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투어 일정 부산서 끝나지만 서울서 한 번 더 공연 예정…은퇴 번복? 일말의 복귀 가능성 차단
은퇴 투어에 돌입한 가수 나훈아가 지난 상반기를 돌아보며 이런 입장을 내놨다. 하반기 투어를 앞두고 그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훈아는 7월 29일 하반기 투어 일정을 발표하면서 소감을 전했다. “시원섭섭할 줄 알았습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그런데 시원하지도 서운하지도 않았습니다. 평생 걸어온 길의 끝이 보이는 마지막 공연에 남아 있는 혼을 모두 태우려 합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라고 밝혔다.
#왜 ‘부산’이 마지막일까
나훈아의 은퇴 공연 ‘고마웠습니다’는 지난 4월 출발했다. 인천을 시작으로 청주, 울산, 창원, 천안, 원주, 전주로 이어졌다. 7월 6일 전주에서 상반기 공연을 마무리한 나훈아는 3개월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오는 10월 대전에서 다시 마지막 축제를 이어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지막 공연이다. 대전, 강릉, 안동, 진주, 광주, 대구를 거친 뒤 오는 12월 14∼15일 부산 벡스코에서 피날레 공연을 펼친다. 부산은 그의 고향이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라도 출신 남진과 쌍두마차로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최근 발표한 앨범에는 ‘기장 갈매기’라는 노래를 수록하고 부산 바닷가를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그런 나훈아가 피날레 공연 장소를 부산으로 잡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나훈아는 은퇴 콘서트의 마침표를 찍을 장소로 서울을 택했다. 2024년을 관통하는 긴 은퇴 투어 중 아직 서울 공연은 발표된 바 없다. 이는 대관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1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올림픽공원 내 KSPO돔과 고척돔 정도다. 하지만 K-팝 그룹의 콘서트가 줄지어 잡혀 있기 때문에 대관 자체가 어렵다. 고척돔의 경우 프로야구 시즌에는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쓰이기 때문에 공연장으로 활용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훈아의 은퇴 공연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나훈아 측은 서울 공연을 준비 중이다. 12월 부산 공연을 마친 이후에는 프로야구도 비시즌이기 때문에 고척돔 대관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게다가 겨울이기 때문에 그의 팬층 나이를 고려할 때 실내 공연이 가능한 고척돔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은퇴 번복은 없을까
나훈아가 은퇴를 선언한 것은 지난 2월이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지 58년 만이다. 그는 직접 쓴 편지를 통해 “한 발 또 한 발 걸어온 길이 반백 년을 훌쩍 넘어 오늘까지 왔습니다.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한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라면서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나훈아는 오랜 기간 자신을 지지해준 팬들을 향해 “긴 세월 저를 아끼고 응원해주셨던 분들의 박수와 갈채는 저에게 자신감을 더하게 해주셨고, 이유가 있고 없고 저를 미워하고 나무라고 꾸짖어 주셨던 분들은 오히려 오만과 자만에 빠질 뻔한 저에게 회초리가 되어 다시금 겸손과 분발을 일깨워주셨습니다”라며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높은 소리로 외쳐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라고 편지를 마쳤다.
당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표현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그가 작곡한 노래를 여러 후배 가수들이 불렀기 때문에 직접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도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상반기 공연 중 그는 특유의 강한 억양의 사투리로 “이제는 피아노에 앉지 않을 깁니다. 기타도 잡지 않을 깁니다. 책은 읽되 글은 쓰지 않을 깁니다. 일기도 안 쓸 깁니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라면서 일말의 복귀 가능성도 차단했다.
항간에는 건강 이슈가 불거졌다. 그가 더 이상 무대에 서기 힘들 정도로 중병을 앓고 있다는 루머였다. 하지만 무대 위 나훈아는 건재했다. 병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라는 루머에 대해 건강검진표로 맞섰다. “어떤 점쟁이가 내년에 내가 죽는다카데”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일본어로 작성된 건강검진표를 화면에 띄운 후 “금년 2월에 한 피검사입니다. 스물다섯 가지 중 조금이라도 수치가 문제 있으면 빨간색으로 뜹니다. 의사선생도 깜짝 놀랐다카이”라며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가수 나훈아’가 아닌 ‘자연인 최홍기’로 돌아가고자 함이다. 그는 “안 본 데 가보고, 안 묵어본 거 묵고, 이라고 살깁니다. 3~4시간 노래 불러도 끄떡없을 때, 다리 멀쩡할 때 하고 싶은 거 다 할 깁니다”라면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거 하고 사셔야 합니다. 썩어빠지게 번 돈 다 쓰고 죽어야 합니다”라고 충고했다.
이렇듯 나훈아의 은퇴 결심은 여전히 단호하다. 그래서 그의 하반기 은퇴 공연과 일거수일투족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세기를 풍미한 예인의 퇴장이기 때문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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