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된 마약팀 형사’ 자극적 설정 불구 시청자 설득 성공…금단 현상 표현 위해 15kg 감량도
드라마의 배경은 서울 근교, 경기도 남부의 한 도시. 일상을 위협하는 마약 범죄가 깊숙하게 파고든 세상이다. 유치원에 간 딸의 하교를 기다리던 평범한 엄마가 마약 배달원에게 마약을 받아 허겁지겁 먹는 지경에 이르렀고, 제약회사 연구원들은 불법 마약을 만들어 유통까지 하고 있다.
아무리 지상파 드라마의 표현 방식이 다채로워졌다고 해도 ‘커넥션’이 다루는 이야기나 인물의 설정은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특히 마약팀 형사를 신종 마약에 강제로 중독시킨 설정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한다. 때마다 극심한 환각과 금단 현상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집 앞으로 배달되는 마약을 보고 깊은 갈등과 고통에도 빠진다.
이쯤 되면 여기저기서 ‘지상파 드라마로 적절한 수위’인지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법한데, 상황은 반대다. ‘커넥션’은 비현실적인 설정과 자극적인 마약 범죄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스릴 넘치는 범죄 수사극으로서 강점이 확실하고, 무엇보다 마약을 다루는 시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쪽에 집중된 덕분이다. 마약이 야기하는 공포를 느끼는 시청자 의견도 많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원동력, 다름 아닌 드라마를 이끄는 배우 지성의 힘이다.
#1회 시청률 5.7%에서 10회 11.1%로 급상승
‘커넥션’은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의 에이스 형사가 고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과거 친구들이 얽혀 있는 변질된 우정의 커넥션을 밝히는 내용의 드라마다. 제작진은 ‘중독 추적 서스펜스 드라마’라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성은 세력을 확장하는 마약 조직을 추적하는 형사 장재경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고교 시절 친했지만 지금은 소원한 친구가 자신에게 돌연 50억 원의 보험금을 남기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감지하고 비밀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강제로 신종 마약에 중독되고,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고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동창생들이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총 14부작인 ‘커넥션’은 지난 5월 24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했다. SBS 금토 드라마는 ‘프라임 타임’ 효과에 힘입어 일정한 시청률이 보장돼왔다. ‘커넥션’이 기록한 1회 시청률은 기존 금토 드라마의 초반 기록과 비교해 저조한 성적이다. 드라마가 초반에는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마약에 중독된 형사가 주인공이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도 시청자의 선택을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가 공개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매회 흥미진진한 사건이 거듭되고, 최종 범인이 누구인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치밀한 설계 덕분이다. 강제로 마약에 중독된 형사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 혼란스러운 모습도 시청자의 시선을 빼앗았다. 시청률 상승을 거듭한 끝에 10회의 시청률은 11.1%까지 올랐다.
단순히 시청률 상승만이 아니다. 검은 비리를 파헤치는 서스펜스 넘치는 이야기의 완성도에 대한 호평도 이어진다. 사실 마약 소재의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시리즈는 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등 장르물에 빠지지 않는 에피소드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드라마에서 마약 제조와 유통, 심지어 일상에 깊숙하게 침투한 신종 마약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위험천만한 시도는 그만큼 치밀한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제작진은 마약 소재의 이야기가 시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지상파 채널에서 방송할 땐 더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연출을 맡은 김문교 PD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마약을 단순히 오락적인 소재로 표현하지 않으려 했다”며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약이 주는 표면적인 쾌감보다 병증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연출해 이를 과감하게 담았다”고 밝혔다.
#비현실적 이야기에 리얼리티 부여
‘커넥션’이 태생적으로 포함한 여러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데는 지성의 공이 절대적이다.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통해 비현실적이고 극적인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지성은 제작진과 논의를 거듭하면서 선정적인 설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설득하는 작업을 거듭했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직접적인 묘사나 대사, 표현은 철저히 자제했다. 대신 마약이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집중했다. 강제로 마약에 중독된 형사가 겪는 극심한 불안과 환각, 고통을 강조해 보이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도 초점을 맞췄다.
지성은 “단순히 마약 중독이 된 사회를 그리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조금 더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면서 ‘만약 내가 타인에 의해 강제로 (마약에) 중독됐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극 중 재경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도 말했다.
역할이 역할이니만큼 한눈에 그 인물의 처지를 보여야 했다. 지성의 선택은 체중 감량. 마약에 중독된 형사의 극적인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을 앞두고 몸무게를 15kg 감량했다. “마약에 중독된 나, 마약을 이겨내려는 나, 중독된 상태를 즐기고 싶은 나까지, 여러 상황을 구분하고 혼란스럽게 싸우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지성의 설명이다.
지성은 연기력에 관한 한 시청자와 굳건한 믿음을 쌓은 배우로 꼽힌다. ‘비밀’ ‘킬미 힐미’ ‘피고인’ ‘아는 와이프’ 등 출연작마다 성공을 거뒀고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2015년 MBC, 2017년 SBS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단련하는 배우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커넥션’은 그의 배우 인생에 오래 남을 또 한 편의 대표작이 될 전망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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