 안철수를 괜찮은 사람이라 하고, 4060세대까지 이어지면서 박원순 시장이 나왔다. 나도 안철수가 그런 가능성을 가진 걸로 봤다. 하지만 근 열흘 동안 뭘 보여줬는지…깡통이다”라며 비판했다.
김 시인은 새누리당에서 몇 번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는 친구이자 박근혜 캠프 통합부위원장인 김중태 씨가 자신에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그에게 “난 시인이야. 꺼져”라고 욕하며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과거 독재정권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그의 보수당 지지 발언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네티즌들은 “늙어서 노망이 났다” “과거 시를 보면 지금의 행보는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박정희의 딸을 지지하나” “박근혜 지지야말로 변절이다”라며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에 소신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몇몇 네티즌들은 “제대로 된 진보가 없기 때문이다” “왜 진보를 지지하면 열광하고 보수를 지지하면 비난하나” “저분의 소신일 뿐이다” “저분의 작품들을 보면 우리는 그의 소신을 욕할 자격이 없다”라며 옹호했다.
김 시인의 의외의 모습은 과거에도 있었다. 1991년 노태우 정권에 항거해 일련의 분신사태가 벌어지자 김 시인은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글을 기고해 당시 저항운동을 비난한 바 있다.
한편 김지하 시인은 박정희 유신정권에 정면으로 맞섰던 저항시인이다. 1970년 ‘오적 필화사건’으로 구속됐다 풀려나는 등 저항적 작품을 써내며 구속과 석방을 반복했다.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동안 펜을 잡지 않다가 1990년부터 과거의 저항시와는 달리 고요하면서도 절제, 관조적 분위기의 내면 이야기를 담은 시들을 보여주며 새로운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