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공략 차원, 대출 잔액 1000억대…여론 악화 속 SC제일은행 “추가 지원 방안 모색”
#왜 선정산 대출에 집중했을까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큐텐 계열사의 은행 선정산 대출 규모는 총 3855억 3800만 원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SC제일은행 3649억 1600만 원 △KB국민은행 203억 3600만 원 △신한은행 2억 8600만 원이다. SC제일은행이 큐텐 선정산 대출의 94.65%를 차지한 것이다. 또 큐텐 계열사의 대출 잔액은 지난 7월 25일 기준 1076억 5200만 원이 남아있다. 은행별로는 △SC제일은행 1050억 5000만 원 △KB국민은행 25억 9900만 원 △신한은행 300만 원이다. 대출 잔액 역시 SC제일은행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3월 티몬월드 셀러들을 대상으로 선정산 대출 상품 ‘파트너스론’의 대출 한도를 월평균 매출의 1.5배에서 3배로 늘렸다. 반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큐텐 선정산 대출 규모 축소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솔직히 티몬과 위메프는 쿠팡에 밀려서 거래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대출 한도를 늘릴 만한 요인이 없었다”며 “오히려 사용량이 많지 않아 최고 대출 한도를 줄이려는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이 타 은행과 달리 선정산 대출에 집중한 것을 놓고 수익 다각화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주요 수익인 가계 대출 규모는 하락세에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2022년 말 32조 7572억 원 △2023년 말 28조 1536억 원 △2024년 3월 말 25조 7647억 원으로 줄었다.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그만큼 이자 수익이 줄어든다. 실제 SC제일은행의 이자 수익은 지난해 1분기 8282억 원에서 올해 1분기 7100억 원으로 14.27% 줄었다. 그나마 수수료 수익과 환율변동 손익 등 비이자 수익 덕에 SC제일은행의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714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775억 원으로 3.52% 늘었다.
SC제일은행은 외국계 은행이라는 특성상 국내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사실상 국내 소매금융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이 새로운 영업망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며 “외국계 은행 본사 경영이 악화되면 아시아 지역 해외 사업 재정비를 우선적으로 진행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한국씨티은행은 2021년부터 소비자금융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이어 노스트러스트컴퍼니 서울지점이 2022년 폐점했고, 야마구치은행 부산지점도 최근 폐점했다.
SC제일은행의 기업 대출 현황도 좋지 않다. SC제일은행은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기업 대출 잔액이 10조 6177억 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3월 말에는 8조 39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기업 대출 잔액은 2022년 말 1170조 원에서 2023년 6월 말 1273조 원으로 8.76% 증가했다. 전체 기업 대출 잔액이 증가하는 가운데 SC제일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감소한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수년 전부터 타 은행과 고객군이 겹치지 않는 상품 개발에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정산 대출 역시 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한 일종의 틈새시장이었던 것이다. SC제일은행은 2020년 3월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의 3연임 발표 당시에도 “수익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조직과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출 한도 무작정 확대했나
금융당국에서도 SC제일은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30일 “현황은 어느 정도 파악을 했고, SC제일은행의 영업 정책 등에 대해 추가적인 내용을 점검 중”이라며 “은행과 이커머스, 결제 업체 등을 빠짐없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셀러들이 큐텐으로부터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하면 SC제일은행도 선정산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의 선정산 대출 잔액은 약 1000억 원에 달한다. SC제일은행의 이익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이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다면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안 그래도 SC제일은행은 매년 수백억 원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본사에 보내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총 결산 배당액은 △2021년 800억 원 △2022년 1600억 원 △2023년 2500억 원으로 늘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SC제일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따라서 SC제일은행의 배당액은 모두 스탠다드차타드로 흘러 들어간다.
일부 셀러들은 SC제일은행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큐텐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무작정 대출 한도를 확대했다는 주장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8월 1일 티몬월드 미정산 사태 관련 현장간담회 후 “티몬월드의 선정산 대출을 담당한 SC제일은행을 향한 문제제기가 속출했다”며 “티몬 측이 판매처를 티몬월드로 변경하도록 했는데 티몬월드의 선정산 대출을 담당한 금융기관이 SC제일은행이고, 이때 대출한도가 증가해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셀러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기존 선정산 대출을 이용 중인 고객들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어 매출액 규모를 감안해 한도를 확대한 것”이라며 “티몬, 티몬월드, 위메프 피해 기업에 선정산 대출 만기 연장 및 연장 이자 전액 지원뿐 아니라 판매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만기 추가 연장을 포함한 다양한 추가 지원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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