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소송·중재 사건 727개 피소 상태로 진행 중…가스공사 송사 관련 충당부채 5245억 증가
#한전, 거의 매일 소송 최종 결과 받는 셈
한전·가스공사와 그 종속회사들이 피소돼 진행 중인 소송은 올해 상반기 기준 771건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 및 한전 종속회사가 피소 상태로 진행 중인 소송 및 중재 사건은 727개, 가스공사와 종속회사가 피고인 신분으로 진행 중인 소송은 44건이었다. 지난해 말 대비 소송 개수는 한전이 61개, 가스공사가 6개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피소된 소송의 소송가액은 한전이 7216억 원, 가스공사가 6468억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법적소송 관련 충당부채는 한전이 1468억 원, 가스공사가 5488억 원이었다. 충당부채는 지출 시기나 금액이 불확실하지만 지출될 가능성이 높은 부채다. 한전의 경우 소송 충당부채가 환입된 영향으로 지난해 말(1770억 원) 대비 충당부채가 302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가스공사는 패소한 소송의 영향으로 충당부채가 5245억 원 늘었다.
한전은 2021년 337건, 2022년 328건, 2023년 396건 등 매년 300건이 넘는 소송 최종심 결과를 받았다. 하루에 1건씩 결과를 받은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71건의 소송이 최종 확정됐다. 가스공사는 2021년 29건, 2022년 27건, 2023년 25건 등 소송 최종 결과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14건의 소송이 최종 확정됐다.
패소 사례도 번번이 나오고 있다. 2019년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 피해 보상을 두고 일성레저산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은 한전 항소를 기각했다. 당시 화재는 일성콘도 인근 한전이 관리하는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며 불이 났다. 2심 재판부는 한전이 일성레저산업에 5억 69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가스공사는 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KC-1과 관련해 SK해운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지난해 패소했다. 가스공사는 LNG 화물창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자 2004년부터 KC-1 사업을 시작했다. 가스공사가 기술 개발을,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가 제작을, SK해운이 선박을 운영키로 했다. 개발 끝에 2018년 KC-1 기술을 적용한 선박이 완성됐지만 콜드스폿(결빙 현상)이 발생했고 상업 운전을 하지 못했다. SK해운은 가스공사에 손실 책임이 있다며 1158억 원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가스공사가 SK해운에 1154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필수재라 소송 많아…소송비는 자체 조달하거나 차입
한전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최종 확정된 소송(원고와 피고 신분으로 참여한 소송 모두 포함) 중 71건은 한전이 전부 승소했다. 하지만 39건에서는 전부 패소했고 61건에서는 일부 승·패소했다. 가스공사의 경우 지난해 판결이 나온 소송 63개 중 28개의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24개의 소송에서는 패소 판단을 받았다. 나머지 9개 소송에서는 일부 승·패소 판결을 받았다.
두 에너지 공기업이 진행하는 소송이 적지 않은 것은 ‘전기’와 ‘가스’가 모두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한전의 경우 기업이나 일반 소비자들과 전기요금 관련 소송을 다수 진행 중이다. 한전이 설치한 송전선으로 인해 토지 이용이 제한받는다며 토지주가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스공사의 경우 LNG생산기지 공사로 인해 피해를 받는다거나 액화석유가스(LPG) 개별소비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은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 부채비율은 530%에 달한다. 한전의 연간 이자비용은 4조 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송유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추정되는 연간 6조 원대의 영업이익으로는 회사의 정상화를 기대하기에 역부족”이라며 “하반기부터는 이익 개선 요인이 흐려질 전망이다. 상반기 전기요금 인상 영향이 부재했던 영향으로 하반기 요금 인상 효과도 동시에 축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423%다. 올해 상반기 가스공사는 연결 기준 1조 387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7934억 원) 대비 75% 늘었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13조 7496억 원으로 올해 1분기(13조 5491억 원)보다 소폭 늘었다. 발전용 미수금까지 합한 미수금 총계는 상반기 15조 3645억 원으로 1분기(15조 3955억 원)와 비슷하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해 장부에 쌓이는 금액으로 사실상의 영업손실액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자체 자금 혹은 차입으로 소송 관련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한전의 경우 적자가 크게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일부 보전을 해주는 구조다. 한전 영업규모, 그리고 충당부채를 설정해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소송이 당장 재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소송가액 규모에 따라 추가적으로 부담이 발생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신규 제·피소 건수와 소송가액 증가세는 둔화되는 추세”라며 “법적 분쟁의 사전 예방을 위해 규정 미비나 업무 관행에 따른 개선점을 발굴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해나갈 예정”라고 밝혔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소송가액이 부담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공사가 진행한 사업 입찰에서 담합해 과징금을 부과 받은 업체들이 공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는 공사에 크게 불리하지는 않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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