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퇴출 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는 이상득 전 의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고문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 원을 지원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의원에 대한 재판에서 코오롱그룹의 전직 임원은 “고문활동비 명목으로 이 전 의원에게 의원실 경비 지원금을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의 심리로 열린 이 전 의원에 대한 네 번째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FnC 코오롱 대표이사 제 아무개 씨는 회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이 전 의원에게 매달 수백만 원 상당의 고문활동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측은 지난 2008년 4월 코오롱 측 임원들에게 지급된 '임원 급여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비상근 고문인 이 전 의원에게 지급된 급여 450만 원과 고문활동비 300만 원 및 차량지원 내역이 기재돼 있었다.
제 씨는 “고문활동비는 이 전의원이 운전기사인 박배수 씨를 통해 세금공제 없이 현금으로 전달됐다”며 “실질적으로는 의원실 경비 지원금이라고 보고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회계처리방식의 편법성을 지적한 검사의 질문에 “이 전 의원 측으로부터 영수증을 제출받아야 하지만 인사팀 직원들의 개인 영수증을 끌어모아 300만 원을 맞췄다”고 답했다.
제 씨는 이어 “인사팀 직원들의 영수증이 모자랄 경우 마트 및 의류구입 등 다른 팀의 영수증도 끌어모았다”며 “박배수 측으로부터 영수증을 받기가 번거로워 편법을 썼다”고 털어놨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988년 코오롱그룹을 퇴사한 이후 24년간 고문직을 유지하며 고문료 및 고문활동비, 차량과 운전기사를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문 요구가 아니라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제 씨는 “그런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기간 혜택을 준 것은 국회의원에 계속 당선돼 명망이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250만 원이었던 고문활동비가 2008년 300만 원으로 오른 것에 대해서는 “박배수 씨로부터 활동비를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승인했다”며 “회사에서 지급되는 실비의 최고 한도가 300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솔로몬·미래저축은행과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총 7억 5750만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