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대선 후보 등록을 한다면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돈 문제에 관한 한 가장 불리한 셈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더군다나 이번 대선에는 ‘안철수’라는 유력 무소속 후보까지 뛰어들었다. 후보 등록 직전, 무소속 안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그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과연 이번 대선의 ‘쩐의 전쟁’은 어떻게 흘러갈까. 18대 대통령 선거와 돈에 얽힌 모든 궁금증을 자세하게 풀어봤다.기본적으로 한국의 정치자금법은 ‘자율 경쟁’을 표방하는 미국에 비해 이런저런 ‘규제’가 참 많다. 이 때문에, 한국의 선거판은 개인 후원금보다는 정당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 지원되는 선거보조금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올해 대선 선거보조금은 약 358억 원 수준이다. 이는 올해 경상보조금과 동일한 수준이다. 각 정당은 올해에만 기본적인 경상보조금 이외에 4·11 총선 선거보조금과 대선 선거보조금을 받게 된다. 쉽게 말해 아무 선거가 없었던 지난해보다 국고 보조금을 세 배나 더 받게 된 것이다. 정당으로서는 꽤 쏠쏠한 장사를 한 셈이다.
▲ 대선 후보들이 선거 자금을 어떻게 모아 얼마나 쓸지도 관심사다. 사진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6일 ‘전국 수산인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석한 모습. 임준선 기자 |
이 경우, 새누리당(박근혜 후보·153석)은 약 159억 원, 민주통합당(문재인 후보·127석)은 약 152억 9000만 원, 통합진보당(이정희 후보·6석)은 약 26억 3000만 원, 진보정의당(심상정 후보·7석)은 약 19억 7000만 원을 받게 된다. 신당인 진보정의당은 통합진보당보다 의석수가 한 석 많지만 지난 총선 득표율이 ‘0’이기 때문에 통합진보당보다 보조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표 참조)
대선 선거보조금 이외에 살펴볼 부분은 선거 이후 국가가 지원해주는 선거보전금이다. 올해 선관위에서 공고한 대선 후보 선거비용제한액은 559억 9770만 원이다. 국가는 선거비용제한액에 한해, 당선자 혹은 15% 이상 득표한 낙선자에게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해 준다. 단, 최종 후보등록일 이전에 사용한 선거비용은 제외된다.
이번 대선판 ‘쩐의 전쟁’은 다소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핵심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다. 아직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가 남아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 얼마의 선거보조금이 지급될지,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안 후보가 이번 대선 후보 중 돈 문제에 관한 한 가장 불리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역시 ‘무소속’이기 때문이다. 국내 선거자금법상, 무소속 후보가 기존 정치판에 뛰어들기란 무척 어려운 구조다. 다른 정당 후보들은 이미 정당의 한 해 기본운영자금이라 할 수 있는 ‘경상보조금’을 받았지만 무소속 안 후보는 당연히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물론 현재로서는 후보 등록을 한다고 해도 안 후보는 ‘대선 선거보조금’도 받을 수 없다. 만약 안 후보가 문 후보와 단일화해 야권통합 후보로 나선다 하더라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안 후보가 통합후보로 선출된다고 해도 민주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에 지원되는 대선 선거지원금 152억 9000만 원은 고스란히 국고에 환수되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안 후보 진영에 속한 현역 의원은 송호창 의원뿐이다. 이 상황에서 안 후보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거보조금은 고작 2400만 원 수준이다. 결국, 안 후보는 야권 통합 후보 선출 뒤,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반대로 신당을 만든 뒤 의원 빼내기를 통해 보충하지 하지 않는 이상, 선거보조금은 그림의 떡이다.
현재 안 후보가 모금하고 있는 개인 후원금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개인 후원금에 대한 규제가 심한 국내 선거자금법 규정상 대선 후보는 선거비용제한액의 5%까지밖에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 즉 안 후보가 후원금으로 모을 수 있는 돈은 최대 27억 9000만 원 수준이다. 전체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등록 후 시작해도 늦지 않아…정말?
