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40억 이상, ‘친원전 정책’ 발맞춘 행보 분석…한수원 “원자력 이해도 증진 차원, 올해 흑자전환 예상”
#부채총액 44조 원 규모
한수원은 최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수십억 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한수원은 구체적인 출연 액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최소 4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통해 대국민 원자력 소통 강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일반 국민을 상대로 뉴미디어 소통 및 원전 현안 세미나와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 전문가와의 소통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포럼, 소통협의회 등을 구성하고, 지역주민과 학생을 상대로는 원자력 현장 견학 등의 홍보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원전정책 홍보·소통 추진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수원의 이번 자금 출연은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발맞춘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원전 활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22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원전이 곧 민생”이라며 “원전 산업 정상화를 넘어 올해를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수원이 원전 홍보 활동에 수십억 원을 지출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7조 48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631억 원, 순손실은 4792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의 부채총액은 2022년 9월 말 39조 6519억 원에서 2023년 9월 말 44조 8477억 원으로 1년 사이 13.10% 증가했다.
대규모 적자로 인해 한수원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지난해 9월 한수원을 재무위험 기관으로 지정했다. 한수원 모회사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해 2급 이상 한수원 등 자회사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전체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한수원은 이전부터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출연을 한 것도 아니고, 올해 처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한수원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외에도 홍보비용을 늘리고 있다. 한수원이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비용은 지난해 1~3분기 110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52억 원으로 37.97% 늘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국민의 원자력 이해도와 수용성 증진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출연이 이뤄졌다”며 “한수원은 내부적으로 올해 긴축경영을 통해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원자력산업 생태계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지속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권 따라 왔다 갔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한수원의 지원에 힘입어 원자력 홍보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다른 에너지 홍보는 등한시하고, 원자력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홈페이지에 “국민의 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증진을 도모하고, 에너지문화를 진흥시킴으로써 사회의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전신은 1992년 설립된 원자력문화재단이다. 원자력문화재단은 2017년 11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이전까지 원전 홍보에 집중했지만 재단명 변경 이후 에너지 전반에 대한 홍보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재단명 변경 당시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원별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알리고 에너지 전반에 대한 정보·교육·문화 분야로 소통 범위를 넓혀 사회공익에 더 이바지하고자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원자력 홍보 활동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홍보를 강화했다. 환경단체와 에너지 전환 정책 관련 토론을 주최할 정도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다시 원전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지난해 원전 관련 정책을 전달하기 위해 원전소통지원센터를 설립했다. 또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와 ‘에너지·원자력 정보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심지어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불거지자 ‘방사선 바로알기 대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방사선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에너지정보문화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신재생에너지 포함해서 홍보·교육 활동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원전은 안전하다는 (홍보만) 계속 하고 있다”며 “홍보 62건 중 74%인 46건이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하다는 것인데 존재 이유하고 불일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성광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부분은 보정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재단명을 원자력문화재단으로 재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성광 대표와의 답변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명 변경과 관련해)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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