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관련 행정소송서 재판부 일부 문제 인정…이재용 2심 영향, 금융위 항소 여부 주목
지난 8월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8년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를 이유로 내린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삼성바이오는 2014년까지 지분 50%를 보유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2015년에는 합작 파트너였던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를 보유할 수 있는 콜옵션(Call-option)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한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가 2900억 원(1주당 5만 원)에서 4조 8000억 원(1주당 41만 5682원)으로 바뀐다.
이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대주주인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 대주주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기업가치 증가로 이어진다. 이재용 회장 남매의 지분율이 높던 제일모직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과 합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회장 등의 통합 삼성물산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다.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2018년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가 고의 분식회계라며 대표이사·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 원 부과,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등 제재를 결정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을 뒤늦게 밝힌 점도 제재 이유로 삼았다. 콜옵션 계약이 있었다면 애초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인식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이재용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종속기업 인식과 관계기업 변경 모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인식한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상 재량권 범위 내에 있어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삼성물산과의 합병일 이후에 할 것을 정해 놓은 것은 원칙 중심 회계기준 아래에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합병비율을 고려한 2015년의 회계기준 변경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행정소송은 증선위의 제재에 대한 삼성 측의 불복이 핵심이다. 증선위 제재는 2014년까지의 회계 처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제해 포괄적으로 이뤄졌다. 일부에만 문제가 있거나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전제로 이뤄진 제재는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삼성이 승소했지만 그렇다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위 모두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행정소송 결과에 대해 삼성 측은 “현명한 판단에 감사한다”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항소하거나 판결을 수용한 후 제재를 조정하는 선택이 가능하다. 적어도 2015년 회계기준 변경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처음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중앙지법의 판결에 불복, 항소를 택했다. 무죄 판결에 검찰이 항소를 했는데 일부 문제가 인정된 판결을 금융위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애매하다. 검찰의 항소 명분을 해칠 수 있어서다. 1심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점을 고려할 때 대법원까지 간다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종결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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