‘쩐의 덫’에 걸린 안철수 후보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은 ‘정치인 펀드’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치인 펀드는 일반적인 후원금과는 다르다. 이는 일종의 채권·채무 관계다. 투자자가 후보자에게 개인 간 약정체결을 토대로 돈을 투자하게 되고 선거가 끝나면 후보자로부터 다시금 일정금액의 이자와 함께 돈을 돌려받게 되는 형태다. 이는 개인 간 채권·채무 거래기 때문에 선거자금법상 규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제한액이 있는 후원금과 달리 선거비용제한액에 한해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다. 결국 안 후보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치인 펀드뿐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난달 출시 공고를 낸 ‘안철수 펀드’는 지금까지 깜깜무소식이다. 안철수 후보 캠프 정연순 대변인은 이에 대해 “아직 준비 중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아직 조율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후보 측이 야권 단일화 협상 상대인 문재인 후보를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문 후보는 이미 지난달, 단 56시간 만에 목표였던 200억 원 규모의 펀딩을 성공했으며 이제는 ‘문재인 담쟁이 펀드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안 후보가 문 후보와 동일 기간에 펀드를 출시할 경우, 당연히 상대 측 스코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단일화 협상 이전에 ‘펀딩 스코어’ 비교는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 대변인은 “절대 스코어 부담 때문에 펀드 출시를 미루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안 후보가 선거 자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방안’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후원회 측에서 펀드보다는 후원금에 집중하자는 얘기도 있다. 어찌 됐건 국민의 성원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 전망이 밝아 보이진 않는다. 지난 11월 2일까지,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안 캠프에 모인 후원금은 약 3억 원 수준이었다. 기자는 안 캠프 측에 현재까지의 후원금 현황 정보를 요청했지만, 캠프 측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최근 후원자가 많이 늘기는 했지만, 11월 초 언론을 통해 알려진 기준액(3억 원)보다 금액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대부분 소액 후원자들이기 때문에 기대했던 것만큼 금액이 많지는 않다. 후원금 현황은 조만간 공개할 것이니 기다려 달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뿐만 아니라 선거법 규정상 안 후보는 선거비용제한액의 5%(27억 9000만 원)까지밖에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 이 점에서 ‘후원금’으로 난제를 타개한다는 정 대변인의 말에는 어폐가 있어 보인다.
결국, 안 후보가 만약 펀드를 출시한다면 본인이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그렇게 되면 문 후보와의 ‘스코어 경쟁’을 피할 수 있다. 또 펀딩으로 꾼 돈은 어찌 됐건 선거 이후 선거보전금으로 갚아야 한다. 규정상 선거보전금은 최종 후보등록 이후의 선거 자금에 한해서다. 어차피 안 후보가 펀딩을 한다 해도 그 돈은 야권 단일 후보 선출 및 최종 후보등록 이후에 지출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을 따져 볼 때, 안 후보로서는 야권 단일 후보 선출 이후에 펀드를 출시한다 해도 늦은 것만은 아니다. [한]
‘안 단일후보’ 이색 후폭풍
문재인 당에 완전 민폐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 국가로부터 받을 선거보조금은 152억 90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만약 야권 통합후보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선출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는 새누리당이 가장 큰 이득을 얻게 된다. 국회에서 활동하는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면, 민주당에 지급될 선거보조금 152억 9000만 원은 고스란히 국고로 환수되며 이는 대선 후보를 낸 다른 정당에 다시금 분배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1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추가로 받게 된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등 선거 자금이 빠듯한 군소 정당들 역시 적지 않은 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전망이다.
문재인 후보로서는 야권 단일후보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타격은 물론 돈 문제로도 당에 ‘민폐’를 끼치게 되는 최악의 대선후보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한]
새누리당 특별당비 모금 관심
정몽준 통크게 쏠까
위의 관계자는 이어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 자금 후원은 당비와 후원금 아니겠나. 야권에서 현재하고 있는 ‘정치인 펀드’는 선거자금 규정을 교묘하게 피한 돈거래에 불과하다”며 이번 특별당비 납부 권유의 당위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에 따라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1월 8일, 당에 특별당비 2억 원을 납부했다. 알려졌다시피 김 위원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패션업계 리더이자 재력가이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패션브랜드 ‘MCM’의 지난해 매출액은 3100억 원, 영업이익은 535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새누리당 내에서는 같은 날,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서병수 사무총장이 각각 5000만 원의 특별당비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당내 최대 부자인 정몽준 의원(19대 의원 재산신고액:2조 227억원)의 ‘지갑’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정몽준 의원같은 분이 좀 내셔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내 일부 부자의원들의 ‘기부’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에도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대선비용 마련을 위해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 30억 원, 정몽준 의원 10억 원, 강재섭 당시 대표 1억 원의 특별당비를 납부 받은 바 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