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관급 출신 A 전 원장이 이끄는 ‘첩보동지회’ 주목…과거 악연 탓 수뇌부 갈등 직간접 영향 의혹
정보사는 ‘존재 자체가 알려져선 안 되는 부대’다. 그런 정보사가 수뇌부 간 갈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민간단체의 ‘안전가옥(안가)’ 사용 여부를 둘러싼 수뇌부 간 입장 차이가 감정싸움으로 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가에 민간단체를 유치하려는 목적이 기획공작 ‘광개토 사업’ 일환이었다는 정보가 세간에 공개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광개토 사업과 관련해 거론된 민간단체 면면을 살펴보면, 민간인들이 만든 단체로 보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언급된 민간단체를 이끄는 운영진 대부분이 예비역 군 고위급 정보계통 관계자인 까닭이다. 취재에 따르면 정보사 여단장 고소장에 언급된 민간단체는 군사정보발전연구소, 첩보동지회, 통일융합전략연구소 등인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정보발전연구소의 경우 육군 중장 출신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단법인이다. 이 법인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7기 출신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박지만 EG 회장 등과 동기다. 첩보동지회와 통일융합전략연구소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다.
취재 결과 첩보동지회 회장은 정보사 영관급 장교 출신 A 씨였다. A 씨는 2010년대 국기원 임원으로 활동하다 국기원장까지 지낸 이였다. A 씨는 전직 국기원장, 첩보동지회 회장 등 직함을 달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지난 5월엔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이 새롭게 내놓은 경락품새 관련 지도자수련, 출판기념회 등 공식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사 영관급 장교로 활동하다 기업 임원, 스포츠 단체인, 민간단체 등에서 활동한 B 씨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A 씨와 B 씨는 또 다른 민간단체에서 공동회장 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파공작원 팀장 출신들로 구성돼 2005년 창립한 단체다. 2024년 상반기엔 A 씨와 B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 민간단체가 정보사령관과 대립각을 세웠던 일이 있었다. 정보 계통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에피소드 내용은 이랬다.
지난 3월 발간된 한 월간지에 A 씨 인터뷰가 실렸다. 대북공작원 팀장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뷰엔 현직 정보사령관과 A 씨, 그리고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이 함께 찍은 사진이 인터뷰 기사에 함께 게재됐다. 인터뷰가 공개된 후 정보사는 이 월간지 측에 연락을 취해 ‘인물 정보’임을 근거로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A 씨가 이끄는 민간단체가 불쾌감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3월 13일 민간단체는 회장단 명의로 정보사령관에게 공문을 보냈다. A 씨와 B 씨 이름이 적혀 있었던 공문엔 민간단체가 정보사령관 면담 요청 및 특수임무유공자 관련 법률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보사 출신 OB들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정보사령관에게 면담 요청 및 공작팀장 출신 요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직접 요구한 셈이다. 정보사 측은 해당 면담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령관 얼굴이 ‘인물 정보’에 해당하는 것은 맞는 말”이라면서 “아무리 충혼탑을 참배했더라도 사진 게재에는 조금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공작팀장들이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하는 것도 분명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이슈와 함께 부수적인 이슈로 군 후배인 정보사령관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모양새가 좋진 않다”고 지적했다.
전직 정보 당국 관계자도 “A 씨는 전역 이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동시에 A 씨가 지나온 자리에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도 굉장히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군 재직 시절엔 한 지자체 부시장이 A 씨와 함께 시유지 부정 매매 의혹에 휩싸이며 구속되기도 했다”면서 “A 씨가 국기원장으로 재직할 땐 각종 의혹에 휩싸이다가 퇴임 후엔 국기원 재직 당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판결이 확정됐다. 몇몇 민간단체 회장 직함을 달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A 씨가 정보사 수뇌부 갈등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OB들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정보사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사령관 입장에선 이런 에피소드들이 누적되면서, 그간 관례나 루틴과 별도로 OB들의 안가 활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월 9일 일요신문은 A 씨에게 연락해 첩보동지회 회장이 맞는지를 물었다. A 씨는 “회장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얼마 전까지 일부 언론 보도에 회장이라고 소개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A 씨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서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정보사 안가 활용 단체로 첩보동지회가 언급이 된 경위’를 문의하자 A 씨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한번 하자”고만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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