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검 부장판사의 차명계좌 수사를 놓고 경찰과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고검 청사. 임준선 기자 |
의혹이 제기된 해당 검사는 현재 서울고검 부장검사에 재직 중인 김 아무개 씨(51)다. 한마디로 경찰이 서울고검 간부급 검사를 저격한 꼴이어서 ‘제2의 검경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조희팔 |
경찰은 “김 부장검사가 비슷한 시기인 2008년 5월 유진그룹으로부터 6억 원을 받은 정황을 추가적으로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유진그룹은 하이마트를 인수할 무렵이었으며 김 부장검사 차명계좌로 2차례에 걸쳐 총 6억 원 상당이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로부터도 김 부장검사의 차명계좌로 2억여 원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이 현직 검사에 대해 내사를 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이번처럼 정식으로 수사한 건 전례 없던 일이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조희팔 은닉자금을 수사하는 과정 중 김 부장검사가 조희팔의 최측근인 강 씨가 관리하던 차명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증거를 포착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9일 “경찰은 김 부장검사가 이 차명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문제의 차명계좌에 비슷한 시기 유진그룹 측에서도 수억 원대의 돈을 입금한 사실이 추가적으로 확인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제2의 스폰서 검사가 등장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검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가 됐다.
최근 검경 갈등으로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해진 검찰은 10일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특임검사로 임명했다. 특임검사팀은 다음날인 11일 유진그룹과 김 부장검사의 사무실,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총력전에 돌입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 발표가 나오기가 무섭게 대검이 발 벗고 나서 특임검사를 인선하고 김 부장검사 관련 계좌 추적 영장을 서둘러 발부 받았다고 한다. 일정 부분 수사가 진행된 과정에서 대검은 경찰에 의해 의혹이 제기된 문제의 차명계좌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이어 검찰에서도 김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자 경찰은 “검찰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발끈하며 “특임검사와 상관없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 부장검사는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9일 내부문서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적극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다단계 판매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조희팔과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다. 조 씨로부터 돈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어 김 부장검사는 조 씨의 측근 강 씨를 오랜 고등학교 동기로 소개하면서 ‘2008년 5월경 가정 사정 때문에 강 씨로부터 돈을 빌려 사용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차용증과 이자 약정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쳤다. 그 무렵부터 2009년까지 송금 등으로 변제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부장검사는 검찰 측에 변제했다는 객관적 증빙을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당시 유진그룹 고위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에 대해서도 김 부장검사는 처음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도 김 부장검사는 ‘직무와 관련해 제3자로부터 불미스런 돈을 받은 바 없기 때문에 관계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혐의가 벗겨지는 대로 경찰 수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생각도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김 부장검사에게 유진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유 아무개 대표가 돈을 건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 대표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 부장검사에게 전세자금 명목으로 빌려준 돈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개인 간의 돈거래일 뿐 김 부장검사와 어떤 자금거래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 부장검사에게 돈을 건넨 이는 유진그룹 계열사 대표 유 아무개 씨(47)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유진그룹 관계자는 “유 대표 입장에선 오랜 시간 돈독한 관계였던 김 부장검사가 개인적으로 찾아와 절박한 재정 상황을 호소해오니 인간적인 동정심에서 전세자금을 일시 빌려줬을 것이다. 단연코 어떤 대가성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검사는 유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이후 4년이 지나도록 이 돈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부장검사는 “부인의 암 투병등으로 급히 집을 옮겨야 할 상황에서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후배로부터 일시 돈을 빌려 전세금으로 사용했다. 이 돈을 갚기 위해 내 소유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으나 아직까지 팔리지가 않아 변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추가적인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또 김 부장검사가 유진그룹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2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낸 혐의도 포착했고 동료 검사 2~3명이 주식 투자에 동참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