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방어와 여야 모두 납득할 만한 사건 처리 필요…“역대급 고난도 검찰총장 자리”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대 초반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과반의 국회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함께 검찰 개혁 및 각종 특검을 추진 중이다. 검찰의 존재 필요성도 입증해야 하고, 나아가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할 각종 정치 사건들도 잘 처리해야 한다. 민주당을 겨눈 수사들도 대통령실이 원하는 대로 처리해야 한다. 낮은 지지율의 정부와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야당이 모두 납득할 수 있게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위기의 시기에 검찰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심 후보자 청문회 준비 나서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으로 전무곤 대검 기획조정부장, 총괄팀장에는 장준호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각각 정했다고 밝혔다. 또 청문지원팀장은 김남훈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장이 담당하고, 정책팀장은 문현철 대검 인권정책권이 맡는다. 홍보팀장은 이응철 대검 대변인이 담당한다.
심우정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역할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소통이 장점이지만 가장 힘들 ‘대통령실 소통’
심우정 후보자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대통령실과 소통이 꼽힌다. 심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믿는 후배’이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모두 인정받는 후배다.
심 후보자는 2015년 2월~2017년 8월 2년 6개월가량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로 근무했는데, 이때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을 각각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보좌했다. 윤 대통령과 당시 근무 인연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근접 기수 내 최고의 기획통으로 꼽히는 심 후보자의 역량을 높이 샀다고 한다. 이후 2020년 1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강행할 때 심 후보자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자리에서 이에 반대하면서 윤 대통령과 더 가까워졌다는 후문이다.
김주현 수석과 인연은 더 깊은 편이다. 기획 라인의 선후배 사이로, 심 후보자가 평검사 시절 정책기획과와 법무부 검찰과에 근무할 당시 김주현 수석이 과장이었다. 심 후보자가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이라는 기획 엘리트 보직에서 근무할 때도 검찰국장이 김 수석이었다. 하지만 검찰을 이끄는 자리기 때문에, 각종 사건에서는 이견이 불가피했을 수 있다. 상사였던 검사 출신 선배들을 상대로 ‘할 말’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심 후보자를 잘 아는 검찰 출신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는 “기획 라인답게 위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캐치해 법리적으로 잘 준비하는 능력이 탁월한 게 심우정”이라면서도 “문제는 지금 검찰이 수사팀 일선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누르고, 위에서 원하는 결과로 만들어야 하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장 눈앞의 리스크 '김건희 여사 사건들'
당장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사건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임기 내 처리’를 공언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이 총장 간 이견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이 사건 처리를 심 후보자 취임 후로 미룰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단 심 후보자는 김 여사 관련 수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건이 진행 중이므로 공직 후보자로서는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처분이 심 후보자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김건희 여사 특검 등 민주당에서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각종 특검을 발의 중인 상황이라 검찰의 존재 이유를 국민들에게 수사 결과로 납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미 김건희 여사 수사팀이 불기소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심 후보자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검찰 개혁 및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및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 검찰4법 추진도 방어해야 한다. 검찰 4법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기소와 공소 유지만 가능토록 하고,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들어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검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도 대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검사 3명과 국정농단 주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 씨와 뒷거래 의혹에 휩싸인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에 대한 탄핵 청문회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원하는 수사도 만들어야”
윤석열 정부가 집권 3~4년 차 지지율 방어를 위해 필요한 야당 수사 및 공소 유지도 잘 이끌어야 한다. 당장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부인 김혜경 여사 재판의 효율적인 공소유지를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결과를 받아내야 하고,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연루된 돈 봉투 사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부정 채용 의혹 사건,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의혹 사건,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재명 전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거래 의혹 등 야당에서 민감해 하는 사건들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지지율이 낮은 정권의 3~4년 차를 책임져야 하는 검찰총장이다. 각종 레임덕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 시기다. 박근혜 정부 때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나 국정농단 사건 등이 집권 중반 이후 불거졌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지명하면서 원하는 검찰총장의 역할이 있고, 검사들이 검찰 조직을 위해 바라는 역할이 있을 것이며 국민들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지휘해야 하는 역할이 제각기 다르게 존재할 것”이라며 “사건과 상황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검찰 조직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야권 수사만 강도 높게 하면 되는 정권 초반과 비교할 수 없는 힘든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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