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선 부회장은 증여세 납부를 위해 35만 주를 공탁했다. 이는 지난 4월 4일 종가 기준 약 245억 원 규모다. 통상 세액의 120%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야 할 증여세 규모는 204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정기선 부회장은 증여를 통해 마련한 현금으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직접 지분 증여를 통해 경영권을 승계자에게 넘기는 통상적인 승계 방식과 다른 행보다.
일각에서는 정기선 부회장이 세금을 아끼기 위해 장내 매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금과 지분 모두 증여 시 최고 세율 구간은 50%로 같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지분을 증여받을 땐 최대주주 할증이 붙어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 가령 100억 원의 현금을 증여할 경우 최고 세율 50%를 적용받은 50억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시가 100억 원의 최대주주 주식을 증여받을 땐 20%의 할증이 붙은 120억 원에 대한 최고세율 50%가 적용돼 60억 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정기선 부회장은 약 6년 전에 세금을 줄인 바 있다. 2018년 3월 29일 정기선 부회장은 정몽준 이사장에게 받은 3040억 원과 대출받은 500억 원 등으로 HD현대(당시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3595억 원 규모 매입하고 지분 5%가량을 확보했다. 만약 정몽준 이사장에게 현금이 아닌 지분을 증여받았으면 해당 지분 가치에 할증이 붙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도움을 준 회사가 KCC다. KCC는 보유 지분 5%를 블록딜 방식으로 정기선 부회장에게 넘겼다. KCC그룹의 총수와 HD현대그룹의 총수는 사촌관계다.
다만 정기선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한 영향으로 투심을 자극해 HD현대 주가가 높아지면 이러한 지분 매입에 비용이 늘어난다. 실제 정기선 부회장이 올해부터 지분을 매입하자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HD현대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28일 종가 6만 3300원에서 지난 7일 7만 9700원으로 25% 상승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